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댬양 소쇄원
 
뜨거운 여름날 떠난 담양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소쇄원입니다. '한국 민간정원의 백미'라 불리는 소쇄원은 담양 여행에서 결코 빠뜨릴 수 없는 명소입니다. 무더운 날씨였지만 소쇄원 그늘에서 보낸 휴식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청량함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제가 소쇄원 방문 했을 때는 7월 말입니다. 배롱나무가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할 때입니다. 소쇄원 주차장에 배롱나무가 화사하게 꽃을 피웠습니다. 소쇄원 안에도 배롱나무 꽃이 활짝 피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생깁니다. 소쇄원 주차장은 차량 수십 대가 주차할 수 있을 만큼 꽤 넓습니다. 이날은 평일이고 뜨거운 날씨여서 그런지 주차장에 차가 별로 없습니다. 매점도 문이 닫혀 있습니다. 소쇄원 주차장 주차비 무료 공짜.
 
 
 
 
 

 
소쇄원은 조선 중기 선비 양산보가 자연을 벗 삼아 지은 별서정원이고 민간정원입니다. 양산보는 조광조의 제자였습니다. 조광조가 기묘사화로 죽음을 당하자 세상에 미련을 두지 않고 고향인 창평으로 내려와 은둔하면서 소쇄원을 지었습니다. 지금은 담양군 창평면이지만 조선시대에는 창평군이 별도로 있었습니다. 

 

안내도에서 보듯이 소쇄원은 그렇게 넓진 않습니다. 어쩌면 소박함에서 나오는 잔잔한 풍경이 사람들의 마음을 이끄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쇄원(瀟灑園)을 직역하면 맑고 깨끗한 동산입니다. 기운이 맑고 깨끗하여 속세의 찌든 때가 없는 자연 속의 은둔처라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소쇄가 소학의 소쇄응대에서 나왔다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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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길을 건너서 소쇄원으로 향합니다. 소쇄원 바로 앞까지 자동차가 들어갈 수 없습니다. 무조건 주차장에 주차하고 걸어 가야 합니다. 
 
 
 
 
 

 
소쇄원 입구에 제주양씨지소쇄원(濟州梁氏之瀟灑園)라는 비석이 있습니다. 제주 양씨 가문의 사적 정원이자 후손들이 대를 이어 가꾸고 지켜온 공간임을 뜻합니다. 소쇄원 만든 양산보가 제주 양씨입니다. 제가 제주 양씨에서 분적한 남원 양씨여서 이 비석에 눈길이 갑니다. 할아버지 집에 왔다고 하면 오바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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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쇄원 가는 길. 약간의 오르막입니다. 사진 왼쪽 건물이 매표소입니다. 
 
 
 
 
 

 
소쇄원은 9시부터 관람할 수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 관람 시간이 다른 것은 알고 가시고요. 가을은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습니다. 관람료는 어른 2,000원입니다. 역사, 문화 시설은 관람료를 내고 들어가게 해야 합니다. 올 사람만 오는 것이기에 관람객들도 책임감과 진중함을 갖습니다. 소쇄원 내 흡연 금지, 음식물 반입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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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를 지나 울창한 대나무 숲길을 걸어 올라갑니다. 담양에 들어선 순간부터 감돌던 알싸하고 시원한 댓잎 향이 코끝을 스칩니다. 강렬한 햇살을 막아주는 대숲 그늘이 무더위를 식혀줍니다. 
 
 
 
 

 
주차장에서 5분 정도 걸어 올라오면 소쇄원 안에 들어설 수 있습니다. 계곡 암반 위에 아슬아슬하게 그러나 지극히 자연스럽게 들어앉은 광풍각이 보입니다. 소쇄원을 한 바퀴 돌아보고 광풍각에서 시원한 바람을 느껴볼 것입니다. 
 
 
 
 
 

 
 
 
 
 

 
왼쪽 위에 대봉대가 보입니다. 대봉대(待鳳臺) 봉황을 기다리는 누대라는 뜻입니다. 대봉대의 봉황은 새를 뜻한다기보다는 귀한 손님 또는 덕망 높은 인물을 상징합니다. 양산보가 손님을 맞이하던 마중물 같은 공간입니다.  
 
 
 
 
 

 
7월 말 배롱나무에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조상들은 꽃이 100일 동안 오래 피어 환하게 밝히고 선비의 청렴결백과 절개를 상징했기에 배롱나무를 심었습니다. 100일 동안 피어있다기 보다도 꽃이 계속 피고 지고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주차장에서 본 것처럼 진하게 활짝 피어나진 않았습니다. 올해 2026년은 전국적으로 배롱나무꽃 개화가 좋지 않다고도 하네요. 
 
 
 
 
 

 
 
 
 
 

 
대봉대에서 위로 올라가면 흙과 돌로 자연스럽게 쌓은 담이 나옵니다. 오곡문(五曲門)이라 적혀 있습니다. 본래 오곡문은 계곡물이 흘러 들어오는 북동쪽 담장에 있던 작은 문입니다. 현재 건물은 없어졌습니다. 오곡문이라는 글씨만 남아 있습니다. 오곡문(五曲門)이라는 것은 “담장 아래 암반 위로 흐르는 물이 지(之) 자 모양으로 다섯 번을 돌아 흘러 내려간다”라는 뜻입니다. 
 
 
 
 
 

 
담장 밑에 돌기둥을 세워 물이 흐르도록 만들었습니다. 물의 흐름을 끊거나 바꾸지 않고 자연의 모습을 살리도록 만들었습니다. 허물고 숨기는 것이 익숙한 요즘 건축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형태의 모습입니다. 자연의 풍취가 남아 있습니다. 
 
 
 
 

 
 
 
 

 
광풍각이 보입니다. 
 
 
 
 
 

 
광풍각(光風閣)은 비 온 뒤 해가 뜨며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뜻합니다. 송시열이 썼다는 현판 속 광풍각 글씨에서도 바람이 느껴집니다. 이날 무더운 여름날이어서 그런지 바람이라는 글자만 봐도 좋습니다. 광풍각은 정자라기보다는 작은 사랑채 역할을 했던 곳입니다. 본래의 광풍각은 1597년 정유재란 때 불타버렸고 1614년 양천운(양산보의 손자)에 의해 복원하였습니다. 
 
 
 
 
 

 




 

 
광풍각 마루에 올라앉아 주변을 둘러봅니다. 거대한 암반 위로 졸졸 흐르는 계곡물과 건너편 배롱나무 그리고 대봉대가 어우러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비가 많이 와서 수량이 많아서 물기에 배롱나무 꽃잎이 실려 내려가면 더 아름다운 풍경이 될 것 같습니다.  
 
 
 
 

 
광풍각 뒤 조금 더 높은 언덕에 제월당이 있습니다. 소쇄원의 주인인 양산보가 거처하며 학문을 탐구하고 글을 읽던 사적이고 은밀한 공간입니다.
 
 
 
 




 
 

 
제월당(霽月堂)은 '비가 갠 뒤의 밝은 달'을 뜻합니다. 송나라의 학자 주돈이의 인품을 칭송하며 황정견이 "가슴에 품은 뜻의 맑고 밝음이 비 갠 하늘의 상쾌한 달빛과 같다"고 한 구절에서 유래했습니다. 마음속에 욕심 없이 깨끗하고 밝은 정신을 품겠다는 선비의 다짐을 담고 있습니다.
 
 
 
 
 


광풍각이 계곡과 활달하게 소통하는 외향적인 정자라면 제월당은 다소 정적이고 아늑하며 깊은 사색에 잠기기 좋은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제월당 대청마루에 가만히 앉아 정원을 바라보면 아래쪽 광풍각과 계곡, 그리고 건너편 배롱나무와 대숲까지 정원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지금은 환한 대낮이지만 눈을 감고 밤하늘을 그려봅니다. 고요한 산속 처마 끝에 걸린 달빛이 계곡의 물소리와 어우러져 세속의 번뇌를 씻어내리는 듯한 청량함이 느껴집니다. 

 

 

 


 

 
소쇄원 살펴보고 뒤돌아 나가면서 소쇄원을 다시 살펴봅니다. 광풍각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AI로 사람들을 지우는 과정에서 AI가 스스로 이미지 전체를 보정했습니다. 덕분에 여름날 푸릇푸릇함이 더 부각된 소쇄원 모습을 만납니다. 
 
 
 
 
 

 
 
 
 
 
 

 
소쇄원을 입구에 있는 투죽위교(透竹危橋)는 '대나무 사이로 보이는 위태로운 다리'라는 뜻의 외나무다리입니다. 몸과 마음의 흔들림이 없어야 건널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소쇄원전남광주통합특별시 담양군 가사문학면 소쇄원길 17

 
소쇄원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함께하는 공간 배치가 인상적입니다. 자연을 물리적으로 훼손하거나 인공적인 토목 기법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계곡물이 흐르면 흐르는 대로 담장을 구멍 내어 흘려보내고 언덕이 있으면 그에 맞춰 정자를 낮게 올린 배려와 조화로움이 있습니다. 그 안에서 피어난 여름꽃과 신록은 깊은 휴식을 안겨줍니다. 
 
소쇄원은 둘러보는 데 아주 긴 시간이 걸리는 넓은 공간은 아닙니다. 하지만 스쳐 지나가듯 대충 훑어보고 나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가만히 정원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진가가 보이는 곳입니다. 화려한 배롱나무꽃과 서늘한 대숲 바람을 맞으며 마음속 번뇌를 내려놓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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