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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서울의 중심 종로를 거닐면, 고층빌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게 올라 있습니다. 종로를 거닐다 옆길로 빠집니다. 인사동을 가기 위해서입니다. 현대적일 것만 같은 서울 도심에 옛 모습이 남아있는 거리 인사동입니다. 서울에서 친구를 만나고, 인사동에서 밥 먹고 차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나무를 보면 아시겠지만 봄이 시작되기 전 인사동입니다. 평일 낮이었는데 사람이 너무 없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날 바람도 많이 불고, 아침 날씨가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인사동 하면 고미술, 화랑, 필방 등이 떠오릅니다. 이런 인사동 모습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인사동에 일본인 대상으로 고미술품 거래하는 시장이 만들어졌습니다. 일본이 우리 문화재 수탈을 위한 창구가 되었습니다. 1960년대부터는 명동, 충무로 등지에 있던 미술 관련 상점들이 인사동으로 모여듭니다.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했기 때문입니다. 전시장도 들어서고, 미술의 중심지가 됩니다.










밥 먹으러 찾은 곳은 '툇마루집된장예술'입니다. 줄여서 툇마루라고도 많이 불립니다. 인사동 중심 사거리 부근에 있습니다. 이 집을 처음 찾을지는 약 20년 전입니다. 여행 동호회 모임이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대학 다니던 친구가 잘 아는 곳이라면서 동호회 회원들을 이끌고 갔습니다.

식당은 특이하게 지하와 2층에 있습니다. 1층은 없어요. 주로 지하로 들어가다가 이번에는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시간이 애매해서 그런지 손님은 없습니다. 주로 저녁 퇴근길에 막걸리 한잔하러 오는 손님이 많습니다. 인사동답다고 해야 할까요? 흘려 쓴 것처럼 보이지만 또박또박 써 내려간 메뉴판에 쓰인 글씨체도 범상치 않고, 도자기 같은 고미술 흔적도 보입니다.



툇마루의 시그니처 메뉴인 된장비빔밥을 주문합니다. 몇 가지의 반찬과 채소가 나옵니다. 반찬은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열무김치, 장조림은 갈 때마다 만나는 반찬입니다. 중요한 것은 채반에 나오는 채소입니다. 채소가 잘게 잘려져 있습니다. 채소는 부추와 치커리입니다. 밥에 넣고 비빕니다.



인사동에 왔으면 막걸리 한잔해야지요. 툇마루는 막걸리 마시기에 분위기가 좋습니다. 막걸리 안주로도 좋은 것이 많습니다. 김치전, 도토리묵은 기본이고요. 북어찜, 식해(식혜 말고, 생선 삭힌 식해)와 먹어도 좋습니다.



입 짧은 친구도 먹을 수 있는 김치전으로 주문합니다. 겉바속촉 김치전이긴 한데, 이날은 내용물이 좀 부실합니다.



기본으로 나오는 북엇국. 그러고 보니 북엇국 파는 집이 별로 없습니다. 기본으로 나오는 집은 더더욱 없습니다. 계란 살짝 풀어낸 북엇국 한 그릇만으로도 막걸리 맛이 더 좋아집니다. 비빔밥과도 잘 어울립니다.



이제 비빔밥을 먹어보겠습니다. '툇마루집된장예술'이라는 식당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된장이 포인트입니다. 된장으로 비빔밥을 먹습니다. 된장 안에 두부, 고추가 들어있고 자글자글 끓어 나옵니다. 찌개와 강된장의 중간 정도입니다.



보리밥이 나오고요



밥에 된장과 잘게 잘린 채소를 넣고 비벼 먹습니다.

우리가 흔히 비빔밥이라 하면 여러 가지 나물을 넣고 고추장으로 비벼 먹는 것을 주로 생각합니다.
조선시대에도 고추장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고추장이 지금처럼 대중화 된 것은 1960년대부터입니다.

그전에는 간장이느 된장으로 비벼 먹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된장으로 비비면 더 구수합니다. 된장으로 비벼 먹는 것이 함경도식이라더군요. 여기에 전라도 스타일을 더하면서, 툇마루만의 된장비빔밥이 완성되었답니다. 구수하니 부담도 없고, 밥 한 공기 뚝딱 해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밥 먹고 찾은 곳은 '경인미술관 전통다원'입니다. 경인미술관에서 운영하는 전통찻집을 갈 것입니다. 인사동 좀 아는 분들이라면 한두 번은 찾았을 곳입니다. 고층빌딩이 가득한 서울 한복판에 한옥으로 다소곳하게 자리 잡은 찻집입니다. 미술관이기에 미술전시관도 있고, 작품 관람도 할 수 있습니다. 주로 차 마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경인미술관은 1983년 경인(耕仁) 이금홍 선생이 설립한 미술관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습니다. 선생의 아들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인미술관은 1800년대 실학운동가 박영효 선생이 잠시 살던 저택에 만든 것입니다. 박영효 선생은 조선 영혜옹주의 부마입니다. 한옥은 남산한옥마을로 이전했습니다. 터에 경인미술관과 찻집을 만든 것입니다.

사진 속의 한옥이 전통다원, 찻집입니다. 다원 옆으로 미술 전시관이 있습니다.

* 부마 : 공주/옹주의 남편, 임금의 사위
* 옹주 : 후궁의 딸
* 영혜옹주 : 철종과 후궁 범씨의 딸




다원 안으로 들어옵니다. 통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근사합니다. 실내와 실외 한옥의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펼쳐집니다. 통창 너머로 나무들이 손을 맞잡으며 자연을 보여줍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이렇게 자연을 벗 삼으며, 계절의 변화를 보며 차 한잔 마실 수 있는 곳이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봄이면 초록의 잎으로, 가을이면 단풍으로, 비가 오면 비를 바라보는 시선이 좋습니다. 좌석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전통다원이라 쌍화차, 생강차, 유자차 등등 소위 전통차라 불리는 것들이 주메뉴입니다. 커피도 있습니다. 전통다원까지 와서 커피 마시면 재미없을 것 같습니다. 전통차 가격은 7~8천 원 정도 합니다. 곁들임 음식으로 유과 모둠떡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차 맛이 특별하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분위기와 함께 먹기에 적당한 정도.



서울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도시입니다. 그 이전에 수백 년을 이어온 역사 도시입니다. 도시가 성장하면서, 옛 모습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인사동은 옛것을 보존하려는 마음이 담긴 곳이라 좋습니다. 인사동을 거닐며 구경하고, 된장으로 밥을 비벼 먹고, 전통차를 마시며 보내는 시간은 특별하고 재밌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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