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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시간이 멈춘 마을


시간이 흐르면서 공간도 변합니다. 없던 것이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하고, 있던 것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공간의 변화를 통해 시간을 읽습니다. 판교로 시간여행을 갑니다. '판교'라는 지명만 놓고 보면 서울 아래 판교신도시를 먼저 떠오르실 테지만, 이번에 찾은 곳은 충청남도 서천군 판교면입니다. '시간이 멈춘 마을'로 불립니다.

판교역이 있습니다. 평택역에서 6시 31분에 출발하는 무궁화호에 탑승합니다. 용산역에서 출발해서 익산역까지 가는 기차입니다. 장항선 내 다른 역 홍성, 광천, 청소, 대천역 등과 연계해서 함께 다녀오시는 것도 좋습니다. 장항선에 있는 기차역들이 아기자기하게 볼 것이 많습니다. 저는 청소역 추천합니다.



평택역에서 판교역까지는 2시간 10분 정도 걸립니다. 용산역 출발이면 3시간 정도 걸리겠군요. 판교역 천장에 스테인드글라스로 꾸며놓은 것이 예쁩니다. 판교역 안에 챙겨야 할 것이 있습니다. 판교 '시간이 멈춘 마을' 스탬프 지도입니다. 스탬프 지도가 있어야 판교 여행이 더욱더 즐겁습니다.



서울 아래 '판교'와 서천군 '판교' 한자는 같습니다. 板橋. 두 곳 다 나무판자로 만든 다리라는 뜻입니다. 장항선 직선화하면서 2008년에 현재 위치로 이전하였습니다. 옛날 판교역은 마을 안에 있습니다.



판교역에서 나와서 광장 왼쪽으로 돌아서 지하도를 건너면 판교 마을로 들어섭니다. 스탬프를 다 찍으면 기념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스탬프 지도를 보면 '도토리를 따라가세요'라고 되어 있습니다. 도토리가 방향을 알려줍니다.

판교가 지금은 작은 농촌마을이지만, 한때는 극장, 주조장 등도 있는 번성한 마을입니다. 충남 3대 우시장 중 하나였습니다. 그만큼 사람의 왕래가 많았습니다. 판교 여행은 옛날 건축물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판교역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오성초등학교가 나옵니다. 학교 앞에 도토리가 있습니다. 마을 주변 산에 도토리나무가 많았답니다. 1980년대까지 마을 주민들은 도토리묵을 만들어 판매를 하였다는군요. 그래서 혹시 도토리묵을 먹어볼 수 있을까 했는데, 마을 안에 묵 파는 곳이 없었습니다. 도토리를 스토리텔링으로 엮어서, 도토리묵도 먹고, 막걸리 먹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초등학교를 돌아서 마을로 들어갑니다.



담벼락을 넘어 넝쿨이 올라온 장미, 길가에 피어난 양귀비, 이름 모를 들꽃들이 손짓하는 시골길 걷는 기분이 좋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산책 나와 즐겁게 노래 부르며 거니는 세 자매의 모습이 무척 귀엽습니다.

첫 번째 스탬프 장소는 애국지사 고석주 선생 동상입니다. 고석주 선생은 옥구 출생입니다. 하와이로 이주해 독립단체 활동, 언론인, 교사로서 활동하였습니다. 1916년 귀국하여 군산 양명학교 교사로 재직 중 만세운동을 주도하고 옥고를 치릅니다. 1929년 판교에서 교회를 설립하여 복음을 전파하고 이후 농촌계몽운동을 하시다 별세하였습니다.



옛날 판교역입니다. 지금은 판교특화음식촌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식당이 2곳입니다. 만약에 판교로 차를 끌고 오겠다 하시면, 옛 판교역 옆에 주차하면 됩니다.



옛날 판교역 앞에는 멋스러운 소나무가 서 있습니다. 1930년대 심은 소나무라고 합니다. 이 소나무는 일제강점기, 전쟁 등을 거치면서, 묵묵히 마을 바라보면서 지키는 나무였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이 소나무 밑에서 쉬기도 하고, 장사도 하면서 북적북적했겠습니다.  

판교 여행 막바지에 가게에 들어가서 아이스크림 사먹습니다. 할머니 한 분이 가게를 지키고 계시더군요. 가게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습니다. 할머니께서 저를 부릅니다. "이것 좀 고쳐줄 수 있어?" 갑작스러운 제안에 살짝 놀랐습니다. 그러면서 저를 방으로 데리고 갑니다.

텔레비전이 잘 안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뭔가 설정이 잘못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리모컨으로 설정을 만져서 정상으로 복구했습니다. 할머니께서 고맙다시면서 음료수 하나를 주시네요. 안 그러셔도 되는데. 이날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힘들지 않은 것은 이 음료수 덕분인 것 같습니다.



판교극장으로 왔습니다. 보시다시피 건물만 남아 있습니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일 때 만들어졌고, 공관이라 불렸습니다.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가수들 쇼 공연도 열렸답니다. 극장을 운영하려면 기본 수요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판교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 사람들이 극장으로 많이 모였습니다. 옛날 영화 포스터들도 그대로 있습니다. 옛 시절을 추억합니다.



현재 판교 거리. 중국집, 콩국수집, 냉면집이 유명합니다.



판교극장에서 농협을 지나니 담벼락에 판교시장 풍경이 벽화로 그려져 있습니다. 판교시장은 소와 세모시가 주요 거래 품목이었습니다. 한창때는 판교 우시장에서는 하루에 몇백 마리의 소가 거래되기도 했답니다. 개도 돈을 물고 다닌다는 소리가 있었답니다. 우시장 주변에는 수십 곳의 주막이 성시를 이루었습니다. 사람과 소가 북적이던 시장의 모습을 상상해보았습니다.



저산팔읍 보부상들이 모시를 거래하기 위해 새벽 일찍 장이 섰습니다. 옛 판교역 앞에도 전통시장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모습을 찾기 힘듭니다. 저산팔읍은 저포(모시)를 생산하는 충청도의 8개 읍을 말합니다. 부여, 임천, 한산, 홍산, 서천, 비인, 남포, 정산을 말합니다. 저포팔읍이라고도 합니다.



방앗간, 정미소










판교시장 가는 길에 만난 벽화와 시



직접 써 내려간 글씨가 인상적입니다.



동일주조장은 2000년도까지 운영했습니다. 쌀이 귀했던 시절에는 세수 확보를 위해 집에서 술을 담그지 못하게 했습니다. 주조장에서만 술을 만들었습니다. 통일벼 보급으로 쌀이 많아지면서 쌀 막걸리를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쌀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쌀 방앗간과 양조장을 같이 운영하였다는군요. 전화번호가 2자리 숫자로 된 것도 인상적입니다. 교환원이 연결해주는 시스템이었을까요?



'장미사진관'으로 불리는 건물입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살았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판교에는 일본인 11명이 농토와 상권을 장악하여, 5천 명이 넘는 마을 사람들을 쥐락펴락하였다고 합니다. 일본인 지주에게 일본말로 "천황폐하 만세, 쌀 주세요" 해야지만 쌀을 얻을 수 있었다는군요. 치사한 놈들. 해방 이후에 시장 상인들의 숙소였고, 장미사진관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스탬프 찍기 성공. 도토리를 잘 따라가고, 마을 자체도 그렇게 크진 않아서 쉽게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뭔가 성취했다는 것이 뿌듯합니다. 판교 '시간이 멈춘 마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1시간 정도 걸립니다 중간에 밥도 먹고, 쉬고 그러면 2시간 정도 생각하고 다니면 될 것입니다.



스탬프 찍은 것을 면사무소나 판교역으로 가면 기념품을 줍니다. 이날은 주말이라 면사무로 가시 않고, 역으로 갔습니다. 역무원에게 스탬프를 주고 기념품을 받았습니다. 판교의 옛 건물 그린 엽서입니다. 엽서를 통해 판교에서의 시간이 더욱더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겠습니다.



충청남도 서천군 판교면에 있는 '시간이 멈춘 마을'을 찾았습니다. 여행자는 옛 모습을 보고 신기하고 재밌다고 좋아하지만, 마을 주민 입장에서는 과거의 영광에 멈춘 것이 안타깝게 생각할 수도 있겠더군요. 저만의 생각일까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오랜 건물을 멈추었다기보다는 소중하게 간직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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