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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불심길 선암사에서 큰굴목재까지

 

1박 2일의 여수 순천 나들이길입니다. 둘째날은 순천의 고찰 선암사와 송광사를 보기로 합니다. 선암사와 송광사는 조계산에 있습니다. 두 절은 굴목재라는 고갯길로 이어져 있고요. 순천시에서는 두 절을 잇는 길을 '천년불심길'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천년불심길을 걸었습니다. 진짜 힘들었습니다.

 

 

전날 순천 사는 친구들과 함께 과음을 했습니다. 둘째날 아침 일찍 일어났습니다. 긴 여정이기에 서둘러 준비했습니다. 순천역에서 선암사 가는 첫차를 탔습니다. 선암사 구경을 하고, 천년불심길을 본격적으로 걸어보려 합니다. 선암사에서 송광사까지는 6.7㎞입니다. 단순 거리로는 그렇게 길지 않아보입니다. 고갯길을 넘는다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선암사에서 0.5㎞ 정도 걸어가면 조계산 생태체험 야외학습장이 나옵니다. 편백숲 가는길 따라 쭉 가면 됩니다. 안내도를 보면 야외학습장이 굉장히 큽니다. 신경써서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야외학습장을 찾는 이는 별로 없었습니다. 지나가는 등산객들 몇몇이 잠시 쉬어가는 것만 보입니다. 선암사를 가신다면 야외학습장을 꼭 가보셔야 합니다.

 

 

 

 

 

바로 이 편백나무숲 때문입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늘씬하게 쭉쭉 뻗은 편백나무들이 가득합니다. 저는 가는 길을 바로 멈추고 숲으로 들어갑니다. 숲속에서 숨을 고릅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니, 나무의 상쾌함이 시원스럽게 제 몸속으로 들어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야생화 미로원도 있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꽃이 피어있지 않았습니다. 안내문을 보니 다양한 꽃을 볼 수 있겠더군요. 진달래, 철쭉은 기본이고요. 섬기린초, 상사화, 벌개미취 등 이름조차 낯선 꽃들이 피어난다고 되어 있습니다. 계절마다 색을 달리하며 피어나는 꽃을 보면, 마음이 저절로 아름다워지겠습니다.

 

 

 

 

 

편백나무를 따라 길이 이어집니다. 편백나무가 피톤치드를 많이 뿜어낸답니다. 아토피 치료부터 해서 건강, 생활 용품에 편백나무를 많이 사용합니다. 일본이 원산지입니다. 1900년대 초반부터 방풍림으로 들어옵니다. , 우리나라 제주도와 남부지방 등에서 주로 자랍니다. 산림욕하기에도 좋은 나무입니다. 삼나무와 비슷합니다. 삼나무보다 편백나무가 피톤치드를 더 많이 내뿜는답니다. 두 나무의 잎 모양이 많이 다릅니다.

 

 

 

 

 

편백나무의 맑은 공기를 마시니, 다리에 힘이 붙습니다. 천년불심길 옆으로 계곡물이 흐릅니다. 시원한 물소리가 들려주는 청량감이 좋습니다.

 

 

 

 

 

지나가는 이들이 하나둘 쌓아 올린 돌탑







 

 

 

 

 

생각보다 오르기 힘듭니다. 출발하기 전 지도를 봤을 때는 산허리를 따라 이어지는 길로 봤습니다. 완만하니 슬슬 걸어가면 되겠지 했습니다. 그런데 이거 쉽지 않습니다. 기~일게 오르막이 이어집니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습니다. 이정표도 드문드문 있어서, 어디까지 얼마나 가야 하는지 감도 안잡힙니다. 지금 맞게 가고 있는지 의문도 들었습니다. 도대체 난 이 길을 왜 걸으려 한단 말인가? 라는 생각이 계속 이어집니다.

 

 

 

 

 

숯가마터를 지나고요.

 

 

 

 

 

'호랑이 턱걸이 바위'도 만납니다. 이 바위에 재밌는 전설이 있습니다. 이 바위 위에 호랑이 한 마리가 목을 걸치고 엎드려서, 지나가는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 호랑이는 착한 사람, 악한 사람을 구별할 줄 알았답니다. 착한 사람이 오면 슬그러미 자리를 피해 주었답니다. 악한 사람이 지나가면 길을 피해주지 않고 해치려 했답니다. 그러면 악한사람은 길을 돌아가야 했습니다.  

 

사람들은 이 호랑이를 산신령이라 불렀답니다. 호랑이가 턱을 걸치고 있어서, 호랑이 턱걸이 바위라 한 것이고요. 호랑이가 살 정도면 깊은 산 속이라는 것이었겠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착한 사람이기에, 무사히 바위 앞을 지나 갈 수 있었습니다

 

 

 

 

 

땀은 비 오듯이 쏟아지고, 목은 마르고, 다리에 힘은 빠지고 쉽지 않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습니다. 스님 한 분 봤습니다. 이게 또 생각을 달리하니 좋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회사에 나가면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시달리는 생활을 하는데, 이때만큼은 철저히 저만의 시간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자연인들이 이런 맛에 산속으로 들어가는 것인가? 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선암사에서 출발한지 1시간 정도 되어 큰굴목재에 도착했습니다. 2.3㎞를 걸었습니다. '굴목재'는 골짜기를 가로막고 있는 목재란 뜻이랍니다. 굴목재는 순우리말로 '골막이'라고 한답니다. 골막이를 한자어로 한 것이 굴목재입니다. 여기서 송광사까지는 4.2㎞를 더 가야합니다. 송광사까지 가는 길은 덜 힘들었습니다. 내리막길이기도 하고, 조계산의 하이라이트인 보리밥이 있기 때문입니다.

 

벤치에 앉아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으라차차 기운 내봅니다.

 

 

 

선암사에서 굴목재를 거쳐 송광사까지 이어지는 천년불심길을 걷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길에 당황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뿌듯한 시간이었습니다. 천년불심이라는 길 이름처럼 수행자의 마음으로 인내를 배우고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큰 굴목재에서 송광사까지는 다음번 포스팅에서 이어가겠습니다. 맛있는 보리밥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동동주도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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