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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 장승공원, 칠갑산맛집

장승은 처음 볼 때는 무섭게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해학적인 모습에 정이 갑니다. 충청남도 청양 칠갑산 자락에 장승공원이 있습니다. 다양한 모양의 장승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칠갑산 등산하기 전에 찾은 맛집도 소개합니다.

산에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전문적으로 정기적으로 등산하는 것은 아닙니다. 꼭 정상이 아니더라도 산을 오르고 숲을 거닐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청양 칠갑산을 가보고 싶었습니다. 진짜 콩밭 매는 아낙네가 있을지도 궁금했고요.

칠갑산 등산로가 여러 곳입니다. 장곡사에서 출발하기로 합니다. 장곡사로 들어가기 전에 장승공원이 있어서 함께 둘러보았습니다. 별도의 입장료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 공원의 모습이고, 공원 안에 수많은 장승이 모여 있습니다.

 

 

칠갑산 주변 마을 10여 곳에서는 매년 정월대보름 전후로 장승제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장승 문화가 남아 있고, 이를 널리 알리고자 1999년 5월 칠갑산장승축제를 개최하였습니다. 장승공원은 축제를 개최하면서 만든 공원입니다. 약 350점의 장승이 있습니다. 장승축제는 이후로도 매년 개최하고 있습니다. 2020년은 아시다시피 코로나 19로 인하여 열리지 못했습니다. 코로나 19가 하루빨리 끝나서, 전국적으로 많은 축제가 열릴 수 있길 바랍니다.

 

 

장승은 지역 간의 경계를 나타내거나 마을의 이정표 역할을 했습니다. 마을의 수호신으로서 마을 입구에 서 있습니다. 나무로 만든 것은 비바람에 썩기 때문에 2~3년마다 새로 만들기도 합니다. 돌로 만든 석장승도 있습니다. 제주도에 있는 돌하르방도 장승의 한 종류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장승의 기원에 관해서는 다양한 설이 많습니다. 그중에서 솟대, 선돌, 서낭당에서 유래했다는 설을 가장 높게 보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고대의 남근숭배, 사찰의 토지경계에서 나왔다는 썰도 있습니다. 759년(신라 경순왕 18)에 장승에 대한 기록이 처음 나온답니다. 오래전부터 장승을 만들어왔다는 것인데, 실제로 전국적으로 널리 퍼진 것은 조선시대부터라는군요. 

 

 

위 사진 오른쪽에 가느다란 막대기가 있고, 막대의 끝에는 새가 조각되어 있는 것이 솟대입니다. 솟대라는 이름은 삼한시대 소도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소도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신성한 지역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을의 안전과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로 솟대를 만들었습니다. 

솟대 위에 있는 새 조형물은 오리, 기러기를 표현하였습니다. 오리, 기러기 등은 물을 좋아합니다. 물이 풍족하기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농사와도 관련 있습니다. 새가 신의 심부름꾼으로서 인간 세상의 어려움을 신에게 전달하는 역할도 했다는 것입니다.

 

 

칠갑산 장승공원에는 국내 최대 크기의 장승이 있습니다.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장승의 높이는 11.5m입니다. 뒤에 있는 일반적인 장승과 비교하시면 그 크기를 실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천하대장군은 남자를 의미하고, 지하여장군은 여자를 의미합니다. 두 개가 세트로 있습니다. 예전에는 남자가 하늘, 여자가 땅이라면서 남자를 떠받들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곤 했습니다. 말도 안되는 것이죠. 요즘은 땅값이 비싸서 여자가 더 우대해야 한다는 우스개 이야기도 있습니다.

 

 

장승은 마을마다 직접 깎아서 만들기에 모양이 다 다릅니다. 얼핏 보면 무서워서 피할 수도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매서운 눈매 뒤로 해학적인 모습이 있습니다. 귀엽기도 하고요. 겉으로는 무서워도 속정이 깊어 보입니다.

장승의 모습은 시대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태평한 시대에 만든 장승은 표정이 좀 더 밝습니다. 반대로 험난한 시대는 표정이 어둡고요. 특히 일제강점기에 만든 장승은 울분을 담고 있기에 무섭고 강렬한 표정을 갖고 있습니다. 요즘 장승을 만든다면 어떤 표정일까요? 어두운 표정으로 만들까요? 

 

 

장승공원의 장승들은 다양한 테마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지역별로 장승이 어떻게 다른지, 장승 조각가들이 새로운 형태의 장승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시대별, 지역별로 구분하기도 했습니다. 외국의 토템문화와 장승을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위 사진에서 앞줄 세 개의 장승은 외국의 토템을 전시하는 것입니다.







 

 

장승공원을 구경하고 밥 먹으러 갑니다. 장승공원 주변으로 식당이 여럿 있습니다. 그중에서 '칠갑산 맛집'이라는 식당을 찾았습니다. 맛있어서 맛집이 아니고, 식당 이름이 맛집입니다. 얼마나 맛있기에 식당 이름이 맛집인지 기대합니다. 식당 앞에 항아리가 많은 것을 보니, 장맛이 있겠구나 하는 기대가 높아집니다. 식당 입구에는 다양한 나물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식당은 여느 등산로 식당과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자리에 앉아 메뉴를 봅니다. 묵, 전, 두부 등 등산로 식당에서 볼 수 있는 음식이 기본으로 있습니다. 안주류로 배를 채울 수는 없기에 식사류를 살펴봅니다. 토속정식이 다른 곳과 다른 것 같아 주문합니다. 그런데 토속정식은 1인분이 안된답니다. 1인분이 되는 것은 나물비빔정식뿐이랍니다. 혼밥에 익숙한 여행자이지만, 이렇게 1인분 안되는 것을 보면 섭섭합니다. 

 


기본 반찬이 깔립니다. 토속적인 분위기 반찬입니다. 가운데 나물은 비빔밥용입니다. 물김치와 묵무침이 입맛에 맞아서 잘 먹었습니다. 과자는 도토리묵을 튀긴 것 같습니다. 고기는 없고 오로지 채소만 있습니다. 건강한 밥상입니다.

 

 

양은대접에 하얀 쌀밥이 담겨 나옵니다. 나물을 밥 위에 올립니다. 고추장을 넣고 팍팍 비벼봅니다. 고추장이 직접 담근 것으로 보입니다. 시판용 고추장하고는 느낌이 다르더군요. 비비면 비빌수록 고소한 향이 살며시 올라옵니다. 이게 산에서 먹는 비빔밥의 매력 아니겠습니까?




청국장은 기본으로 나옵니다. 청국장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두부 넣고 자박자박 끓여서 먹으니 구수하니 좋습니다. 칠갑산에 왔으니 칠장주도 마셔보기로 합니다. 그렇게 비빔밥과 청국장 그리고 칠장주까지 한 상 거하게 차려졌습니다. 1인분이 안된 섭섭함은 있지만, 이렇게 펼치고 보니 근사한 한 상이 만들어졌습니다. 꽤 조화로운 맛이었습니다.

 

밥 먹고 계산하는데 칠장주 값을 빼고 계산하셨더군요. 여기서 잠깐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냥 갈 것인가? 뒤돌아가서 칠장주 값을 낼 것인가? 사실 이거는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문제죠. 바로 되돌아가서 칠장주 값을 지불하였습니다. 

지금은 아파트가 많아서 마을 입구에 장승을 두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시골에도 잘 없고,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평생 보아야 할 장승을 하루에 다 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비빔밥도 잘 먹었고요. 몸과 마음이 든든하니 다리에 힘이 붙고, 칠갑산 정상까지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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