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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 3코스 등구재황토방

요즘 지리산 둘레길 걷는 맛에 살고 있는 라오니스입니다. 여름 가을에 걸쳐서 1코스와 2코스를 다녀왔었답니다. 늦가을로 접어드는 이 때 지리산 둘레길의 하이라이트라 불리는 3코스도 다녀왔습니다. 둘레길 3코스는 1박2일에서 강호동, 은지원이 걸었던 길로도 유명합니다.

새벽녘에 서울에서 출발하여 멋드러진 경관을 둘러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배꼽시계는 울리고 그래서 찾아간 어느 밥집. 와우 한 마디로 대박입니다. 대박. 


 


지리산 둘레길 3코스는 지리산 둘레길의 핵심 요약판으로 불릴 정도로 둘레길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코스입니다. 전라북도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에서 출발하여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까지의 길입니다. 길이는 19.3㎞. 1박 2일에서 보면 헬기로 다랭이논을 쭈욱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늦가을의 둘레길에는 수확의 흔적이 남았습니다. 여름의 초록, 가을의 황금빛과는 또 다른 은은한 멋을 자랑합니다. 산 위를 따라 농사를 짓기 위해서 지역 주민들이 많은 노력을 했을 것입니다.



 


새벽에 김밥 2줄 먹고 서울에서 출발합니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국수도 먹었습니다. 시간은 12시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밥 먹어야지요. 다행히도 3코스에는 곳곳에 먹을거리 파는 쉼터가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등구재라는 고갯길 앞에 있는 어느 식당에서 멈춥니다. 고갯길을 넘으면 힘들 터이니 밥도 먹고 잠시 쉬어가기로 결정합니다. 1박 2일 강호동과 은지원 사진도 걸려 있군요.

밥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점심때여서 그런지 사람들로 가득하더군요. 다행스럽게도 빈자리가 나서 착석합니다. 저보다 늦게 오신 분은 한참 기다리셔야 했다는. 안쪽으로 주방이 오픈되어 있고요. 머리에는 두건을 쓰고 수염이 덥수룩해서 산신령 분위기를 내는 아저씨께서 서빙하고 있습니다.



 


나무로 만들어 낸 차림표가 정겹습니다.

뭘 먹어볼까 하고 차림표를 둘러봅니다. 지리산까지 왔는데 라면과 국수 먹는 것은 예의가 아니고 당연히 산채정식을 주문합니다. 식당에 있는 분들도 대부분 산채정식으로 생각되는 것을 먹고 있더만요. 밥 만 먹으면 심심하니 표고버섯전과 막걸리 하나 추가합니다. 표고버섯전 요게 또 기대가 됩니다잉.



 


난로가 있어서 따땃하네요.




 


식당 안에는 곳곳에 사람들의 흔적을 남기고 있었습니다. 매직펜이 있습니다. 밥 나오기 전 저도 펜을 잡습니다. 뭘 써볼까? 제 블로그 이름 한 줄 남기고 왔습니다. 랄랄라 라오니스. 라오니스도 왔다 갔어요. 혹시 다음에 지리산 둘레길 가셔서 이 밥집에서 저의 '랄랄라 라오니스'를 만나신다면 저 글씨 밑에 댓글 하나 남겨주세요. 다음에 대댓글 달러 갈 테니까.



 

산채정식 등장합니다. 산나물 넣고 밥 비벼 먹는 거예요. 호박나물은 알겠고 나머지 2개는 뭐였더라. 주부 블로거님들은 아실 듯. 



 


3가지 나물이 더 있습니다. 이 나물은 식당 아주머니에게 물어봐서 압니다. 뽕잎, 취나물, 고사리. 나물을 조심스럽게 먹어봅니다. 지리산에서 먹는 나물이어서 그런지 입안으로 풍미가 가득합니다. 나는 나물이다.



 


나물보다도 더 감동스러웠던 것은 이 김치. 접시 위에 올려진 모습에서 포스가 제대로 느껴집니다. 저 배추김치하며 무김치, 파김치를 한 입 머금으니 아삭함과 시원함이 한 번에 느껴집니다. 파김치는 또 다른 곳에서 빛을 냅니다. 기대하시라.



 


고추장과 간장. 간장은 표고버섯전 먹기 위해 필요한 것이고요. 고추장도 시중에서 파는 공장용이 아닌 집에서 만든 수제의 맛이 느껴집니다.



 

구수한 된장찌개가 보글보글 등장해주시고요. 된장찌개와 청국장의 중간 정도의 맛입니다. 구수하니 좋아요.



 

고슬고슬 잘 지어진 밥도 등장합니다. 저는 배가 불러서 원래 주신만큼만 먹었는데 옆 테이블을 보니 추가해서 더 먹더군요. 밥 추가 비용은 받지 않는 듯합니다. 

 


 


거하게 한 상차림이 완성되었습니다.



밥 위에다 나물을 가득가득 넣고 고추장도 올리고 참기름도 솔솔 뿌려주고 비빌 준비가 되었습니다.




 

 

슥슥 삭삭 맛있게 비벼 줍니다. 알록달록 이쁘게 비벼지네요. 고소한 참기름 냄새도 좋고 산나물의 향취도 느껴지고요. 드디어 비빔질은 끝이 나고 한 숟갈 딱 떠서 입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래 이 맛이야' 아우 행복해라. 도시의 어느 비빔밥 집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그 맛 그래 내가 이 맛에 둘레길을 걷는다.




 

밥을 열심히 비비고 먹고 하는 사이 표고버섯전이 등장을 합니다. 표고버섯전이라는 이름만 보고 버섯으로 어떻게 전을 한다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버섯을 썰어서 하는 것인가? 버섯이 통으로 나와 주는구먼요. 남원이 원래 표고버섯이 유명하더구먼요.




 

문득 은지원이 1박 2일에서 표고버섯을 먹고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이것은 고기다.. ' 진짜 고기처럼 씹는 느낌도 비슷하고요. 전의 고소함도 느껴집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표고버섯전 선택은 정말 잘한 것 같습니다.



 

식당 주인아저씨로 보이는 위에서 말씀드린 수염이 긴 산신령 분위기의 아저씨께서 표고버섯전을 김치와 함께 먹어 보라고 합니다. 아니 먹을 수 없지요. 우선은 배추김치와 함께.



다음은 파김치와 함께. 저는 배추김치보다는 파김치와 함께 먹는 것이 더 좋습니다.




 

 

파김치는 비빔밥과도 잘 어울립니다. 사실 제가 파김치를 잘 안 먹거든요. 그런데 여기서는 파김치의 마지막 한 잎까지 싹싹 집어 먹었다니까요. 양념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파의 아삭함도 완전 죽지 않고. 아무튼 지금도 이 파김치 생각하면 침이 다 고인다니까요.




 

 


이런 산채정식과 표고버섯전을 보고 막걸리가 빠질 수 없습니다. 제가 막걸리에 안 좋은 추억들이 좀 있어서 자제하려 했으나 오늘은 그냥 있을 수가 없네요. '사장님.. 여기 막걸리 하나 주세요' 이왕 먹는 거 좋은 놈으로 마셔보렵니다. 지리산 산삼 막걸리. 산삼 먹고 으라차차 기운 내보자고요.



 

표고버섯전 한 입 먹고 막걸리 한 잔 하고 비빔밥 한 입 먹고 막걸리 한 잔 하고. 캬~ 창 밖으로 보이는 지리산의 모습도 좋구나. 술맛이 절로 나는구나. 지리산 둘레길의 또 다른 맛에 취합니다. 아무튼 3코스는 내년에 날 따뜻할 때 또 갈 거예요.

 


 


마무리는 오미자차로 깔끔하게 마무리합니다.


 


1박 2일에서 지리산 둘레길 촬영이 있은 후에 둘레길을 찾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지요. 방송 전에는 평일 100명 주말 500명 정도였는데  방송 이후에는 주말에 5,000 명 최고 많이 왔을 때는 2만 명 가까이 왔었다고 합니다.

 

사람이 많이 오다 보니 조용하던 지리산 자락이 정신없기도 하였답니다. 밤낮으로 수많은 차들이 들락날락거리고 마을 농작물에도 손대고 쓰레기 버리고 밤이고 새벽이고 아무 때나 걸어 다니면서 소란을 피우기도 하고요. 지금은 잠잠해졌다지만 제발 기본적인 교양은 갖고 지리산 둘레길과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식당은 나무로 만들어져 있어서 분위기가 근사합니다. 식당 안에 사람이 많으면 밖에서 먹어도 되는데 이제 겨울이라 추워서 힘들겠지요. 이곳은 민박도 한답니다. 방 하나에 무조건 5만 원 1방에 1명이 자던 20명이 자던 무조건 방 하나에 5만 원 이라네요.



 

 

고소한 호도

 


 


밥 먹고 잠시 숨고르고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배가 든든하니 다리에 힘도 붙고 기운도 나고 몸에 열도 좀 오르고 즐거운 마음으로 등구재를 넘어 봅니다. 이렇게 지리산 둘레길 3코스의 여정은 계속 이어집니다.



지리산 산골짜기에 있어서 다음 지도에 안 나올 줄 알았는데 나오네요. 왕 신기. 제가 밥 먹은 '등구재 황토방'은 지리산 둘레길 3코스 정방향으로 가는 길 등구재 고개 오르기 전에 있습니다. 등구재는 전북 남원과 경남 함양을 잇는 고개길 입니다. 지도 오른편에 줄이 나 있는대요. 그 줄을 경계로 남원과 함양이 나뉘어 집니다.

지리산 둘레길의 또 다른 즐거움과 행복함을 느꼈던 산채정식과 표고버섯전이었습니다. 포스팅하면서 사진을 다시 보니 그 때의 감동이 마구 샘 솟네요. 또 먹으러 가고 싶기도 하지만 차타고는 절대 갈 수 없는 곳이고 오로지 걸어서만 가야 한다는 점이 안타깝기만 하네요. 걷는것도 꽤 많이 1000m 이상을 올라야 되지만요. 내년에 푸르름이 가득한 어느 날 지리산 둘레길을 향해 또 떠날 것입니다. 둘레길이 좋아서? 아니면 밥 먹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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