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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운주사(http://www.unjusa.org/)

가을햇살이 눈부신 어느 주말이었습니다. 만추를 즐기기 위하여 길을 나섭니다. 이번에는 좀 멀리 가봤습니다. 전라남도 화순에 있는 운주사입니다. 운주사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했습니다. 절친이 운주사가 멋지다면 같이 가보자고 합니다. 오케이. 하지만 결론은 라오니스 혼자만의 가을 낭만 여행이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을 나들이로 운주사를 선택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습니다. 운주사 자체도 좋았고 오랜만에 혼자 느끼는 여유로움도 좋았습니다.


화순

 

친구는 서울, 저는 평택에서 버스로 출발해서 광주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단풍 나들이객들로 서울의 버스 터미널은 사람들로 꽉 차고 친구는 광주행 표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대전을 거쳐서 광주로 오기로 했는데 서울에서 대전까지 무려 4시간이 걸렸군요. 그 사이 저는 광주에 도착을 했고요. 결국 친구는 서울로 다시 올라갔답니다.

오랜만에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볼랐더만 아쉽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나만의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은 친구가 준 선물이라 생각을 하고 길을 나섭니다.

광주터미널에서 밖으로 나오면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습니다. 218, 318번 버스가 운주사까지 갑니다. 배차 간격은 1시간 정도. 시간표와 버스 출발시간이 딱 맞지는 않더군요. 218번 버스가 와서 타려는데 운주사를 안 간다네요. 그리고 잠시 후 다시 218번 왔는데 이 버스는 간다고 합니다. 뒤에 온 버스 앞 표지판에 운주사라고 표식이 돼있더군요.

버스 오른쪽 맨 앞자리에 앉습니다. 사이사이 들려오는 사투리는 이곳이 전라도임을 알게 합니다. 버스는 광주 시내를 꼬불꼬불 통과하고 화순 땅으로 들어섭니다. 버스 앞 통유리로 들어오는 가을 햇살이 좋습니다. 어느덧 버스에는 기사 아저씨와 저만 남았습니다. 기사 아저씨가 말을 걸어옵니다. '운주사는 뭐 하러 간다오?' '이렇게 잘 생긴 총각이 혼자 왔는가?'  

그렇게 1시간 30분을 달려 운주사 입구에 도착을 합니다.    




운주사

 

집에서 나와 운주사까지 오는데 6시간이 걸렸네요. 운주사 구경도 식후경. 일단 밥 먹고 운주사 경내로 향합니다. 식당에서 10분 정도 걸으니 매표소가 나옵니다. 입장료는 3천 원입니다.

영귀산운주사라는 일주문을 지납니다. 산의 모양이 거북이를 닮아서 영귀산이라 합니다. 운주사라는 이름은 '구름이 머무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때로는 배가 움직인다는 '운주(運舟)'라고도 합니다. 일주문에 사천왕상이 없습니다. 높은 담장도 없습니다. 간소한 느낌이 주는 것이 신선합니다. 다만 단풍잎이 거진 다 떨어진 것이 아쉽지만 단풍잎 보다 더한 볼거리가 가득하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운주사

 

짜잔. 여기가 바로 운주사입니다. 보통 절에 들어가면 전각들이 자리하고 있고, 탑이나 불상 같은 조각들은 전각들 앞에 다소곳이 있습니다. 그런데 운주사는 달랐습니다. 경내에 들어가자마자 커다란 석탑들이 타다닥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곳곳에 석탑이 있습니다.   




석불

 

석탑뿐만이 아니라 불상도 많았습니다. 운주사는 '천불천탑의 성지'라고도 불립니다. 천 개의 불상과 천 개의 탑이 있다고 할 만큼 석탑과 불상이 많습니다. 실제로는 탑이 18기, 불상이 70구가 남아 있습니다. 불상의 배경이 되는 절벽은 층층이 쌓여 있는데 이것은 응회암이기 때문입니다. 응회암 이야기는 아래에서 하기로 하고요.

천불천탑이라 불는 데는 분명 사연이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운주사가 만들어지게 된 옛날 옛적으로 가봅니다. 운주사가 만들어진 시기는 신라말 고려초로 보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는군요. 신라말에 만들어졌다는 것은 도선국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고려시대에 만들었다는 것은 조선 효종 때의 지리지 '동국여지지'의 내용으로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도선국사와 관련된 이야기가 재밌습니다. 도선국사는 우리나라에서 풍수지리의 시초라 불리는 분입니다. 도선국사는 한반도를 배에 비유했습니다. 한반도의 동쪽은 높은 산이 많아서 무겁고, 서쪽은 평야가 많아서 가볍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나라가 기울어져 나라가 편하지 못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운주사에 천불천탑을 세워 균형을 맞추고자 했다는 것입니다. 더 재밌는 것은 이 많은 석탑과 불상을 하루 만에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외계인

 

저는 운주사를 외계인이 지었을 것 같은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래 사진에서도 운주사의 여러 모습을 차차 보여드리겠지만 운주사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탑과 불상의 모습이 평범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탑의 X 문양도 다른 석탑에서는 본 적이 없고 말이죠. 외계인의 신호? 만화를 너무 많이 봤나? 그나저나 저기 걸어가는 스님. 나는 스님 사진 예쁘게 찍어줬는데 스님은 나 대충 찍고 가는 게 어딨 어요? 




불상

 

그렇게 많은 탑과 불상들을 바라보면서 절 안쪽 깊은 곳까지 다가갑니다. 그러고 보면 불상들의 모습도 평범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불상들은 화강암으로 미끈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경주의 석굴암이 있습니다. 석굴암은 이목구비가 뚜렷한 것이 잘 생겼습니다. 운주사 불상은 응회암으로 만들어져 거칠고 개성 가득합니다.




보물

 

이 조형물도 독특합니다. 이것을 불상이라고 해야 하나? 탑이라고 해야 하나? 호기심 어리게 바라봅니다. 이 석조 조형물은 보물 제797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공식 명칭은 '운주사 석조불감(雲住寺  石造佛龕)' 높이는 5.3m입니다. 불감이란 불상을 모시기 위한 집이나 방을 말합니다.

저녁 해가 저물어 가면서 불상의 모습이 살며시 보입니다. 원래는 석실 앞에 문이 달려 있는데,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 석조불감이 인상적이어서, 오며 가며 유심히 보고 또 봤답니다. 가부좌를 하고 있는 불상의 얼굴은 운주사의 여타 불상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단순하지만 귀엽기도 한 그 모습.




초코파이

 

동글동글한 이 탑도 예사절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운주사를 보고 감히 외계인 어쩌고 저쩌고 하는 데는 이 탑의 영향도 틉니다. 혹자는 이 탑의 모양을 초코파이와 비슷하다고도 하더군요. 

이 석탑의 공식명칭은 '운주사 원형다층석탑'입니다. 보물 제798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높이는 5.71m. 우리나라 석탑의 전형적인 모습과는 다른 파격적인 모습입니다. 맨 아래는 연꽃 모양이고 그 위는 둥글게 둥글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석탑은 어찌 만들었을까도 궁금해지고요. 깎았을까? 쌓았을까?




대웅전

 

왼쪽에 보이는 건물이 대웅전, 오른쪽 건물은 지장전입니다. 그전에 약수에 감기약 털어 넣었고요. 괜히 약빨이 더 잘 받는 것 같습니다. 건물이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고 마당에는 석탑 하나가 오롯이 서 있습니다. 대웅전에 들어가서 소원을 빌어봅니다. 시주는 조금만 하면서 바라는 소원은 많습니다. 부처님이 귀엽게 봐주시리라 믿습니다.




와불

 

대웅전을 나와서 운주사의 뽀인트라 할 수 있는 와불을 만나러 갑니다. 와불을 보기 위해서는 10분 정도 등산(?)을 해야 합니다. 생각보다 숨이 차더군요. 기침감기가 심해서 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체력이 부실해지긴 했어요. 와불에 오르는 사이사이에도 석탑과 석불을 만날 수 있습니다. 보통 와불은 옆으로 누워있는데, 운주사 와불은 편안하게 누워 있습니다. 이런 형태의 와불은 세계유일한 것이라고 합니다. '부부와 불'이라고도 불립니다. 두 불상이 다정해 보입니다.

이렇게 독특한 와불에 전선이 없을 수 없습니다. 운주사는 도선국사가 하룻밤에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도선국사가 밤새도록 천불천탑을 만들고 마지막으로 이 와불을 만들고 일으켜 세우려 했는데 새벽닭이 울어서 그냥 두었다 합니다. 그리고 이 와불이 일어나면 새로운 세상이 올 거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와불 밟고 다니는 아저씨를 봤습니다. 

 
http://raonyss.tistory.com/761  




마애


 

다시 대웅전으로 내려와서, 대웅전 뒤에 있는 등산로를 따라 올라갑니다. 이번에는 오르기가 조금 수월합니다. 중간에 마애불상을 만납니다. 마애불상은 암벽에 새긴 불상을 말합니다. 대충 보면 잘 모르겠더군요. 꼼꼼하게 잘 찾아보십시오. 5m가 넘습니다.




운주사

 

공사바위부근에서 운주사 경내를 내려다봅니다. 커다란 산 줄기 가운데, 계곡처럼 보이는 곳에 운주사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니 울긋불긋 단풍이 남아 있습니다. 공사바위라는 것은 운주사를 잘 만들고 있는지 감독하기 위해 도선국사가 올라갔다는 것입니다. 다른 의견도 있더군요. 여기서 공사는 건물을 올리는 工事가 아니고 기도처로서 公事라고도 합니다. 




응회암

 

대웅전쪽으로 내려와서 절벽을 바라봅니다. 층층이 쌓아 올려져 있는 모습에 거친 느낌이 드는 절벽입니다. 이것은 운주사 일대의 산지가 응회암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응회암이라는 것은 화산이 폭발하면서 나오는 화산쇄설물이 쌓여서 만들어진 암석을 말합니다. 비교적 작은 입자로 되어 있지요. 응은 뭉쳐졌다는 것이고, 회는 가는 입자를 말합니다.

위에서 4번째 사진의 불상들 뒤로 켜켜이 쌓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층이 있다는 것은 한 번의 폭발과 폭발 사이에 퇴적의 중단 또는 침식이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응회암은 단단한 암석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다른 암석에 비하여 석탑과 불상 만들기가 쉬웠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반면 세밀하게는 표현을 못할 것이기에 귀여운 모습의 불상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가을

 

저녁때가 다가오면서 경내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하나둘씩 보이지 않습니다. 운주사는 드라마 추노에도 나왔습니다. 사진들을 쭈욱 보셔서 아시겠지만 운주사는 볼매입니다. 볼수록 매력 있는. 이 운주사를 예찬한 시들이 많습니다. 그중에서 제가 좋아하는 정호승 시인의 '풍경달다'라는 시를 옮겨봅니다.

풍경달다 정호승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석탑


 

석탑



단풍

 
단풍잎 사이로 불상이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남기고 있습니다.



 
천불천탑의 고찰 운주사였습니다. 도선국사가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지만 정황상 진짜 도선국사가 운주사를 만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군요. 그렇다고 진짜 외계인이 와서 만들지는 않았겠지요. 하지만 평범을 거부한 운주사의 매력은 맑은 가을햇살 속에서 빛이 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홀로 한 나들이에서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어서도 좋았습니다. 그렇게 가을은 깊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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