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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해인사 소리길

길.. 길은 많습니다. 그리고 길은 연결이 됩니다. 길을 통해서 사람을 만나고 인연을 만납니다. 길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통로로서의 의미와 더불어,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는 의미로도 사용됩니다. 한자로 의미를 나눌 수도 있겠지만.. 한글로서의 '길'이 주는 의미는 사람을 기분좋게 합니다. 

우리나라에 길이 많습니다. 특히나 걷기여행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고, 각 지역에서도 여행객을 위한 길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올레길, 둘레길, 바람길 등등 .. 이번에 또 하나의 길을 소개시켜드리고자 합니다... 그런데 이 길은 아무에게도 알려주고 싶지가 않습니다. 나만 알고 싶은 길 .. 여러 사람이 함께하기 보다는 혼자서 가고 싶은 길.. 굳이 누군가와 함께 해야한다면 .. 이쁜 애인과 단 둘이 걷고 싶은 길입니다.. 경상남도 합천 '소리길' 입니다.  


해인사


'합천'하면 탁 하고 떠오르는 명소가 있습니다. 그 이름하여 '해인사' .. 합천하면 해인사고, 해인사하면 합천입니다. 해인사는 우리나라 삼보사찰 중의 하나입니다. 단순하게 말해서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3개의 절 중의 하나라는 것이지요.. 삼보라는 것은 불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보물을 뜻합니다.

불보, 법보, 승보 .. 그중에서 해인사는 법보사찰로 불립니다. 해인사에 팔만대장경이 있기 때문입니다.  '소리길'은 해인사를 중심으로 해서 만들어진 도보길입니다. 2011년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을 맞이하면서 길을 만든 것입니다. 대장경 문화축전 주차장에서 해인사 입구까지 약 6㎞에 이르는 걷기 길입니다..




소리길


그러면 왜 이름이 '소리길' 이냐?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해인사길이라 해도 될 것 같기도 하구요.. '소리'라는 의미에 주목을 해야 합니다. 세상에 시끄러운 소리도 많다지만.. '소리'라는 두 음절의 단어가 주는 의미는 맑습니다. 소리길도 맑습니다.

소리길은 홍류동계곡을 따라 숲길을 걷는 길입니다. 홍류동 계곡의 맑은 물소리, 새들이 지저기는 소리, 솔솔 불어오는 바람소리 등 청명한 소리와 함께 걸을 수 있는 길이기에 '소리길' 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입니다. 또 다른 의미의 소리(蘇利)도 있습니다. sound의 소리가 아닌 소리(蘇利)는 극락으로 가는 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리길을 아무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자연의 소리가 사람의 말소리에 뭍히는 것이 싫었기 때문입니다. 혼자 걸으면 더 좋은 길입니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사랑의 소리는 더해져도 좋겠지만요.. ㅋㅋ




계곡


홍류동


길의 시작은 대장경 문화축전 주차장이지만 저는 해인사 매표소부터 출발합니다. 어디서 출발하는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그 길을 걷는다는 것이 중요하지요.. 도보여행할 때 각 코스를 완주해야겠다는 생각만 있다면.. 마음으로부터의 여행이 아닌, 군대행군에 더 가까울 것입니다. 마음으로부터의 여행을 즐겨야지요..

해인사 매표소에서 해인사까지 구불구불 길이 이어집니다. 매표소에서 작은 다리를 건너가면 소리길입니다. 길의 오른편으로는 계곡물이 흐릅니다. 시원한 물소리입니다. 이날은 비도 내립니다. 빗방울 떨어지는 빗소리까지 더해져서 운치가 더해집니다.. 어느 봄날 연초록의 맑은 나뭇잎과 투명한 물줄기의 조화가 예쁩니다..

해인사에 왔으니 해와 인사를 나눠야 하는데.. 비구름이 있어서 인사를 못했네요.. ㅋㅋ




농산정


농산정에서 잠시 숨을 고릅니다. 농산정은 최치원과 관련이 있습니다. 신라시대의 대학자이자 최고의 천재라 불리는 최치원입니다. 최치원이 가야산에 들어와 은둔하면서 수도를 했던 곳이라 전해집니다. 최치원이 중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신라로 돌아왔지만 최치원이 뜻을 펼치기에는 당시 사회적으로 한계가 있었습니다.

최치원은 은둔생활에 들어섰고 여러곳을 떠돌아 다니게 됩니다. 농산정의 농자는 귀머거리 농(聾)자입니다. 더 이상 세속의 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것이지요..




돌탑


농산정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본격적인 걷기에 들어갑니다. 계곡위에 돌탑이 쌓여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도 이런 돌탑이 많습니다. 그만큼 이루고 싶은 소원들이 많은 것일까요? 하나하나 쌓아올린 정성이 대단합니다. 다들 어떤 마음을 갖고 탑을 쌓아올렸을까요?

그런데 제가 초치는 소리를 하자면.. 지금은 갈수기라서 탑을 쌓아 올렸지만.. 여름이 되면 이곳에 물이 흘러 탑이 다 무너진다는 것이지요.. 탑은 무너져도.. 탑을 쌓은 이의 마음까지 쓸어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숲길


숲길을 따라 이어집니다.. 산길인지라 돌도 있고 언덕도 있지만, 길을 걷는 것이 어렵거나 힘들지 않았습니다. 남녀노소 무리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걸을 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흙을 밟으며 걷는 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이길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전해지지 않았던지라 낙엽과 솔잎이 흙위에 소복히 쌓여 있습니다. 발끝에서 전해오는 푹신함이 좋습니다. 맑은 소리와 상쾌한 나무의 향기는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합니다..




송진


소나무에 스크래치가 있습니다.. 소나무가 자해를 했을리는 만부당한 일이구요.. 사람의 손길이 이꼴을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소나무에서 송진을 채취하기 위해서 나무를 해꼬지 한 것입니다. 1960년대까지 송진은 의약품, 화학약품 등의 재료로 사용이 되었습니다. 속껍질은 구황식품으로도 사용이 되었구요..

송진, 구황식품으로 사용할 수 있다하지만 그 상처는 오랫동안 아물지 않고 있습니다. 한번 훼손된 자연은 회복이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합니다. 자연을 마구잡이로 훼손하는데 앞장서는 그 분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은 나무들





계곡


계곡의 이름은 홍유동입니다. 붉은색이 흐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가을날 붉게 단풍이 들 때.. 계곡물도 붉게 보인다고 해서 홍류동입니다. 홍류동 계곡은 합천 8경 중 3경에 해당합니다. (합천 8경은 가야산, 해인사, 홍류동 계곡, 남산제일봉, 함벽루, 합천호 백리벚꽃길, 황계폭포, 황매산 모산재)

가야산 19경 중에서 16경까지를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절경을 자랑합니다.. 농산정, 제월담, 낙화담, 무릉교 등등 계곡을 따라 만나게 되는 절경은 발걸음을 멈추고 또 멈추게 합니다. 사색의 시간을 갖게 합니다.. 6㎞ 남짓의 거리.. 2시간 정도면 걸을 수 있다지만.. 소리길에 만나는 절경 앞에서 사색의 시간을 갖는다면 그 시간은 무한대로 늘어날 것입니다.. 그만큼 마음은 가벼워 질 것이고요.. 



 

 


 

홍류동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가야 19경의 명소들을 만나게 됩니다.. 취적봉, 음풍뢰, 광풍뢰, 분옥폭포 등을 지나게 됩니다.. 사실 위에 사진들이 이들 중 어느 하나일텐데, 명확히는 모르겠습니다 ^^ .. 가야 19경 각각의 이름도 이쁘고 그 속에 담긴 뜻은 멋있습니다.. 분옥포 같은 경우는 옥을 뿜듯이 쏟아지는 폭포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역시 과거 조상님들이 더 운치있어요.. 소리길 걸으면서 이런 운치와 낭만도 느껴보면 좋을것입니다... ㅎㅎ




초록


연초록이 이뻐서 찰칵.. ^^




달


제 기억이 맞다면 이곳이 '제월담(齊月潭)'일 것입니다. 달빛이 잠겨있는 연못이라는 뜻입니다. 제월담 안내판에 멋진 한시가 적혀 있기에 옯겨와봅니다.. 한문은 생략하고 한글 해석만 적어보겠습니다..

금빛파도 반짝이니 달그림자 일렁이고
고요한밤 빈산에 계수잎만 향기롭구나
그 누가 못 위에서 옥피리를 불길래
날아가며 드리우는 붉은 치마여




수달


홍류동 계곡에는 수달도 살고 있어요... 수달은 우리나라 곳곳에 많이 살던 동물입니다. 모피를 얻기 위해서 마구잡이로 잡고, 물도 더러워지면서 개체수가 많이 줄어들었지요.. 소리길에는 자연생태학습을 할 수 있는 안내판이 많았습니다.. 수달, 버섯 등 생태적인 것도 있고요.. 가야 19경에 대한 설명도 곳곳에 잘 안내되어 있었습니다..




합천


소리길은 이어집니다.. 소리길이라고 푯말을 만들었는데.. 푯말도 예쁩니다.. 나무에 매단 것도 보면 용수철로 걸어놨더라구요.. 예전에는 푯말을 만들고 나무에 못을 박거나해서 강제적으로 고정시켜놨었잖아요.. 용수철로 해서 나무에게도 부담을 주지 않고 예쁘게 달아 놓은 것이 좋습니다..




굴참나무


소리길에는 소나무를 비롯해서 여러가지 나무들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굴참나무, 노각나무, 함박꽃나무 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진 속에 있는 나무는 굴참나무입니다. 굴참나무를 눌러보면 다른 나무와 다르게 푹신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굴참나무는 코르크 마개를 만드는 나무입니다.. 코르크 마개 생각하시면 푹신함이 느껴질 것입니다. 

굴참나무의 껍질을 '굴피'라고 합니다. 굴참나무를 눌러보면, 산간지방에서는 굴피를 지붕의 재료로 사용 한 굴피집도 볼 수 있습니다.. 굴피집도 그렇고, 초가집도 그렇고 우리의 전통가옥이 하나 둘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워낙에 좋은 건축재료가 나와서 옛집을 대신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허전함은 어쩔 수 없네요..






가야산


발걸음은 '길상암' 이라는 암자에서 멈춥니다.. 길상암은 해인사 입구에서 약 1㎞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암자입니다. 길상암은 1972년에 영암스님이 창건했다고 전해집니다.. 스리랑카에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셔왔다는군요..

암자에 오르기 위해서 위를 올려다보니.. 계단이 제법 가파르네요.. 올라갈까 말까 고민을 하긴 했는데... 올라가길 잘했습니다.. ㅎㅎ .. 가쁜숨을 몰아쉬며 가야산자락을 살펴봅니다.. 가야산 볼수록 명산입니다.. 가을날 다시 찾고 싶어지더군요.. 




금낭화


길상암에 금낭화가 피었습니다.. 

 


소리길


길상암에서 낙화담으로 가야 하는데, 낙화담으로 이어지는 길이 공사중이서 가지는 못했습니다.. 낙화담의 모습을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니, 꼭 가봐야겠더군요... 이래저래 가야산, 소리길도 다시 가봐야 할 곳으로 잘 담아둡니다..




소리길을 걸어보았습니다. 그렇게 길지 않은 길입니다. 하지만 길을 걷고 난 이후에 여운이 아주 길게 남는 길입니다.. 우리는 소리없는 세상에서 살 수가 없습니다.. 소리길을 걸을 때는 세상의 맑은 소리를 다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음까지 상쾌해지는 기분 .. 자연의 소리는 엔돌핀을 샘솟게 한다고도 합니다.. 엔돌핀은 기쁨을 일으키는 것이고.. 기쁘다는 것은 우리가 건강하게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자.. 이제 조용히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걸어봅시다... 소리길에서.. 누구랑 나 자신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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