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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 상진다방

 

문래동에서 약속이 있었습니다. 문래동에 일찍 도착해서 문래동 일대를 돌아다녔습니다. 문래동은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곳입니다. 문래동 일대를 거닐다가 우연히 다방 하나를 발견합니다. 지미유를 만납니다. 다방에서 재밌는 시간을 보냅니다. 쌍화차와 함께.  

 

지하철 2호선 문래역에서 내려서 7번 출구로 나옵니다. 조선시대 문래동은 경기도 시흥군에 속했습니다. 당시에는 사촌리(모랫말)라 불렸습니다. 안양천과 도림천 옆에 있어서 모래가 많았답니다. 1936년 경성부로 편입되어서는 사옥정(絲屋町)이라 불렸습니다. 면직물 공장이 많이 있었다는군요. 모랫말을 음차해서 문래동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문익점의 목화 전래를 계기로 문래동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거리를 걷다보니 쇠 자를 때 나는 굉음이 들립니다. 문래동은 철공소 거리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철을 자르고 다듬는 작은 공장들이 문래동 일대에 가득합니다. 상당히 큰 마스크가 보입니다. 설치미술입니다. 작품명은 '바가지'. 용접할 때 얼굴 보호하려고 쓰는 마스크를 현장에서는 바가지라고 한답니다.

 

문래동 곳곳에서 설치 미술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문래동에는 철공소 거리 속에 '문래창작촌'이 있습니다. 홍대, 대학로 등에서 활동하던 젊은 예술가들이 철공소 빈 공간에 들어와 예술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철공소와 예술가들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문래동 철공소 거리는 원래 주거지였습니다. 1960년대 경제개발계획에 따라 영등포 일대가 산업단지로 개발되면서, 문래동에 철공소와 관련 업체가 모여들었습니다. 수도권에 철강 자재를 공급하는 중심지가 되었고, 수천 개의 공장이 모여들었습니다. 1990년대 들어 값싼 중국 제품이 들어오고,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문래동 위기를 맞습니다. 

 

 

 

 

무작정 문래동의 골목과 골목 사이를 걸어보았습니다. 사진 가운데 테이블에 앉아 있는 하얀 사람 보이시나요? 사람일까요? 조형물일까요? 사람이 분장한 것이었습니다. 깜놀. 




 

 

 

 

문래역에서 나와 걷다가 큰길(도림로)을 건넙니다. 문래동 우체국이 보입니다. 누가 오라고 손짓한 것도 아닌데, 우체국 옆골목으로 들어갑니다. 상진다방을 발견합니다. 다방 간판이 옛스럽습니다. 그 아래 '놀면 뭐하니?'에 나왔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지미유(유재석 부캐)가 보입니다. 다방이 어떤 곳일까 궁금했습니다.  

 

 

 

 

약속시간은 많이 남았고, 다방을 가보기로 합니다. 1층에서 봤을 때는 영업을 하는지도 불명확했습니다. 문 닫혀있으면 그냥 내려오지 뭐. 

 

 

 

 

다방에 올라가니 사장님 한분이 있습니다. 사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놀면 뭐하니? 현수막이 걸려 있는 것을 보니 맞게 들어온 것 같습니다. 손님은 아무도 없습니다. 손님이 저 혼자이니 뭔가 분위기가 싸합니다. 

 

 

 

 

방송장면 캡쳐.

 

 

 

 

다방에 왔으니 차 한잔은 마셔야겠지요. 테이블에 메뉴가 있습니다. 딱 3종류만 있습니다. 다방에서는 달다구리한 커피를 마셔야 할 것 같지만, 이날은 쌍화차를 마시기로 합니다.

 

 

 

 

쌍화차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고 바로 나왔습니다. 예상했던 비주얼 그대로입니다. 쌍화차의 한약향이 있고, 안에는 여러 가지 고명이 들어 있습니다. 

 

 

 

 

쌍화차의 하이라이트 계란 노른자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차에 계란이 들어간다는 것이 어울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식물성과 동물성의 만남이 어색하다는 것이죠. 언제부터인가 쌍화차하면 노른자가 꼭 떠오릅니다. 노른자는 쌍화차하고 같이 먹는 것이 아닙니다. 숟가락을 떠서 노른자만 쏙 먹으면 됩니다. 터치면 안돼요. 

 

제가 알기로는 옛날 단백질 공급이 쉽지 않은 시절에 영양보충의 일환으로 노른자를 넣어서 팔기 시작했답니다. 커피에도 노른자 넣어서 주기도 했다더군요. 

 

 

 

 

창 밖으로 바라본 문래동 풍경

 

 

 

 

사장님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방송에 어떻게 나오게 되셨어요? 하고 물어봤습니다. 처음에는 god 박준형 와썹맨에 출연한 것이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얼마 있다가 놀면 뭐하니? 측에서 찾아와서 촬영했고요. 놀면 뭐 하니?에서 환불원정대 매니저를 뽑을 때 지미유가 이곳에서 면접을 봤습니다. 저도 방송에서 봤습니다.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 씨가 여러 가지 부캐(부캐릭터)로 변신하면서 이어가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러면서 화분을 소개합니다. 슈퍼주니어 멤버들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슈퍼주니어 신동이 상진다방에서 유튜버 방송을 촬영하고, 슈퍼주니어 멤버들이 화분을 보내주었다고 하더군요. 

 

 

 

 

옛날 텔레비전, 라디오, 에어컨. 에어컨 위에 휴대용 텔레비전이 인상적입니다. 




 

 

 

 

그렇게 차를 마시고 있는데, 저보고 잠깐만 있어 달라고 합니다? 네? 사장님이 배달을 다녀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낯선 손님을 뭘 믿고 가시는지. 사장님은 금방 올게요 하더니 배달하러 나갔습니다. 갑자기 다방 안에는 저 혼자 남았습니다. 문제는 사장님이 생각보다 빨리 안 오십니다. 약속시간은 남아 있지만, 차 값을 드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잔돈이 없어서 그냥 가기도 그렇고, 아무튼 계속 기다리면서 다방 구경을 합니다. 

 

 

 

 

주인도 없는 다방에서 혼자 기웃기웃 구경합니다. 손님이 오면 어떻게 하지 했는데, 다행히도 올라오는 손님은 없습니다. 놀면 뭐하니? 현수막만 없으면 영락없는 1970년대 다방 모습입니다. 저도 모르게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요즘이야 동네마다 카페가 많다지만, 옛날에는 동네마다 다방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사장님은 너무 늦게 오시진 않았습니다. 다방에서 나와 친구와 밥 먹기로 한 식당으로 향합니다. 다방 옆에 은진포차라는 식당을 지납니다. 백반기행 프로그램에 나왔군요. 방송에 나와서 관심 갔다기보다는 안주에 눈길이 갑니다. 검색해보니 철마다 좋은 안주를 만날 수 있나 보군요. 은진포차도 찜. 

 

 

 

 

상진다방에서 만난 옛날 풍경이 새로우면서도 반갑습니다. 다방에 나와서 밥 먹고 문래동 일대를 좀 더 걸었습니다. 문래동의 매력이 느껴졌습니다. 철공소의 쇳덩어리가 보이고, 기계와 철이 만나 나는 거친 소리가 들립니다. 거친 아저씨들이 찾는 옛 식당만 있을 줄 알았습니다. 외쿡 스타일의 식당과 카페, 빵집도 사이사이 보이더군요. 앞으로 문래동의 여러 모습을 만나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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