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진짜초가집 아구찜
특정 날짜와 먹거리를 연결해서 ○○데이라고 부릅니다. 판촉을 위한 홍보 효과를 노린 것이죠. 3월 3일은 삼겹살데이. 3월 7일은 삼치데이. 5월 2일은 오이데이 또는 오리데이. 9월 9일은 구구데이(닭) 그리고 5월 9일은 아구데이라 불립니다. 억지스럽다고 할 수도 있지만 숫자와 함께하니 기억하기 쉽습니다.
아귀찜으로 유명한 도시가 경상남도 마산입니다. 마산에서 아귀찜을 처음 시작했다는 진짜초가집을 방문합니다. 표준어는 '아귀'입니다. 경상도 지역에서는 '아구'로 많이 적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아구찜으로 적습니다.
삼천포, 진주를 거쳐 마산으로 향합니다. 마산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합니다. 시내버스 타고 오동동으로 향합니다.
오동동에는 마산 아구찜 거리가 있습니다. 지금은 창원특례시로 통합했지만 마산은 마산입니다. 아구를 영어로 쓰니 monkfish입니다. monk는 수도자라는 뜻입니다. 아구가 성스러운 물고기는 아닌데 말입니다. 가톨릭 수사가 수도복을 뒤집어쓴 것처럼 음침해 보여서 monkfish라 한다는군요.
아구찜거리에는 많은 아구찜 식당이 모여 있습니다.
오동동 문화광장 앞에는 아구찜 들고 있는 아구가 있습니다. 아구찜이 피자처럼도 보입니다. 아귀 생물을 보면 입도 크고 이빨로 날카롭고 색깔도 어두워서 무섭게 보입니다. 아구찜거리 아구는 귀엽습니다.
아귀(아구)라고 불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불교 아귀에서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아귀는 입은 큰데 목구멍은 작습니다. 욕심부려 많이 먹지만 뱃속으로 가는 것은 얼마 안 됩니다. 아귀는 굶주림과 탐욕을 뜻하는 것이죠. 큰 턱과 큰 위가 있어서 악위(顎胃)라 적은 것이 아귀로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배가 고픈 입을 가져서 아구(餓口)라고도 합니다.
각설하고 아구찜을 처음으로 만들어서 판매했다는 진짜초가집으로 향합니다. 아구찜거리 큰길에서 골목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식당 이름에 원조와 진짜를 같이 사용했습니다. 하나의 음식을 시작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옛날 식당에 보면 맛자랑 멋자랑에 나왔다고 소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골목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식당 입구가 나옵니다. 식당 입구만 보면 1960~70년대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역사가 있는 노포 분위기입니다. 마산시 명물음식지정업소 글씨도 선명합니다. 마산이 한때는 대도시였고 큰 항구가 있다 보니 마산만의 먹거리가 있습니다. 마산오미는 아구, 미더덕, 복어, 전어, 국화주.
제가 식당을 방문한 것은 평일 오후 3시쯤입니다. 보통의 식당이 브레이크 타임으로 쉬는 시간입니다. 다행히도 진짜초가집은 문을 열고 손님을 받습니다. 아주머니 직원분이 무미건조하게 맞이합니다. 맞은편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손님이 있었는데 이내 다 드시고 나갑니다. 식당에는 저 혼자만 있습니다. 혼자 온 손님을 내치지 않아 주심에 감사합니다. 광업숭덕(숭덕광업) 덕을 높여 사업을 번창케 한다.
메뉴판에는 아구와 미더덕만 있습니다. 미더덕찜도 있다지만 아구만 판매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찜, 수육, 탕 중에서 선택하면 됩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생아구찜과 그냥 아구찜입니다. 생아구찜이 있다면 그냥 아구찜은 뭐지?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그 차이는 아래서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차이를 알고 왔지만요. 저는 아구찜 소 주문합니다.
아구찜 원조 집으로 불리는 만큼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습니다. 한국인의 밥상, 수요미식회 출연 장면이 보입니다. 마산의 아구찜은 1965년에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식당에서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고 공식적으로 인정이 된 것입니다. 창원시 홈페이지, 허영만 화백의 식객에도 진짜초가집이 원조라고 나옵니다.
대한원조촌협의회, (주)원조촌 등을 검색하면 뚜렷하게 나오는 것은 없습니다. 어떤 단체인지 명확하게 모르겠습니다. 원조라고 해서 맛이 특별히 뛰어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처음 시작했다는 상징성과 지금까지 이어온 역사성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사람이 방문한다면 그 집만의 특별함이 있다는 것일 테니까요.
아구찜 먹기까지 사설이 길었습니다. 주문하고 식당 구경하는 사이 동치미가 나옵니다. 동치미가 반찬의 전부입니다. 김치도 없습니다. 동치미라고는 하지만 톡터지고 새콤달콤한 맛은 아닙니다. 뚜렷한 맛이 없습니다.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강렬한 아구찜하과 수수한 동치미가 상호 조화를 이룹니다.
진짜초가집 아구찜 소 한 상 완성입니다.
아구찜이 뭔가 좀 달라 보이지 않나요? 진짜 초가집 아구찜은 국물이 없습니다. 마산 진짜초가집 아구찜은 말린 아구를 사용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그냥 아구찜을 시키면 건아구찜이 나옵니다. 생아구찜과는 다른 맛입니다. 바닷가 가면 생선 말리는 것 많이 보았을 것입니다. 아구도 말려서 먹었습니다. 뱃사람들이 술안주가 필요했고 말린 아구를 사용하여 요리를 만든 것이 마산 아구찜의 시작입니다.
저는 아구찜 스토리를 알고 있었습니다. 건아구찜은 호불호가 있겠더군요. 말린 아구이니 상대적으로 뻣뻣합니다. 북어와 식감이 비슷할 수 있고요. 양념에 된장이 들어간 것 같습니다. 꾸덕하고 꾸리한 향기가 있습니다. 생아구찜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진짜 초가집 아구찜은 구수합니다. 식감도 재미지고요. 단맛도 없습니다. 인위적으로 맛있게 하려고 꾸미지 않았습니다. 날 것 그대로의 맛이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먹는 아구찜은 서울 또는 인천 스타일입니다. 아구가 인기가 없으니 바다에 다시 던집니다. 물에 텀벙하고 빠집니다. 물텀벙이라고 부릅니다. 생아구찜을 물텀벙이라고도 부릅니다.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 중 좋은 것은 일본으로 다 가지고 갔답니다. 아구는 일본에서 잘 먹지 않으니 우리나라에 남아 있어서 아구찜까지 이어졌다는 설도 있습니다.
마산 아구찜은 밥을 볶아 먹지 않습니다. 밥에 올려 비벼 먹습니다.
아구찜 잘 먹었습니다. 소화도 시킬 겸 거리를 걷습니다. 아구찜거리에서 길 건너면 복요리 거리입니다. 많은 복국집이 줄지어 있습니다. 마산에는 복요리거리(복집거리, 복국거리), 장어구이 등 음식 거리가 있습니다. 이들 거리가 가까이 있으니 먹부림 부려도 좋겠습니다.
마산 어시장 앞 등대 모양이 독특합니다. 집 모양입니다. '고향을 밝히는 봄'이라는 콘셉트입니다.
마산 가고파 수산시장. 가곡 가고파를 작사한 이은상 선생의 고향이 마산입니다. 마산에서 가고파라는 단어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가고파라는 이름을 단 상점도 많습니다.
계산하는데 메뉴판 가격보다 1천 원을 더 받습니다. 주문하지도 않은 공기밥 값을 같이 계산하신 거네요. 공기밥이 아구찜 가격에 포함된 것이 아니었네요. 마산어시장에서 버스 타고 마산역으로 향합니다. 버스 안에서 졸았습니다. 눈 떠보니 마산역입니다. 버스 종점이 마산역이어서 다행입니다. 자칫 기차 못 탈 뻔했습니다.
마산에서는 5월 9일 전후로 아구데이 축제를 합니다. 2024년 5월 11일에 축제가 열립니다. 마산 아구찜을 먹으면 내가 아는 것이 다가 아니다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원조는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소주잔 기울이면서 먹은 작은 아구찜이 좋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기억나는 맛입니다. 이게 마산의 맛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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