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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겨울이야기

인제 당일치기 겨울 여행입니다. 오전에 원대리 자작나무 숲을 걸었습니다. 점심으로 황태를 먹기 위해 용대리로 향합니다. 용대리 가는 길에 인제의 역사, 문화, 자연을 만납니다. 특히 거대한 빙벽은 압권입니다.

 

원대리에서 용대리까지 40분 정도 걸립니다. 오랜만에 나만의 드라이브 기분을 내면서 핸들을 잡습니다. 차창 안으로 들어오는 겨울 햇살이 따뜻합니다. 합강정 휴게소 옆으로 정자가 보입니다. 스토리가 있을법한 분위기입니다. 놓칠 수 없습니다. 정자 이름은 합강정입니다.



합강정은 인제에서 최초로 만든 정자입니다. 1676년(숙종 2)에 건립했습니다. 소실과 중건을 이어왔습니다. 촤근에도 국도 확장하면서 철거했다 복원했습니다. 오늘날 합강정이 있기까지 파고가 높습니다. 내린천과 인북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어서 합강정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내린천과 인북천이 만나는 지점부터가 소양강입니다.



합강정에 올랐습니다. 강물이 꽁꽁 얼었습니다.








합강정 아래 합강미륵불이 있습니다. 17세기에 만들어진 불상입니다. 합강미륵불도 여기저기 옮겨 다녔습니다. 문화재로 지정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재미난 전설이 담겨 있습니다.

나무 판매하는 박명천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났습니다. "내가 이 강물 속에 묻혀 갑갑하니 나를 건져 주시오" 다음날 물에 들어가니 커다란 석불이 빛을 내고 있더랍니다. 불상을 꺼내어 모신 뒤로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 합강미륵불 앞에서 소원 비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화면 보고서라도 소원을 말해보시지요.



합강정 옆으로 '강원도 중앙단'이 있습니다. 중앙단은 조선시대 각 도의 가운데 지점에 만든 제단입니다. 인제가 강원도 중앙에 있다는 것입니다. 전염병, 가뭄을 막고 억울하게 죽거나 제사를 받지 못하는 신을 모시는 별여제를 지냈습니다.



중앙단 옆으로 박인화 시비가 있습니다. 배우 박인환 님이 먼저 생각나는데 그분은 아니고 시인 박인환입니다. 시인은 1926년 인제에서 태어났습니다. 29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세월이 가면, 목마와 숙녀 등이 대표작입니다. 시인의 작품이 바로 떠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찾아보면 한 번쯤 보셨을 만한 시입니다. 인제군에서는 박인환문학관을 통해 시인의 생애와 작품을 전하고 있습니다.






합강정 옆으로 번지점프대가 있습니다. 인제 번지점프대 높이는 63m.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번지 점프대라고 합니다. 겨울이어서 그런지 번지점프대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저에게 있어 번지점프는 상상도 못 할 일입니다. 번지점프 비용은 6만 원. 저 돈으로 맛있는 거 먹겠습니다.



용대리를 향해 다시 출발합니다. 용대리에 들어서니 황태 음식 파는 식당이 계속 이어집니다. 용대 삼거리를 지나는데 거대한 빙벽을 만납니다. 매바위라 불리는 곳입니다. 여름에는 인공폭포 물줄기가 흐릅니다. 겨울에는 거대한 빙벽을 만듭니다. 바위 아래에 사람을 보시면 빙벽이 얼마나 높은지 실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매바위 높이는 82m.



빙벽 가까이 다가가 보니 높고 거대합니다. 많은 사람이 빙벽을 오르고 있습니다. 낫처럼 생긴 도구와 날카로운 아이젠으로 얼음을 찍습니다. 칭칭 챙챙 얼음을 지치는 소리도 들립니다. 기다란 줄에 의지해서 오르는 이들이 신기하고 멋있습니다. 저는 못합니다. 무서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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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벽 오르는 것을 텔레비전에서 보긴 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화면으로 볼 때보다 더 힘들어 보였습니다. 빙벽 높이도 상당합니다. 저길 왜 기를 쓰고 올라가지? 하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꼭대기에 올랐을 때의 성취감은 일반 등산과는 확실히 다를 것 같습니다.



빙벽 아래에서는 로프를 잡고 있습니다.



매바위 맞은편에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습니다. 봉우리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설악산의 한줄기입니다. 인제에서 속초로 넘어가면서 미시령, 진부령, 한계령 고갯길 이정표가 보입니다. 설악산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매바위에서 속초까지 30분이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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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바위 건너편에 '백골병단전적비'가 있습니다. 백골병단은 국군 최초의 유격대입니다. 6·25 전쟁 때 적진에 침투해 첩보를 수집했습니다. 전 대원이 백골이 되겠다는 각오로 싸운다는 의미로 '백골' 부대 규모가 큰 것처럼 보이기 위해 '병단'이라 하였습니다. 육군본부 직할부대입니다. 부대원 중에 364명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6·25 전쟁은 알면 알수록 비극입니다.



전적비 앞에 탱크가 있습니다.



집에 가는 길에 38선 휴게소에 들어섭니다. 인제는 38선이 지나갑니다. 38선은 우리 민족 분단을 상징합니다. 한반도의 허리가 잘라나갔습니다. 끊어진 한반도를 하나의 모습으로 바꾸는 일을 늦추면 안 될 것입니다. 38선 뒤로 수달이 빙어 낚싯대를 들고 있습니다. 올해 인제빙어축제는 열리지 않습니다. 인제군에서 2022년 1월 21일 개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내년에는 빙어를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38선 휴게소 뒤로 소양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습니다. 휴게소 근처에서 캠핑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용대리에서 황태로 점심을 잘 먹었습니다. 백담사로 향합니다. 백담사 주차장까지 갔는데 백담사는 갈 수 없었습니다. 주차장에서 백담사까지 7㎞를 셔틀버스 타고 들어가야 하는 것을 몰랐습니다. 셔틀버스가 30분마다 다닌다는데 왔다 갔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더군요. 아쉽지만 백담사는 포기.

인제가 멀게 느껴졌는데 길이 좋아서 생각보다 쉽게 다녀왔습니다. 또 다른 인제 여행을 다짐해봅니다. 인제, 양구, 속초 묶어서 다녀오거나, 용대리자연유향림을 이용해 보는 것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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