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천 한일식당 젓갈백반
충청남도 홍성군 광천읍은 김과 새우젓이 유명합니다. 광천의 새우젓은 토굴에서 숙성합니다. 잘 숙성된 새우젓은 맛이 풍부합니다. 광천토굴새우젓시장 안에는 새우젓과 함께 다양한 젓갈을 판매합니다. 젓갈을 파는 가게도 있고 젓갈을 반찬으로 백반을 내놓은 식당도 있습니다. 한일식당에서 젓갈백반을 만납니다.
우선 광천시장을 구경했습니다. 광천시장은 광천전통시장, 광천토굴새우젓시장 등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경계가 딱 떨어지는 것은 아니고 하나의 시장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젓갈이 유명한 곳이어서 젓갈백반을 먹기로 합니다. 광천 일대에 젓갈백반 하는 집이 몇 집 있던데 이 집이 인기가 제일 많아 보였습니다. 지도앱을 켜고 식당을 찾았습니다. 식당에 다 온 것 같은데 식당이 안 보입니다. 그때 어느 아주머니께서 뭐 때문에 그러냐고 묻습니다. 밥 먹으려고요. 그랬더니 한일식당 저기? 네~. 바로 앞에 두고 못 찾았습니다.
동네 백반집입니다. 시장에서 일하시는 분, 장에 물건 사러 오는 동네 주민들이 간단하게 밥 먹는 곳입니다. 현재 시각은 낮 3시. 점심도 저녁도 아니 애매한 시간에 찾아서 손님이 없습니다. 한두 테이블에서 식사하시던데 이내 다 드시고 나가시네요. 3시인데 브레이크 타임 없이 손님 받아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입니다. 남당항에서 새조개를 그리 많이 먹고 젓갈백반 먹겠다고 이렇게 찾아온 저도 위대한 아이입니다.
처음부터 뭘 먹을지 정하고 왔지만 메뉴판을 살펴봅니다. 바닷가 가까운 곳에 있는 식당이어서 그런지 생선 관련된 메뉴가 많습니다. 착한가격업소 인증받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가격도 착합니다. 특히 게장백반 15,000원에 눈길이 확 갑니다. 갈치찌개는 뭘까요? 젓갈백반이 뒤에 있는 것으로 볼 때 이 집 메인은 아닌가 봅니다. 그래도 저는 젓갈백반을 먹습니다.
이내 정갈한 밥상이 차려졌습니다. 젓갈백반이기에 갖가지 젓갈이 가운데 자리 잡습니다. 7개의 젓갈이 있고 간장게장이 있습니다. 김치, 나물이 젓갈 주변에서 함께합니다. 고추가루 송송 뿌려져 나온 조기도 예쁘게 올라왔습니다. 2명이 가서 조기도 2마리가 올라왔는가 봅니다. 함께한 친구는 젓갈만 먹어서 조기 2마리 모두 다 제가 먹었습니다.
오래전에 광천에 온 일이 있었습니다. 광천에서 저녁을 먹어야 했습니다. 젓갈백반을 먹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먹지 못했습니다. 언젠가 그날을 기다려왔는데 드디어 한 상 거하게 받아봅니다. 백반이라는 게 말 그대로 풀이하면 쌀밥입니다. 쌀밥이 무엇과 만나느냐에 따라 백반은 변주합니다. 젓갈백반이 궁금했습니다.
젓갈만 집중해서 살펴봅니다. 어리굴젓은 물기가 있으니 오로지 하나의 접시에 담겼습니다. 다른 젓갈은 하나의 접시에 조금씩 담겨 있습니다. 그 위에 고추가 올려진 모습이 귀엽기까지 합니다. 젓갈 생김이 다 비슷비슷해서 정확히 어떤 젓갈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먹은 젓갈이 좀 있기에 하나씩 추리해 가면서 먹는 재미도 있습니다.
낙지젓, 가리비젓, 오징어젓, 꼴뚜기젓, 창난젓, 아가미젓(?) 등으로 추리합니다. 아가미젓과 가리비젓이 좀 헷갈립니다. 그리고 간장게장까지. 간장게장 하나만 갖고도 공기밥 하나는 거뜬히 먹을 수 있습니다. 게딱지에 밥 비벼 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새우젓이 유명한 곳인데 새우젓도 있으면 했는데 없었습니다. 맛있는 새우젓 하나만 갖고도 밥 잘 먹습니다.
젓갈은 흰쌀밥에 올려서 야무지게 먹어야 합니다. 젓갈이 밥도둑 아니겠습니까? 공기밥 2그릇 거뜬히 먹습니다. 점심을 부실하게 먹었으면 밥 더 먹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제가 한창 때는 공기밥 4개씩 먹었습니다.
구수한 된장찌개
조기 위에 고추가루 뿌려진 정성
밥 먹고 시장 구경도 해봅니다. 다양한 젓갈들
새우젓도 보이고. 가을에 잡은 새우로 젓갈을 담그면 추젓, 오월에 잡은 새우로 잡은 것으로 젓갈 담으면 오젓, 유월에 잡은 새우로 젓갈을 담그면 육젓입니다. 육젓이 제일 비쌉니다.
홍성에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올라갈 시간입니다. 광천역에서 출발하는 기차표를 예매하였습니다. 기차 출발 시간이 좀 남았습니다. 광천역에서 잠시 시간을 보냅니다. 광천이 대천하고 '천'자 돌림으로 비슷해서 두 지역이 이웃하고 있는 줄 아시는 경우가 종종 있더군요. 대천은 보령이고 광천은 홍성입니다.
기차에서 마실 맥주를 사기 위해 광천역 앞에서 마트를 찾아갑니다. 다행히 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마트가 있습니다. 마트 가는 길에 광천에서 주변 지역으로 가는 이정표를 봅니다.
광천은 지금 작은 읍 단위의 마을이지만 한창 때는 꽤 잘 나가던 마을이었습니다. 광천은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지점입니다. 바다와 육지의 산물이 모여 큰 시장을 이루었습니다. 광천에는 부자가 많았답니다. 광천에 가서 돈 자랑 하지 말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포구에서는 개도 500원짜리를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광천읍이 홍성읍보다도 인구가 더 많았답니다.
광천은 1980년 들어서면서 쇠퇴합니다. 섬과 섬 사이에 다리가 놓이고 도로 교통이 발달하면서 포구의 기능이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광천의 번성은 옛이야기가 됩니다.
용산으로 떠나는 기차가 들어옵니다. 기차에서 먹는 맥주는 유난히 달고 맛있습니다. 이날 맥주 안주는 광천김입니다. 친구가 김 사면서 서비스로 받은 것을 안주로 먹었습니다. 맛있습니다.
충청남도 홍성으로 떠난 당일치기 기차여행입니다. 코로나 19가 떠들썩하기 전에 다녀왔습니다. 포스팅이 좀 늦었습니다. 홍성역에서 남당항으로 가서 새조개 먹고 광천으로 와서 젓갈백반까지 먹었습니다. 종일 먹고만 다닌 나들이길. 여행에서 먹는 거 빼면 뭐가 있겠습니까? 광천에서의 맛있는 젓갈백반 배불리 먹으며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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