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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용소막성당

 

성당이라는 공간이 주는 느낌이 있습니다. 엄숙하고 정숙할 것만 같습니다. 천주교 신자가 아니라면 가까이 다가가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성당 구경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성당을 가면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괜히 예수님 동상 앞에서 소원도 빌고 투정도 부려봅니다. 강원도 원주 나들이길에 찾은 용소막성당에서도 좋은 느낌을 받습니다.

 

 

이날 아침에는 치악산에 있는 구룡사라는 절을 찾았는데 마지막은 성당을 찾았습니다. 하루에 불교와 천주교를 모두 경험하는 종교 대통합이었습니다.

 

터득골 북샵을 갔다가 용소막성당을 찾았습니다. 성당은 원주의 남쪽에 있습니다. 충청북도 제천 가까이에 있습니다. 내비게이션 검색을 하니 1시간 가까이 걸립니다. 거리가 멀어서 가지 말까? 잠시 고민도 했습니다. 하지만 끌림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꼭 가야 할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 덕분에 드라이브하면서 저만의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붉은 벽돌을 촘촘히 올리고 창은 아치형으로 만들었습니다. 첨탑 위에는 십자가가 빛나고 있습니다. 성당 주변으로는 아름드리나무가 성당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그렇게 크지 않으면서 한눈에 쏙 들어오는 예쁜 성당입니다. 용소막성당은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06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용소막성당이 자리한 용소막 마을의 지형이 용을 닮았답니다. 마을 뒷산이 용의 머리 부분이어서 용소막이라고 불린답니다. 

 

 

 

 

 

 

 

 

성당 하면 사람이 많이 사는 주거지, 도심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용소막성당은 어느 한적한 농촌의 들녘 한가운데 있습니다. 성당 주변으로 마을이 크지도 않습니다. 성당이 있는 신림면 중심에서도 멀어서 걸어오기도 힘든 곳입니다. 이런 곳에 성당이 만들어진 연유가 궁금합니다.

 

 

 

 

 

용소막성당은 처음에는 지금의 신림역 뒤에 지으려 했답니다. 서울 지하철 신림역이 아니고 중앙선에 있는 간이역입니다. 어느 날 할아버지 한 분이 나타나 30년 후에 이곳에 철마가 지나갈 것이니 산밑에 성당을 지으라는 말을 전했답니다. 실제로 30년 후에 중앙선 철도가 놓이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성당을 한 바퀴 돌아봅니다. 나무가 있는 쪽에서 바라보니 성당이 더욱더 예쁩니다. 용소막성당은 풍수원성당, 원주성당에 이어 강원도에서 3번째로 만든 성당입니다. 풍수원성당은 원주 옆 횡성에 있습니다. 풍수원성당은 제가 애정하는 성당입니다. 천주교 믿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원주 일대에 성당이 만들어진 것은 천주교 박해와도 관련 있습니다. 천주교 박해가 심해지면서 신자들은 박해를 피해 인적이 드문 곳으로 들어갑니다. 당시 깊은 산골이었던 곳에 풍수원성당, 용소막성당 등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용소막성당은 1898년 초가집에서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원주 본당에 속해있었습니다. 1904년(광무 8)에 독립된 성당이 되었습니다. 1914년 3대 주임신부로 시잘레 신부가 부임하면서 성당 공사를 시작합니다. 시잘레 신부가 직접 설계하고, 중국인 기술자를 데려와 공사를 시작하여 1915년 준공하였습니다. 지은 지 100년이 넘은 성당입니다. 100년이라는 시간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단단하고 정돈되었습니다.

 

 

 

 

 

성당 앞에 공터에 표석이 있어서 가까이 가봤습니다. '선종완노렌조신부생가터'라 적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구약성경의 원문인 히브리어와 희랍어를 우리말로 최초로 번역하신 분이 선종완 신부입니다.

 

 

 

 

 

용소막 성당에는 선종완라우젠시오사제 유물관이 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끝난 후 1965년 이후 전 세계 가톨릭교회는 성경을 자국의 언어로 번역하고자 하는 운동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선종완 신부가 번역을 시작하였습니다. 번역을 마칠 무렵 선종완 신부는 간암 말기를 알게 되었습니다. 번역작업은 계속 이어서 하셨고 마지막 교정을 마치고 다음 날 선종하셨습니다.

 

저는 성경에 관해서도 잘 모릅니다. 한 분야를 위해 자신을 헌신한다는 것. 지금이야 자료가 많이 있다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방대한 성경을 번역하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하셨을 선종완 신부의 노고에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현재 유물관은 들어갈 수 없습니다.

 

 

 

 

 

성당 옆으로 수령이 150년 이상 된 느티나무가 성당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 나무는 성당을 찾는 신자들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그늘을 만들어주고, 비바람을 피하게 해 주었을 것입니다. 성당을 지켜주는 나무로써 굳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낙엽 밟을 때마다 들려오는 소리가 좋습니다.

 

 

 

 

 

 

 

느티나무와 함께하는 용소막성당

 

 

 

 

 

 

 

종탑에서 종이 울리는 것 같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이 종을 공출해 갔답니다. 한국전쟁 때는 북한군이 성당을 창고로 사용하기도 했었답니다.

 

 

 

 

 

성당에 가면 성모마리아에게 기도합니다. 기도하기 전에 초에 불을 밝힙니다. 마음이 좀 더 경건해집니다. 기도를 더 잘 들어주실 것만 같습니다. 돈을 함에다 셀프로 넣고 불을 밝히면 됩니다. 그런데 현금이 없습니다. 사무실은 잠겨있습니다. 이번에는 초를 밝히지 못하고 기도만 올렸습니다.

 

 

 

 

 

성당 뒤로 가면 산길로 접어들고 십자가의 길이 이어집니다. 예수님이 재판을 받고 무덤에 묻히기까지 고난의 순간을 14장면으로 묘사한 것입니다. 용소막성당뿐만 아니라, 다른 성당이나 성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십자가의 길을 거닐며 예수님의 향한 사랑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십자가를 등에 지고 가는 고통의 순간은 보기 힘들었습니다.

 

 

 

 

 

 

계단을 오르면 사제관과 수녀원으로 연결됩니다. 일반인은 출입금지입니다.

 

 

 

 

 

 

사제관 앞 계단에 강아지 한 마리가 있습니다. 강아지의 눈매가 매섭습니다. 사제관과 수녀원을 지키고자 하는 포스가 느껴집니다. 내가 지키고 있으니 함부로 올라오지 말라는 듯한 모습입니다.

 

 

 

 

 

 

 

 

오늘은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내일은 예수님이 세상에 태어나신 날. 크리스마스입니다. 다들 느끼시겠지만 올해는 크리스마스의 신나고 즐거운 분위기가 잘 나지는 않습니다. 조용하게 보내는 연말 크리스마스입니다. 용소막성당을 다녀온 지는 시간이 흘렀지만 성당이 주는 온화함은 기억에 진하게 남아 있습니다. 해 질 녘 풍경이라 더욱더 온화함이 느껴졌는가 봅니다. 용소막성당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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