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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천황식당

 

거제, 통영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올라옵니다. 점심 먹을 때가 되었습니다. 휴게소에서 먹을 수도 있겠으나 그래도 여행길인데 맛있는 것을 찾아 먹기로 합니다. 그러다 진주 이정표를 보고서 비빔밥 생각이 났습니다. 어느 여행책에서 진주 천황식당 비빔밥이 맛있다는 내용을 보았던 기억이 난 것입니다. 내비게이션을 맞추고 진주 시내로 들어갑니다.

 

 

 

내비게이션 안내를 따라 들어갑니다. 진주 시내로 들어가더니 시장으로 안내를 하는군요. 시장 안의 좁은 길을 따라 식당 앞에 도착합니다. 문제는 주차. 주변에 주차할 곳이 하나도 없습니다. 일단 식구를 식당에 내려주고 저는 근처를 돌기 시작했습니다. 식구 중 한 명에게 전화가 옵니다. 천황식당 전용주차장이 별도로 있다고 합니다.

 

천황식당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오곡주차장에 주차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식당에서 밥 먹고 나갈 때 주차권 주면 주차비 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 다른 주차장은 주차비 내야 해요. 천황식당 가실 분은 오곡주차장으로 먼저 가시는 게 순서. 이런 말을 식당 입구에 써 놓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못 본건가요? 

 

식당 입구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음식점이라고 한자로 쓴 것도 그렇고 RESTAURANT라고 영어로 쓰여있는 것도 그렇고.

 

 

 

 

 

식당으로 들어가니 테이블이 몇 개 있습니다. 우리집 8명의 식구가 앉아서 밥 먹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먼저 들어온 식구들이 안 보입니다. 식당 뒤쪽에 단체 손님들이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뒤로 들어가 보니 푸근한 분위기가 반겨줍니다. 수십 개의 장독대도 반갑습니다.

 

 

 

 

 

옛날 집을 그대로 식당으로 이용하는 듯합니다. 나무로 된 마루에 올라 나무로 된 미닫이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갑니다. 옛 할아버지집에 온 듯한 기분도 듭니다.

 

 

 

 

 

 

주문하고 음식 나오기 전에 옆 방에 가봤습니다.

 

비빔밥 하면 전주가 유명합니다. 진주도 비빔밥이 있어?라고 묻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고 보면 진주에 맛있는 게 많습니다. 진주가 지금은 지방의 중소도시이지만 경상남도의 거점도시로서 중심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역사적으로도 문화가 발달한 곳이고요.

 

 

 

 

 

메뉴는 간단합니다. 비빔밥, 불고기, 육회 뭐 고르고 할 것도 없습니다. 밥 먹으러 왔으니 비빔밥 시킵니다. 아이들 먹게 불고기도 주문합니다. 개인적으로 육회를 먹고 싶었으나 육회 먹으면 술 한 잔 해야 할 것 같고 해서 패스. 메뉴 옆으로는 진주비빔밥 유래가 적혀 있습니다.

 

진주비빔밥의 유래를 찾아보니 임진왜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진주성에서는 왜군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습니다. 전쟁통에 편하게 밥 먹을 수는 없었을 터. 부녀자들이 밥과 반찬을 하나의 그릇에 담아서 줍니다. 진주일대 소가 많았기에 소고기를 올려주었고요.

 

진주비빔밥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15년입니다. 당시 진주 나무전거리에서 대방네라 불리는 할머니에 의해서 계승되기 시작했습니다. 제철나무, 고깃국, 직접빚은 장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내는 진주비빔밥이 다시 세상에 알려진 것입니다. 이후 진주에는 진주만의 비빔밥집이 여러 곳 생겨납니다. 그중에서 천황식당이 원조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본반찬이 들어옵니다. 김치, 동치미가 있고요. 비빔밥집인데 오징어채가 나오는 게 독특하네요. 오징어채가 달달합니다. 김치는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습니다.

 

 

 

 

 

먼저 나온 불고기. 가운데 하얗게 보이는 것은 양파입니다. 불고기라고 해서 국물 자작자작하게 있는 것은 아니고요. 직접 불에 익힌 불고기입니다. 아래지방에서 '불고기'라고 해서 파는 것은 대부분 이런 스타일입니다. 광양불고기, 언양불고기. 국물이 자작하게 있는 것은 서울식 불고기. 불고기 맛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잘 먹네요. 양이 적어서 아이들이 몇 번 후루룩 하니 사라지는 게 흠이라면 흠이랄까. 결국 한 판 더 주문해서 먹습니다.

 

 

 

 

 

잠시 후 비빔밥하고 국물이 나옵니다. 이 국물이 좋네요. 고기국입니다. 소고기, 선지, 무 등이 들어있습니다. 국물맛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습니다. 국물을 먹는 순간공깃밥 넣어 말아먹고 싶습니다. 비빔밥이 어떻게 나올지 더욱더 궁금합니다. 

 

 

 

 

 

비빔밥이 나왔습니다. 색과 모양이 예쁩니다. 진주비빔밥은 화반(花飯), 꽃밥 이라고도 불립니다. 육회와 나물 황포묵까지 모양이 단정하고 예쁩니다. 밥냄새가 좋습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천황식당은 사골국물로 밥을 짓는다는군요. 고추장도 직접 만들고요.

 

 

 

 

 

안에 내용물을 보시고요. 삶은 나물이 잘게 잘라져 있습니다.

 

 

 

 

 

천황식당 비빔밥은 수수합니다. 크게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저는 그래서 맛있게 잘 먹었는데 다른 식구들은 그렇게 썩 만족스럽지는 않은가 봅니다. 뭔가 약간의 강렬함이 있었으면 하는 눈치. 먼 길 돌아왔는데 아쉽다는 것이 보입니다.

 

 

 

 

 

식당 나가면서 보니 백 선생님이 다녀가신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천황식당 오기 전에 식당 들어와서도 몰랐네요. 이분은 전생에 뭘 하셨기에 이렇게 맛있는 것만 찾아다니시는지. 

 

 

 

 

 

일반 식당에서 파는 비빔밥과는 다른 천황식당만의 비빔밥 스타일이 있습니다. 수수한 매력을 내는 천황식당의 비빔밥입니다. 3대를 이어 비빔밥을 짓고 있다는 하나만으로도 그 가치와 명성은 짐작하고도 남을 듯합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역사가 있는 식당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 진주에 여행 가서 비빔밥에 육회 올려놓고 술 한잔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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