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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 해운대식당

 

전라남도 장성군에는 백양사라는 절이 있습니다. 내장산 자락에 있는 백양사는 규모가 큰 절입니다. 언제나 많은 사람이 찾는 절입니다. 특히 가을에는 단풍이 곱게 물들어서, 더욱더 많은 사람이 찾는 명소입니다. 백양사 갔다가 장성역으로 향합니다. 장성역 앞에서 푸짐한 밥상을 만났습니다.

 

 

단풍여행을 즐기기에는 다소 늦은 시기였습니다. 단풍이 절정을 지났을 것 같아서 길 나서기를 머뭇거리기도 했습니다. 단풍이 아니더라도 어딘가를 향해 가고 싶은 마음에 길을 나섰습니다. 그렇게 백양사 구경을 잘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백양사 앞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려 했습니다. 버스 시간이 애매해서, 아무것도 먹지 못한체, 장성읍으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저는 광주를 거쳐 남원을 가야 했습니다. 백양사보다는 장성읍에서 광주가는 차편이 많습니다. 백양사 입구에서 출발한 시내버스는 30여 분을 달리니 장성읍으로 들어옵니다. 장성은 '옐로우시티'라 불립니다. 노란색을 슬로건으로 내건 것이 인상적입니다.

 

 

 

 

 

버스타고 가면서 광주가는 차 시간 검색 해봅니다. 기차를 타기로 합니다. 장성역에 도착해서 30분 정도 여유시간이 있겠더군요. 30분이면 간단하고 빠르게 밥 먹을 수 있겠더군요. 장성역 맛집으로 검색하니 해운대식당이 나옵니다. 전라남도 장성에서 만나는 해운대가 어색하면서도 반갑습니다. 동서화합의 현장 같기도 하고요. 해운대식당은 장성에서는 꽤 이름난 식당인 것 같았습니다. 모범음식점이기도 했고요.

 

 

 

 

 

식당으로 들어가서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제가 식당에 도착했을 때는 1시 20분 정도였습니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이었지만 식당에는 손님으로 북적였습니다. 한창 열심히 먹고 손님이 빠졌을 때 식당 내부를 찍었습니다. 금방 먹고 나가려 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래에서 이어집니다.

 

 

 

 

 

해운대라는 식당 이름만 보면 해산물 파는 식당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밥집입니다. 정식이 있고, 단품이 있습니다. 저는 애호박찌개가 먹고 싶었습니다. 전라도에서는 애호박과 돼지고기를 넣고 팍팍 끓여서 찌개를 만들어 먹는데 이게 별미입니다.

 

제가 혼밥을 잘 합니다. 메뉴판에 '정식'이라고 쓰여 있으면, 대부분 1인분 주문이 안 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푸짐한 전라도니까 혹시나 해서 '애호박찌개정식'이 1인분만 가능한지 물었습니다. 가능하답니다. 오 대박. 막걸리도 함께 주문했습니다.

 

 

 

 

 

주문하고서 10분 정도 지났을까요? 셀 수 없이 많은 접시가 제 앞에 펼쳐집니다. 난 그저 애호박찌개정식을 주문한 것뿐인데, 정식에 추가되어 나오는 전복장과 고등어구이만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수많은 반찬에 제대로 놀랐습니다. 메인 메뉴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밑반찬만 20개입니다. 전라도 식당의 포스는 예전부터 알았지만, 이건 진짜 놀랐습니다. 1만 원짜리 백반정식이 한정식이 되었습니다.

 

 

 

 

 

반찬 하나하나 보면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대단히 맛있다는 느낌까지는 아닙니다. 집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집 반찬 느낌입니다. 전라도의 이런 화끈하고 푸짐한 음식은 언제나 놀랍고 좋습니다.

 

 

 

 

 

준비하시는 정성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밥이 노란색입니다. 좁쌀이 들어간 노란색이 아니고, 밥 전체가 노란색입니다. 치자로 밥물을 했을 것 같은 합리적 의심이 듭니다. 건강식을 먹는 기분입니다. 어렸을 때 집에 치자나무가 있었습니다. 하얀 치자꽃이 피어나면, 화사한 꽃향기가 집안 가득 퍼졌습니다.

 

 

 

 

 

잠시 후 애호박찌개가 나왔습니다. 그릇도 제법 큽니다. 숟가락을 넣어 건더기를 푹 건져보았습니다. 묵직하니 풍성합니다. 이 찌개만 가지고도 밥 2공기는 먹겠더군요.

 

 

 

 

 

고등어도 튼실한 놈으로 한 마리 나옵니다. 고등어구이 나올 때, 제가 정식 주문이 가능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애호박찌개는 나왔는데, 고등어구이가 안 나옵니다. 아주머니에게 고등어는 언제나오나요? 라고 물었습니다. 아주머니가 주방에 가서 이야기 합니다. 주방 쪽에서 정식은 1인분 주문이 안되는데 왜 받았느냐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뭔가 느낌이 이상합니다.

 

알고 봤더니 제가 주문한 아주머니가 이날 첫출근이었던 것입니다. 식당 룰을 몰랐던 것입니다. 메뉴판에 2인분 이상이라는 말이 없으니, 의심 없이 주문 가능한 것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신입사원 아주머니 덕분에 횡재했습니다. 먹을 복 있는 놈은 어디서도 잘 챙겨 먹습니다.

 

 

 

 

 

전복장은 꼬마전복이네요. 500원짜리 동전보다 조금 큰 꼬마전복. 

 

 

 

 

 

드디어 풀 세팅이 완성되었습니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저는 짧게 먹고 금방 나갈 계획으로 들어왔습니다. 버스 타고 오면서 장성역에서 광주송정역까지 무궁화호 기차표를 예매까지 했습니다. 이렇게 거하게 나온 밥상을 보니, 후딱 먹고 나갈 성질이 아니었습니다. 이걸 다 먹어야겠다는 불굴의 의지가 샘솟았습니다.

 

그래서 기차 시간을 다시 조회해보니 무궁화호 다음에 20여 분 후 출발하는 새마을호가 있습니다. 무궁화호 기차를 수수료 내면서 취소했습니다. 무궁화호보다 두 배 가까이 돈을 더 주고, 새마을호를 타기로 합니다. 내가 이거 다 먹는다. 도전합니다. 그 결과는 아래에 있습니다.

 

 

 

 

 

정식 주문하면서 막걸리도 함께 주문했습니다. 장성 막걸리는 산소 막걸리네요. 맑고 깔끔한 맛이었습니다. 막걸리 한 병만 먹었음에도 반찬이 많이 남았습니다. 한 병 더 추가해서 2병 마셨습니다. 산소 막걸리 만드는 회사가 청산녹수라는 곳이더군요. 청산녹수는 농림수산식품부 선정 '찾아가는 양조장'입니다. 다음에 장성이나 백양사 방문할 일이 있다면 청산녹수도 찾아가 봐야겠습니다.

 

 

 

 

 

후식. 식혜는 셀프

 

 

 

 

다 먹었습니다. 혼자서 다 먹었습니다.

 

 

 

 


해운대식당은 장성역 바로 앞에 있습니다. 든든하게 먹고 기차에 오릅니다. 배도 부르고, 막걸리 한잔 걸치니 괜히 기분도 좋고요. 히히. 장성역에서 광주송정역까지는 기차로 12분 걸립니다. 장성역 옆이 장성터미널이 있습니다. 장성터미널에서 광주까지 시내버스도 다닙니다.

 

 

 

 

푸짐하게 잘 먹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습니다. 애호박찌개가 제 입맛에는 잘 맞았습니다. 이렇게 반찬 많이 나오면, 재활용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하실수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그건 아니었습니다. 잔반 치우는 거 보니까 한곳에 다 털어넣고 치우더군요. 주변을 보니 매운갈비찜 정식도 많이 드시더군요. 이렇게 맛있는 우연이 이어지는 것이 여행의 묘미고 사는 즐거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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