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맛집 원조 시락국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합니다.. 일교차가 심합니다..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날씨입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날씨에는 뜨끈한 국물이 담긴 음식이 생각납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물이 목을 타고 가슴속을 지날 때의 그 쾌감이 좋습니다.. 저는 그 쾌감을 좋아합니다.. 뜨거운 음식을 좋아하고 잘 먹습니다.. 통영 여행길에 색다른 국물맛을 보았습니다.. 뜨끈한 쾌감 느껴보실랍니까? ㅎㅎ
'시락국'을 아십니까? 저는 이번에 처음 봤고, 처음 먹어봤습니다.. 시락? 이게 뭐야? '시락'이라는 두 글자 만으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습니다.. 도시락인가? 사투리 같긴 한대 .. 통영이라는 바닷가이기에 해산물 종류인가? 라고 생각도 해봤지만, 아닌 것 같습니다.. 왜냐? 몇 해 전 창녕 갔을 때도 시락국을 봤던 기억이 났기 때문입니다..
시락국은 시래기국을 말합니다.. 시래기는 무청을 말합니다.. 무에서 하얀 무에 달린 잎과 줄기를 말합니다.. 제가 시래기국은 좀 먹어봤습니다.. ㅎㅎ ..
전날 하루종일 소주와 혼연일체가 되어줬던 저의 오장육부는 알콜을 분해해줄 무엇인가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검색결과 시락국이 해장국으로 좋다는 판단이 섰고, 다행히도 숙소 바로 앞이었기에.. 긴 고민없이 바로 찾아갑니다.. 통영 서호시장에 있는 6시 내고향에도 나온 '원조 시락국'집으로 여러분을 모십니다..
'원조 시락국'은 통영 서호시장 안에 있습니다.. 사실 위에 있는 식당 간판을 보고, 바로 꺽어서 좁은 골목길로 들어가면, 쉽게 식당으로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냥 지나쳐서 시장 안으로 들어왔네요 .. 시장에서 몇 바퀴 돌아도 돌아도 찾지 못하다가, 결국 처음 위치로 와서야 식당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서호시장은 중앙시장과 더불어 통영을 대표하는 시장입니다.. 싱싱한 해산물이 많은 곳이니, 밥 먹기 전후에 둘러보기에 좋은 곳입니다.. 서호시장에 복국으로 유명한 곳이 있던데, 이번에 못가봤습니다.. 다음번을 기약.. 서호시장에서 바닷가쪽으로 걷다보면 충무김밥집이 쭈욱 이어집니다.. 맛있는 먹을거리가 많은 통영입니다..
식당 입구 옆으로 가마솥이 보입니다... 국밥집의 포스가 제대로 느껴지는구만요 .. 시래기국이라면서 가마솥으로 푹푹 끓일 필요가 있느냐고 할 수 도 있겠군요 .. 하지만 .. 그냥 평범한 시래기국, 시락국이 아니었습니다... ㅎㅎ .. 뜨뜻한 국물이 있는 음식은 가마솥처럼 대용량으로 푹푹 끓여줘야 맛이 납니다.. 가마솥에 끓이면 맛과 향이 오랫동안 남아서 더욱 좋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볼까요?
식당은 작습니다.. 크지 않습니다.. 의자도 작습니다.. 하지만 식당 안에서 풍겨오는 분위기는 맛에 대한 기대를 크게 합니다.. 낡았지만 깨끗하게 닦인 긴 나무 테이블 중간에는 반찬들이 있습니다.. 메뉴는 시락국밥 한 가지 .. 고민할 것도 없이 주문합니다..
정갈하게 반찬들이 담겨 있습니다.. 낯선 여행자가 식당에서 먹는 방법을 모를까봐, 식당 아주머니께서 어떻게 먹으라고 알려주시네요 .. 사실 낯선 식당분위기에 긴장하기도 했습니다.. 속으로 여기 뭐야? 좀 다른데? 하고 말이죠... ㅎㅎ
자기가 먹고자 하는 반찬을 앞접시에 담아서 먹으면 됩니다.. 사진으로는 반찬 갯수가 얼마 안되 보이지만, 실제로는 10가지 이상은 되는 듯 합니다.. 반찬이 제 입맛에는 맞더구만요.. 김치와 깻잎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반찬만으로도 밥 한 공기는 뚝딱 비울 수 있겠습니다.. 양쪽으로는 정구지(부추)도 있고, 고추 다져 놓은 것도 있습니다.. 역시 기호에 따라서 넣어 먹으면 됩니다..
주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바로 국밥이 나옵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 '시락국'입니다.. 그리고 옆에는 공기밥 하나 .. 얼핏봐서 특별해 보이는 것은 없지만, 이 시락국의 비밀은 국물 안에 있습니다..
장어를 13시간 이상 고아 낸 육수로 끓인 것입니다.. 13시간인지는 옆에서 지켜보지 않아서 정확히 알 수는 없다지만.. 푹 끓인 국물맛은 아주 좋습니다... 장어를 넣어서 비릿하지 않느냐 물으신다면, 그런 걱정은 접어 두셔도 됩니다..
국에는 자신의 기호에 맞에 양념을 넣으면 됩니다.. 저는 정구지와 고추를 넣고, 산초가루를 살짝 뿌려 봅니다.. 부추와 산초의 향이 국과 잘 어울리는군요 ... 아우 땡겨 .. ㅋㅋ
아주머니는 김도 넣으라 했는데, 저는 김과 시락국은 왠지 안 어울릴 것 같아서 넣지 않았습니다.. 김은 날 것을 밥에 싸서 간장 살짝 찍어 먹을 때가 제일 맛있어요 .. 다른 음식에 들어가는 것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습니다... ㅋㅋ ..
그리고 바로 공기밥을 투여 .. 이제부터는 무한 섭취 들어갑니다.. 된장의 구수함이 바탕에 깔린 개운한 국물이 좋습니다.. 아주 속이 착 가라 앉는 것이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서 맛을 보고, 글을 올리고 했는지 이유를 알것 같았습니다.. 함께 한 오이사도 처음에 시락국 먹으러 가자고 할 때, 뭘 그런걸 먹으러 가느냐는 눈치였는데, 막상 먹기 시작하니, 저보다 더 잘 먹습니다.. ㅋㅋ ..
나만 따라오라니까... ㅋㅋ
밥을 먹으면서 식당 주변을 돌아봅니다.. 2012 세계해양월력 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달력에 눈길이 갑니다.. 달력에는 날마다의 조석과 달의 변화 등이 담겨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여기는 바닷가입니다.. 바닷일 하는 사람들에게는 달과 바다의 변화를 아는 것이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가 보름달을 보면서 예쁘구나 할 때, 어부들은 물 때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구요..
여기 시락국집도 바닷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식당인 것이었습니다.. 서호시장 앞으로는 통영의 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그 바다의 새벽에는 밤 새 잡아 온 생선의 경매가 이루어집니다.. 힘든 일을 하고 나서 뜨끈한 국밥 한 그릇으로 원기를 보충하고, 힘을 내기 위한 음식이었던 것입니다..
식당이 소개 된 신문기사
그러니까 음식 남기지 말고요 ... ^^
시락국밥 5천 원입니다..
바닥조심하시구요... 쌀, 김치, 시래기, 장어 모두 국산입니다..
영업시간은 새벽 4시부터 저녁 6시까지입니다... 새벽시장이 열리는 시간에 맞춰서 오픈 하는 것 같습니다. 밥 먹다보니 포장 해가는 사람들도 몇 몇 있더군요 ..
나중에 알았는데, 밥과 국은 리필도 된답니다.. 저는 기본으로 주시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렀어요 .. 반찬들을 대접에다 넣고 비벼 먹기도 한다는군요 .. 국은 밥을 말지 않고, 국물을 떠먹기만 하구요..
오늘은 통영의 시락국을 먹어봤습니다.. 얼핏보면 평범한 된장국 같지만, 그 속은 깊고 깊은 된장국입니다.. 푹 고운 장어뿐만이 아닌 50년 가까운 시간의 힘이 담겨 있었습니다.. 고된 노동 후에 맛보든 든든한 보양식일수도 있고, 저 같은 나들이꾼에게는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추억의 보양식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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