반응형

초량 이바구길 두 번째.

 

나 홀로 거제, 부산여행. 저는 지금 초량 이바구길을 걷고 있습니다. 초량 이바구길은 부산의 옛 동네를 걸으면서, 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생각해보는 길입니다. 부산역 건너편에서 출발합니다. 2편에 걸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168계단부터 종착지인 까꼬막 전망대까지 소개합니다.

 

초량 이바구길 첫 번째 포스팅 : http://raonyss.tistory.com/1477

 

 

 

부산역에서 출발하여 좁은 골목길을 30분 정도 돌고 돌며 올라왔습니다. 제 눈앞에 보이는 것은 높디높은 계단입니다. 일명 168계단. 계단수가 168개입니다. 계단 옆으로는 우물이 있습니다. 1.4 후퇴 때 내려온 초량 주민들이 사용하던 우물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물 떠서 이 계단을 올라가셨답니다. 쌀은 있는데 물이 없어서 밥을 못 먹는다는 말이 있었답니다. 그만큼 힘든 일이라는 것이죠. 168개의 계단. '뭐 이쯤이야 가볍게 올라가 주겠어'라 외치면서 심호흡을 가다듬습니다.

 

 

 

 

 

 

계단을 걸어 올라갈 수도 있지만 지금은 모노레일 타고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모노레일 타는데 별도의 요금은 없습니다. 동네 주민을 위해 만든 모노레일이지만 여행자들 모습도 많이 보입니다. 승강장에 가면 오는 데로 타고 가면 됩니다. 경찰 아저씨가 상주하고 있습니다. 저는 계단 걸어갑니다. 걸어가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168계단 중간에 '김민부 전망대'가 있습니다. 김민부는 사람 이름입니다. 부산 출신의 시인이자 방송작가입니다. 15살에 등단할 정도로 천재성을 인정받았습니다. 31살의 짧은 나이로 요절하였습니다. 그가 작사한 노래 '기다리는 마음'이 벽면에 남아 있습니다. 기다리는 마음 제목만 보면 무슨 노래지?라고 생각하실 텐데요. 가사를 보면 바로 아실 것입니다.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

기다려도 기다려도 님 오지 않고 빨래소리 물레소리에 눈물 흘렸네  

봉덕사에 종 울리면 날 불러주오 저 바다에 바람 불면 날 불러주오

기다려도 기다려도 님 오지 않고 파도 소리 물새소리에 눈물 흘렸네 

 

 

 

 

 

2016년 가을에 MBC에서 방영되었던 '쇼핑왕 루이'에서 이곳이 나온다는군요. 출연배우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인 서인국, 남지현의 모습은 168계단에 다다랐을 때 볼 수 있습니다.

 

 

 

 

 

 

부산역을 중심으로 하는 전망이 터집니다.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는 게 사실 쉽지는 않습니다. 걸으면서 만나는 풍경이 주는 느낌이 좋습니다. 사이사이 자그마한 카페도 있고, 쉼터도 있습니다. 옛날 장난감 전시해둔 곳도 재밌습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시원스러운 풍경도 좋고요. 옛날에는 힘겨운 삶의 현장이었겠지요. 좋은 풍경도 좋지만 마을 주민들의 그런 모습도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래도 다 올라왔습니다. 

 

 

 

 

 

6ㆍ25막걸리집에서 목 축이고 가셔도 좋겠습니다. 168계단 근처에 168도시락국이라는 식당도 있는데요. 이들 식당은 마을 주민 특히 어르신들이 중심이 되어서 운영하는 식당입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있어서 찾는 이 들이 많다고 합니다. 저는 초량 이바구길 이후에 갈 곳을 정해놨기에 패스. 

 

 

 

 

 

'이바구 충전소'입니다. 게스트하우스입니다. 지역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1인 15,000원부터 큰방 40,000원까지 있었습니다. 부산여행 와서 여기서 하룻밤 머물러도 좋겠더군요. 위에서도 말씀드렸던 식당에서 가볍게 먹고 여기서 자고. 예약문의 051-467-7887

 

 

 

 

 

위로 더 올라가면 '장기려 기념관'이 있습니다.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장기려 박사를 기념하는 공간입니다. 의술과 인술 모두 최고였던 의사로서 존경받는 분이십니다. 장기려 박사의 생애를 보면서, 진정한 의사의 모습을 생각하게 됩니다. 기념관과 함께 '더 나눔 작은 도서관'이 있습니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유치환 선생을 만나러 전진합니다. 장기려 기념관에서 유치환 우체통 전망대까지는 거리가 꽤 되었습니다. 20분 정도 걸어가야 했습니다. 걸어가는 길이 지루하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여기 봄에 꽃피면 거리 풍경이 기가 막히겠더군요. 그러고 보니 부산에서 블로그 하는 분들 포스팅에서 이곳을 본 듯합니다.

 

 

 

 

 

 

이렇게 산책로도 있고 이 산책로가 만들어지면서 기본의 자연스러운 풍경을 망친 것 같다는 글을 봤습니다. 그러면서 예전 사진을 보여주셨는데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생각나더군요.

 

 

 

 

 

우리가 부산하면 바다를 먼저 생각합니다. 그런데 부산(釜山)이라는 도시 이름에는 산이 들어갑니다. 부는 가마솥을 뜻합니다. 부산이라는 것은 가마솥 모양의 산이 있는 곳을 의미합니다. 부산은 바다만큼이나 높은 고지대도 많이 보입니다. 이렇게 보니 부산의 새로운 모습 아니 어쩌면 본연의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유치환 우체통까지 왔습니다. 시인으로서 아름다운 시를 많이 남긴 분입니다. 유치환 우체통은 느린 우체통입니다. 편지를 넣으면 1년 후에 도착합니다. 우체통 뒤로 보이는 전망도 참 멋있습니다. 우체통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행복'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오른쪽에는 부산도(釜山圖)라는 글이 있고요.

 

행복 유치환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느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이 훤히 내려다뵈는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촘촘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에게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에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 우체통에서 5분여를 걸어가면 까꼬막 전망대가 나옵니다. 168계단 쪽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 각도에서 조망합니다. '까꼬막'은 산비탈, 가파른 길을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전망대 옆에 까꼬막 카페가 있습니다. 카페는 자그마했습니다. 4~5개의 작은 테이블이 있고요. 아주머니 한 분이 손님을 맞이합니다. 1시간 30분 정도 걷고 난 후 한 숨 돌리는 시간을 가집니다. 오늘은 딸기 셰이크가 땡기네요.  창 밖을 바라보며 한 잔 합니다.

 

 

 

초량 이바구길 두 번째 포스팅입니다. 초량 이바구길은 이방인으로서 부산의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모습은 아닙니다. 부산이라는 도시가 가진 본연의 모습을 이방인은 몰랐던 것이고요. 이렇게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참 좋습니다. 어느 화창한 날 특히 벚꽃 필 때 다시금 가보고 싶습니다. 

 

이제 저는 저녁밥을 먹으러 자갈치시장 쪽으로 갑니다. 그러면 회를 먹냐? 아닙니다. 양곱창 먹으러 갑니다. 소주 한 잔 해야지요.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니 자갈치 시장까지 가는 버스가 있네요. 혼술 하기 좋은 데가 있습니다.

 

300x250
반응형
그리드형
,
250x250
BLOG main image
랄랄라 라오니스
명랑순진한 라오니스의 대한민국 방랑기
by 라오니스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2101)
이야기꽃 (100)
서울특별시 (67)
인천광역시 (68)
경기도 (161)
강원도 (184)
경상북도 (175)
대구광역시 (28)
경상남도 (140)
부산광역시 (52)
울산광역시 (9)
전라북도 (93)
전라남도 (187)
광주광역시 (15)
충청북도 (100)
충청남도 (184)
대전광역시 (24)
제주특별자치도 (374)
평택,안성 (139)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03-29 14:06
세로형
반응형
라오니스's Blog is powered by Textcube. Designed by Qwer999. Supported by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