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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영랑생가

 

강진 여행길입니다. 광주에서 버스로 강진터미널까지 왔습니다. 저는 다산초당, 백련사가 목적지입니다. 다산초당까지 가는 농어촌버스(시내버스) 출발시각이 1시간 넘게 남았습니다. 다산 정약용이 강진에 유배 와서 처음으로 머물었던 사의재를 다녀왔습니다. 터미널로 돌아가는 길에 김영랑 생가를 찾았습니다.

 

 

시인 영랑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모란이 피기까지는'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그래서인가요? 영랑생가 주변에는 모란 벽화가 많았습니다. 모란은 목단이라고도 합니다. 화투에서 6월을 상징하는 것이 목단입니다. 모란은 5~6월에 피어납니다. 꽃이 크고 화려합니다. 영랑생가 뒤로는 세계모란공원이 있습니다. 모란의 꽃말은 부귀, 왕자의 품격.

 

 

 

 

 

영랑생가는 큰길에서 살짝 올라가야 했습니다. 사의재, 영랑생가를 잇는 길을 '감성 강진의 하룻길'이라 하였습니다. 동백나무와 돌담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강진에도 돌담이 많았습니다. 문학적 감수성을 느껴보면서 길을 걸어봅니다.

 

 

 

 

 

강진은 전라남도 남쪽에 있습니다. 서울보다 확실히 따뜻합니다. 당연히 봄꽃도 일찍 피어납니다. 이번 강진 여행의 메인 테마는 백련사 동백이었습니다. 내려가기 전까지 동백이 어느 정도 피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번 겨울 추워서 별로 안 폈을 것 같았는데 영랑생가 앞에 동백이 피었습니다. 백련사의 동백도 기대가 되었습니다. 기대에 부응해준 백련사.

 

 

 

 

 

그렇게 길을 올라가면 '시문학파기념관'이 있습니다. 김영랑, 정지용, 김현구 등 당대 시인들의 역사, 삶,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시집도 읽을 수 있고요. 저는 시간이 없어서 들어가 보지 못했습니다. 

 

 

 

 

 

시문학파기념관 옆으로 영랑생가가 있습니다. 별도의 입장료는 없습니다. 후리하게 들어가서 구경하면 됩니다. 생가로 들어가 보니 책 읽는 가족 모습이 있습니다. 가족이 함께 있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뒤에 보이는 빌라 이름이 영랑빌라네요. 이름이 예쁩니다.

 

 

 

 

 

영랑생가는 안채와 사랑채가 있습니다. 위 사진은 안채입니다. 영랑 일가가 떠난 후 소유권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습니다. 그러면서 집이 변형되었다는군요. 강진군에서 집을 매입해서 복원하였습니다. 영랑은 81편의 시를 남겼는데 그중 60여 편을 강진에서 썼습니다.

 

 

 

 

 

영랑생가 사랑채 

 

영랑의 본명은 김윤식입니다. 영랑(永郞)은 아호입니다. 작품 활동을 할 때 '영랑'이라는 이름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영랑은 1903년 강진에서 태어났습니다. 강진보통학교(현재 강진중앙초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결혼했으나 사별합니다. 서울로 올라가 계속 학교에 다닙니다. 그러면서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독립운동도 하고 일본에도 다녀옵니다. 1950년 사망했습니다. 

 

 

 

 

 

김영랑의 대표시인 '모란이 피기까지는' 시비(詩碑)가 있습니다. 이 시는 1934년 '문학' 4월호에 발표되었습니다. 1935년 시문학사에서 펴낸 '영랑시집'에 제목 없이 45번이란 숫자로 실려 있습니다. 대입 시험 준비할 때 꼭 나오는 중요 시 중의 하나입니다. 문제집에 나오는 시 해설은 어렵고 재미없습니다, 그 해설 생각하지 말고 모란을 생각하면서 읽으니 사색적이 됩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생가 뒤로 울긋불긋 동백꽃이 알알이 박혀 있습니다.

 

 

 

 

 

터미널로 가는 길에 김현구 시인도 만나봅니다. 시인은 1904년 강진에서 태어났습니다. 김영랑과는 친구로서 오랫동안 지냈습니다. 1930년 시문학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활동합니다. 김현구 시인이 살아있을 때 여러 사정으로 시집을 발표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사후에 시집이 나오고 재평가받고 있습니다. 영랑생가 앞에 김현구 시인의 길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터미널로 가는 동안 어느 한정식집에도 김영랑의 시가 있습니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시입니다. 이 시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는 따로 제목이 없었습니다. 세 편의 연작시 중에 두 번째에 있어서 '2'라고만 되어 있습니다. 나중에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라는 제목이 붙습니다. 요즘 계절에 딱 맞는 시입니다.

 

돌담에 소색이는 햇발가치

풀아래 우슴짓는 샘물가치

내마음 고요히 고흔 봄 길 우에

오날 하로 하날을 우러르고 십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붓그림 가치

詩의 가슴을 살포시 젓는 물결가치

보드레한 에메랄드 얄게 흐르는

실비단 하날을 바라보고 십다

 

 

 

강진 여행길에 시인 김영랑을 만났습니다. 시인과 짧은 만남이 아쉬웠지만 감수성 가득한 시 한 수 따뜻한 봄날의 느낌을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4월 말에서 5월 초면 영랑문학제, 모란 축제도 열린다고 합니다. 그때 영랑을 만나면 더욱 빛나는 날이 될 듯합니다. 강진터미널로 가서 다산초당행 버스에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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