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남성복국
경상남도 마산 여행길입니다. 지금은 창원시, 마산시, 진해시가 합쳐져서 창원특례시로 불립니다. 마산이 가진 문화는 계속 이어집니다. 육호광장 작은 서점에서 책 보고 커피 마십니다. 이제는 반주 한잔해야겠습니다. 마산의 맛있는 음식 중에서 복국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남성식당으로 향합니다.
지도 애플리케이션은 육호광장에서 남성식당까지 걸어서 20분 정도 걸린다고 나옵니다. 가는 길에 오동동을 지나갑니다. 오동동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어감이 좋아서 친숙한 느낌이 듭니다. 오동동은 마산 구도심 중심입니다. 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자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마산에서 궁금한 것 중 하나가 통술입니다. 기본 술상 비용을 낸 이후에 술값만 내면 안주가 알아서 나오는 마산의 술집 시스템입니다. 통영 다찌, 진주 실비집, 전주 막걸리집과 비슷합니다.
마산에서 아구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구찜의 시작이 마산입니다. 맞춤법으로는 아귀찜이지만 마산에서는 아구찜으로 부릅니다. 5월 9일이 아구와 발음이 비슷하다고 해서 5월 9일을 아구데이로 지정했습니다. 아구데이 즈음에서 축제도 합니다. 불종거리로라는 길 이름도 눈길이 갑니다. 불이 났을 때 시민에게 알리는 종이 있었다고 해서 불종거리로입니다.
16명이 남긴 마산의 흔적. 마산 출신 또는 마산과 인연이 있는 역사적 인물을 모았습니다. 한 분 한 분 살펴보면서 마산이 가진 힘을 느낍니다. 순종. 이극로, 김명시, 옥기환, 백석, 임화, 김수환, 천상병, 나도향, 김해랑, 김춘수, 이원수, 지하련, 김주열, 명도선, 산장의 여인.
마산 아구찜 거리를 지나갑니다. 지난번 마산 나들이길에 아구찜을 먹었기에 이번에는 패스. 참고로 마산의 원조 아구찜은 건아귀로 합니다. 생아귀와는 다른 풍미와 식감이 맛있습니다.
아구찜 거리를 지나면 바로 복요리 거리입니다. 마산어시장 부근입니다. 남해안을 다니면 복국 파는 곳이 많습니다. 복국 파는 곳이 많은 이유를 찾아보니 답은 간단합니다. 복어가 많이 잡혔기 때문입니다. 복어 하면 손질이 어려운 생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격대도 높은 편이고요. 여행자는 복요리 거리가 있다는 자체부터 신기합니다.
1945년 어느 식당에서 복국을 만들어 판 것이 복요리 거리의 시작입니다. 바닷가 사람의 지친 속을 달래주는 복국. 한집 두 집 늘어나면서 거리를 만들었습니다. 창원시 자료에는 복요리 거리 복집이 27곳입니다.
1945년 복국을 만들어 팔았다는 그 집이 바로 남성식당입니다. 오래되어 글씨가 바랜 간판이지만 원조라는 두 글자는 뚜렷하게 보입니다. 3대째라는 것도 강조하고 있고요. 복요리 거리 맛집 검색하면 여러 집이 나옵니다. 저의 선택은 남성식당입니다. 제가 남성이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요. 남성식당이 원조라는 역사성에 관심이 갔습니다. 사실 이날이 월요일인데 정기 휴일인 식당이 많았습니다.
낮 3시 무렵 입장. 브레이크 타임으로 문 닫진 않았습니다. 남성식당은 첫째 주, 셋째 주 월요일 정기 휴일입니다. 다행히도 저는 정기휴일이 아닌 주에 갔습니다. 창원도시재생지원센터의 전통평가 인증에 눈길이 갑니다. 벽에 방송 출연 사진이 있는데 오래전 사진입니다.
故 송해, 최불암 인증샷
식당은 그렇게 크진 않습니다. 안쪽으로 룸도 있고요. 화장실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세월의 흔적을 머금고 있습니다. 얼룩무늬 바닥이 정겹습니다. 어중간한 시간이어서 그런지 식당에 손님이 별로 없습니다.
2012년 중앙일보에 나온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한식당 100선 식당 목록. 우리나라에서 오래된 식당을 순서대로 배열했습니다. 남성식당은 29번째로 오래된 식당으로 표시하였습니다. 참고로 가장 오래된 식당은 서울특별시 종로구에 있는 이문설렁탕입니다. 1904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이문설렁탕은 손기정 선수가 단골이고 김두한이 아르바이트했다고도 합니다.
차림표.
식당의 역사성을 표현하는 홍보물이 곳곳에 있습니다. 처음 식당을 연 할머니는 일본에서 복어 독 제거 기술을 배워 와서 복어 식당을 열었습니다. 이후 따님 박복련 할머니가 2대. 박복련 할머니의 며느리가 3대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처음 남성식당에서 복국 팔 때 복요리에 대한 기준 지식이 없었습니다. 남성식당이 복요리의 기준이 되었고 박복련 할머니께서 복요리 자격증 취득했다는 이야기 등이 적혀 있습니다.
잠시 후 반찬이 나옵니다. 여러 가지 골고루 나옵니다. 반찬 담긴 모습이 단정하고 깔끔합니다. 백반집 반찬처럼 보입니다. 집밥 먹듯이 말이죠. 마산에서는 복국이라는 것이 특별하다기보다는 일상의 음식이었겠구나 느끼게 됩니다. 방게무침과 고추된장지가 특별해 보여서 먼저 먹습니다. 본연의 맛이 전해져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식초. 복국에 식초 넣으면 풍미가 좋아진다는데 넣지 않게 되더군요. 제가 식초를 별로 좋아하질 않아서 그렇습니다. 식초를 넣는 것이 재료의 신선도를 확인하기 위해서라고도 합니다.
참복국
맑은 국물 안에 미나리, 콩나물 등의 채소가 있습니다. 복에 살이 많진 않습니다. 복국은 고기보다 국물이라는 생각에 휘휘 저어가며 복어와 채소를 함께 먹습니다. 복어의 야들야들함과 채소의 아삭함이 함께하는 식감도 좋습니다. 국물도 기대만큼이나 시원하게 목을 넘어갑니다. 당연히 소주 한잔 털고 국물 후루룩합니다. 마산에 왔음을 실감합니다. 술 마시면서 자동으로 해장합니다.
마산 어시장
남성식당 복국이 복요리 거리에서 가장 맛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20여 개 복국집이 있으니 맛도 다를 것이고 선호하는 곳도 다를 것입니다. 남성식당은 맛의 역사를 찾아가면서 먹어보는 상징성이 있어서 좋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에도 복국집이 있다지만 마산 남성식당에서 먹은 복국은 정겨운 맛이 있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밥 먹었으니 후식 먹어야겠죠. 후식은 빵입니다. 오동동으로 다시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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