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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큰엉

부모님과 함께 한 2박 3일 제주도 겨울 여행입니다. 셋째 날 저는 새벽에 일찍 일어났습니다. 숙소 근처에 있는 남원큰엉의 아침 바다를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큰형이 아니고 큰엉입니다. 남원큰엉의 아침 풍경은 어떨지 부푼 기대를 하고 길을 나섭니다.

남원은 동네 이름입니다. 큰은 큰 것이고. 바닷가나 절벽 등에 뚫린 동굴이나 언덕을 제주어로 엉이라 합니다. 제주관광공사 비짓제주 사이트에서는 남원큰엉을 "큰 바윗덩어리가 해안을 향해 크게 벌리고 있는 언덕"이라 소개합니다. 남원큰엉해안경승지가 정식명칭입니다.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해안 절경을 따라 산책로 걸으며 둘러봅니다. 아직은 해가 뜨기 전이기에 조명만이 남원큰엉을 비추고 있습니다.




요즈음 남원큰엉은 더욱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반도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한반도를 볼 수 있습니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무를 절묘하게 깎았습니다. 우연히도 휴전선처럼 바다와 하늘이 나누어졌습니다. 저녁에 노을 질 때는 하늘과 바다의 구분이 더욱더 명확합니다.




해가 뜨기 전이어서 남원큰엉의 모습이 선명하지 않습니다. 저 먼바다 어딘가에서 해가 떠오를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기암절벽 사이로 바닷물이 출렁입니다. 투명한 바닷물이 반석과 현무암 해식동굴과 어우러지면서 신비롭게 펼쳐진다. 저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섬은 지귀도입니다.








산책로 중간에는 바다 가까이 내려갈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위험하니 조심하시고요. 벤치에 앉아서 멍하니 바다를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습니다. 새벽이라 지나가는 이도 별로 없습니다. 낮에도 그렇게 많이 다니지는 않을 것입니다.




산책로로 전체적으로 평탄합니다. 바닥도 잘 다듬어져 있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와 함께 어르신과 함께 산책하는 가족의 모습을 여럿 봤습니다.




남원큰엉해안경승지 산책로 길이가 약 1.5㎞입니다. 설렁설렁 걸으면 30분이면 걸을 수 있습니다. 살짝 바람만 느끼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끝까지 왔습니다. 이제 다시 처음 출발한 곳으로 갑니다. 올 때는 빨리 걸었는데, 갈 때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걸어야겠습니다.







끝 지점에서 섶섬이 보입니다. 섶섬은 스쿠버다이버들에게 인기 많습니다.




남원큰엉은 이전에도 몇 번 다녀간 적이 있습니다. 특히 올레길 걸으면서 지났답니다. 남원큰엉은 제주올레길 5코스에 속합니다. 제가 제주올레길 전 코스 완주자입니다. (어깨 으쓱) 제주 여행길에 올레길 화살표를 보면 가슴이 뜁니다. 파란색을 정방향, 주황색은 역방향을 뜻합니다. 정방향으로 완주했으니 역방향으로 떠나야겠습니다.




제주올레길의 마스코트 간세가 진행 방향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제주어로 간세다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게으름뱅이를 뜻합니다. 제주올레 걸을 때 느릿느릿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 풍경을 살펴보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간세다리에서 앞글자를 따서 간세라 이름 지었습니다. 남원큰엉이 속한 제주올레길 5코스 길이는 13.4㎞. 4시간 정도면 걸을 수 있습니다. 크게 힘든 구간은 아니니 도전해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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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임을 알려주는 리본을 만져보며 발걸음을 옮깁니다. 올레길은 리본을 따라 길을 찾아갑니다. 남원큰엉 일대는 아열대 식물의 북한계선입니다. 분명 겨울이지만 나무의 잎들이 초록 초록합니다. 겨울 느낌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푸른 나무들 사이에서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날씨도 흐렸고 위치도 맞지 않아 일출은 못 봤습니다. 어디선가 분명 아침 햇님은 떠올랐고 세상이 밝아졌습니다. 남원큰엉의 본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오른쪽에 커다란 공룡 보이는 곳은 다이노대발이파크입니다. 그 옆으로 코코몽에코파크, 신영영화박물관이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지금 모두 임시휴업입니다.




약 20년 전쯤에 제주도가 고향이시고 제주도에 사는 분과 이야기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분에게 제주도 명소 한 곳만 추천해달라 말씀드렸습니다. 사람들 잘 가지 않은 숨은 명소. 그분이 자신 있게 남원큰엉을 소개해주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제주도 하면 남원큰엉이 진짜 명소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큰엉을 좋아합니다. 짙푸른 파도가 거대한 절벽에 힘차게 내달아 부딪히는 큰엉의 모습을 좋아합니다.








산책로 걷다 보면 바닷가 쪽으로 나가볼 수 있습니다. 바다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검붉은 색의 현무암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화산 폭발의 흔적이고 제주도의 속살을 볼 수 있습니다. 라이브 한 모습에서 제주도에 왔음을 실감합니다.




남원큰엉 곳곳에서 기암절벽을 볼 수 있습니다. 기암절벽 사이에 재미난 이름을 가진 바위가 있습니다. 위 사진은 호두암(虎頭巖)이라 부릅니다. 호랑이 머리를 닮았다는 것입니다. 옆에서 보이는 모습이 사나운 호랑이가 사냥하듯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유두암(乳頭巖)은 호두암 아래쪽에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어머니의 젖가슴을 연상케 합니다. 어떻게 찾으셨나요? 안내문 보면 호두암은 알겠는데, 유두암은 약간 억지가 있습니다.




겨울이고 새벽이라 추위 대비해 옷을 여러 겹 껴입었습니다. 전날만 해도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 추웠습니다. 남원큰엉 왔다 갔다 했는데 덥습니다. 삐질 땀도 납니다. 확실히 이날 아침은 겨울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봄날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습니다. 겉옷 지퍼를 열어 더위를 식힙니다. 땀이 나도 기분이 좋습니다. 이래서 운동해야 하나 봅니다. (맨날 말로만 운동하는)








우렁굴 또는 쇠 떨어지는 고망이라 불리는 곳입니다. 풀이하면 소 떨어지는 구멍. 방목된 소들이 큰엉 일대 풀밭에서 풀을 뜯다가 더위를 피하려고 그늘을 찾다가 바위틈에 큰 구멍으로 떨어져 죽었답니다. 그래서 소 떨어지는 고망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소가 불쌍해요.




인디언 추장 얼굴 바위입니다. 중간쯤에 잘 보시면 추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잘 찾아보세요. 😅




찬바람을 직접 받는 곳에서도 산국이 예쁘게 피었습니다. 바위 위에 피어나는 꽃








숨 고르며 멀리 바다를 바라봅니다. 구름 모양이 예술입니다. 남원큰엉은 막 화려한 곳은 아닙니다. 차분한 곳이죠. 천천히 걸으며 사색의 공간으로서 매력적이라 생각합니다. 사이사이 포토존이 있어서, 특별하게 기억하고픈 나만의 사진을 찍기에도 좋습니다.




여기는 제주도 남원큰엉입니다. 엉엉엉(물개 소리)




다시 한반도를 만납니다.





남원큰엉으로 찾기 힘들면 금호리조트로 오셔도 됩니다. 금호리조트 바로 뒤가 남원큰엉입니다. 별도의 입장료, 주차비 없습니다. 왕복 3㎞ 정도 되는 거리를 1시간 정도 걸었습니다. 복닥이는 관광지에서 벗어나 오붓하게 산책하며 이야기 나누기에도 좋은 곳입니다. 가볍게 올레길 체험해본다는 마음으로 돌아보셔도 되고요. 남원큰엉을 걸으면 탁 트인 바다가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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