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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매봉산


강원도 태백은 깊습니다. 태백을 간다면 고개를 넘고 또 넘어가야 합니다. 깊은 산중에 있는 태백은 신선하고 상쾌합니다. 태백을 '산소도시'라 부르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태백의 여러 준봉 중에서 태백의 매봉산을 올라갔습니다. 여름날 매봉산에서는 알찬 배추가 싱싱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뜨거운 태양으로 익어버릴 것 같은 여름입니다. 태백은 지대가 높아서 상대적으로 선선합니다. 매봉산을 가기 위해서는 삼수령으로 가야 합니다. 삼수령은 해발 935m에 있는 고개입니다. 피재라고도 불립니다. 태백 황지 지역은 도참설에 따라 이상향으로 여겨졌습니다. 시절이 어수선할 때 삼척 사람들이 피난을 온 고개라는 뜻으로 피재라 힙니다.



'삼수(三水)'라 불리는 것은 물이 세 갈래로 갈라지기 때문입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빗물이 북쪽으로 가면 한강으로 흘러 서해로 갑니다. 남쪽으로 가면 낙동강을 따라 남해로 갑니다. 동쪽으로 흐르면 오십천을 따라 동해로 갑니다. 빗물 입장에서는 순간의 선택(?)에 따라 도착점이 완전 다른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삼수령 표지석 옆에 적설량 측정대가 눈길을 끕니다. 동해에서 수분을 머금은 기류가 태백산맥과 부딪치면서 눈이 많이 내립니다. 적설량 눈금이 200㎝까지 되어 있습니다. 태백에 얼마나 눈이 많이 오는지 검색을 해봤습니다. 1987년 2월에 70.2㎝까지 온 기록이 있습니다. 엄청납니다.



삼수령에서 매봉산을 오르는 방법은 2가지입니다. 걸어서 가던가 택시를 타던가. 작년까지만 해도 셔틀버스를 운행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하여 운행하지 않습니다. 삼수령에서 매봉산 바람의 언덕까지 걸어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립니다. 택시를 타고 많이 갑니다. 택시 1대 왕복 2만 원입니다. 4명이 한 차로 간다면 5천 원씩 나눠 내면 됩니다. 저는 우연히 현장에서 3명을 더 만났습니다. 4명이 택시 타고 올라갑니다.



백두대간입니다.






택시타고 매봉산 바람의 언덕을 향해 올라갑니다. 그러면 일반 자동차는 못 가느냐? 못 가게 하더군요. 매봉산 자락이 사유지이기에 일반 차량의 출입을 막고 있습니다. 관광지가 아니고 농토인 것도 있고요. 사진 속 푸릇푸릇한 것 보이시나요? 저게 다 배추입니다. 배추밭입니다.

일반 차량이 간다고 해도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길이 좁고 운전하기가 어려워 보였습니다. 택시 기사님 말로는 사고가 잘 일어난다고 합니다. 사고 나서 차도 부서지고, 배추밭으로 차가 굴러 배추밭 보상도 해주고 복잡하다는군요.



배추 출하 시기에는 외부 차량 출입 제한 조치가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배추 뽑아가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도둑질이죠. 우리 인간적으로 이러지 맙시다.



택시 기사님의 이런저런 설명을 들으며 감탄하는 사이 바람의 언덕으로 왔습니다. 택시 내려준 지점이 해발 1,272m입니다. 매봉산 정상은 아니고 정상 근처입니다. 바람의 언덕 주변을 돌아보다가 자신이 타고 온 택시를 타고 삼수령으로 내려갑니다. 택시 기사님들이 손님이 구경할 동안에 기다려 줍니다. 15~20분 정도 시간을 줍니다. 제가 타고 온 택시 기사님은 후다닥 내려갔다 한 팀을 다시 태우고 올라왔습니다. 부지런하시네요.



매봉산 정상 부근은 사계절 바람이 강하게 불어 바람의 언덕이라 불립니다. 서울 남산보다 5배는 거센 바람이 분다고 합니다. 거제도에도 바람의 언덕이 있습니다. 거제도는 바다의 바람이라면, 태백은 산의 바람입니다. '하늘 다음 태백'이라는 문구에도 눈길이 갑니다. 태백은 하늘에 닿을 만큼 높은 곳에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 봅니다. 태백의 평균 해발고도가 949m입니다. 고원 도시입니다.



바람이 거세게 부는 것을 이용하여 픙력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매봉산 정상 바람의 언덕 주변에 오르면 하얀 풍력 발전기를 볼 수 있습니다. 풍력 발전기가 얼마나 있나 검색해보니 27기가 있다고 나옵니다. 추가로 건설 중인 것도 있고요. 태백 전체적으로는 50기 정도의 풍력발전기가 있다고 합니다. 이날은 바람이 불지 않아서 그런지 풍력발전기가 멈춰 있습니다.



매봉산의 푸르름과 하얀 풍력 발전기가 어우러지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하얀색과 초록색이 묘하게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삐죽삐죽한 풍력발전기가 풍광을 헤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느낌이신지요?



위에서도 계속 보셨겠지만 여름 매봉산은 배추로 가득합니다. 산 전체가 배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보통 배추라고 하면 시골 평평한 밭에서 심어진 모습을 상상합니다. 매봉산은 경사를 따라 배추가 끝도 없이 심어져 있습니다.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초록의 물결이고 파도입니다.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대에서 넓은 밭에서 배추가 자란다는 게 신기하고 놀라웠습니다. 매봉산에 있는 배추는 5월 하순에서 6월 상순에 파종합니다. 6월 중순부터 하순에 노지에 모종을 심습니다. 8월 중순부터 한 달 동안 수확합니다. 우연히 동네 분 말 들어보니 올해는 8월 15일경부터 수확한다고 합니다. 배추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 많은 배추를 누가 다 먹나 걱정할 정도였습니다.



태백 매봉산 배추밭 면적을 찾아보니 116만㎡입니다. 축구장 160개가 넘는 면적입니다. 이 넓은 배추밭을 사람이 다 직접 심고, 가꾸고, 수확합니다. 관리자는 몇 명 없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물은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고지대이기에 밤이 되면 안개가 끼면서 자연스럽게 수분을 보충해준다고 합니다.



매봉산 배추밭은 한미재단의 화전민 정착촌 사업으로 만들어졌습니다. 1962년 나무를 베어내고, 1965년 개간을 시작합니다. 41가구에 무상으로 땅을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콩, 옥수수 등을 심었으나 실패합니다. 1969년부터 배추를 심기 시작한 것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때는 마을에 학교가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살아가는 터전이기도 했습니다. 현재 마을은 보이지 않습니다.






배추는 저온성 작물입니다. 늦가을에서 초겨울에 김장하는 것을 생각하시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운 여름에는 배추 농사가 잘 안됩니다. 매봉산은 고산지대라 기온이 낮아 배추 농사가 가능한 것입니다. 매봉산 배추는 여름에 재배하기에 여름배추, 고랭지에서 재배하기에 고랭지배추, 고랭지 여름배추 등으로 불립니다. 매봉산 배추는 배추가 단단하고 맛있다고 합니다. 배추가 쫄깃하다는 표현도 하시더군요.



한국 사람은 김치는 꼭 먹어야 합니다. 여름이면 김장김치도 끝나가고, 배추가 많이 나오는 계절이 아니니 열무김치, 오이김치 등 배추가 아닌 채소로 김치를 만들어 먹고는 합니다. 배추가 귀한 여름에 나오는 고랭지배추는 희소성이 있습니다. 영동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유통망도 발달하고요. 품종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고랭지 배추를 많이 생산합니다.



그런데 기후가 변합니다. 올해 여름 무척 덥지요. 기온이 계속해서 오릅니다. 고랭지의 서늘한 기후가 예전처럼 확실하지 않은 것입니다. 생산량 변동 폭이 크면서 시장 공급이 불안정해집니다. 저장 기술이 발달하면서 여름 배추인 고랭지배추의 매리트도 줄어들었고요. 고랭지 배추 농사짓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택시 기사님 말로는 이렇게 길이 만들어진 것도 오래되진 않았다 합니다. 전부 다 배추밭이었다는군요. 풍력발전기 공사를 하면서 그나마 길이 넓어진 것이라 합니다.



평평한 대지에 배추를 심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경사가 급한 산속에 배추가 자라고 있는 모습이 신기했습니다. 이 넓은 배추밭을 사람이 일일이 다 손수 작업한다는 것도 놀랍습니다. 배추가 어느 정도 자라서 푸릇푸릇 해지는 7월부터 한 달 동안 매봉산의 푸르름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산이 나무가 아닌 배추로 푸르게 뒤덮여 있는 것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매봉산에서 내려와 해바라기를 보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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