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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반다찌 물레야 소주방

 

친구와 이야기하다 '다찌'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다찌에서 제대로 먹어보자. 그러면 우리 통영 갈까? 이렇게 통영 여행을 계획하게 됩니다. 드디어 통영에 도착했습니다. 오전 내내 통영 이곳저곳을 다녔습니다. 저녁이 되어 다찌를 찾았습니다. 다찌는 통영의 독특한 술문화입니다.

 

 

통영에는 수많은 다찌가 있습니다. 그런데 다찌라는 게 여러 명이 가야 푸짐하게 먹을 수 있겠더군요. 달랑 2명이 그 기분을 내기 힘들겠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그러다 반다찌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반다찌는 다찌의 미니멀 버전입니다. 다찌보다 나오는 양은 적지만 가격은 저렴하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맘에 드는 반다찌집을 찾았습니다.

 

가기로 했던 반다찌집을 갔는데 무슨 연유인지 문을 닫았습니다. 때부터 다찌, 반다찌 구분 없이 다찌집을 급하게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가는 집마다 자리가 없습니다. 대기도 잘 안 받아주더군요. 빈자리 날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물레야 소주방도 처음에 갔을 때는 빈자리가 없었습니다.

 

 

 

 

 

친구는 미리 전화해 보고 예약하지 그냥 왔냐고 막 눈치를 줍니다. 저는 다찌가 포장마차 느낌이라서 예약을 받아주나? 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다찌가 그렇게 많은데 굳이 예약이 필요할까? 했는데 완전히 판단미스였습니다.

 

향남동 한 바퀴 돌았습니다. 물레야 소주방으로 다시 왔는데 손님이 나가는 게 보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빈자리가 있습니다. 물레야 소주방은 다소 허름해 보이지만 다찌가 이런 것이겠구나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술 한잔 하기에 분위기도 좋고요. 물레야 소주방은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테이블도 예닐곱 개 정도입니다. 

 

술 한잔 먹기 힘듭니다.  

 

 

 

 

 

그러면 도대체 '다찌'가 무엇이냐? 다찌는 메뉴가 없습니다. 술만 주문하면 됩니다. 안주는 주인이 주는 대로 먹는 것입니다. 주인이 만든 요리가 나올 수도 있고 물 좋은 해산물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다찌는 술 한 병에 1만 원 정도씩 받는 곳도 있고, 기본상 7~10만 원 정도 내고, 술만 추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레야 소주방은 반다찌라고 말씀드렸습니다. 1명당 25,000원입니다. 2명부터 시작입니다. 2명이 가면 기본으로 술 3병을 시킬 수 있습니다. 술은 맥주나 소주 아무거나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소주 2병, 맥주 1병을 달라고 했습니다. 지금부터는 주인장이 주는 대로 먹으면 됩니다. 

 

 

 

 

 

 

 

 

 

 

 

물레야 소주방은 허영만의 백반기행 프로그램에 나오면서 더욱더 알려졌습니다. 백반기행은 허영만 화백이 게스트와 함께 각 도시를 다니면서 그 도시의 소소한 맛집을 찾아다니는 프로그램입니다. 프로그램 제목처럼 백반, 밥집 위주로 나옵니다. 허영만 화백이 아는 식당을 가는 게 아니고 방송국에서 미리 찾아 놓은 곳을 허영만 화백이 직접 가서 맛보면서 소개하는 것 같더군요.

 

 

 

 

 

물레아 소주방은 허영만 화백과 가수 이무송 씨가 함께했습니다. 저는 허영만 화백의 '식객' 전집을 갖고 있을 정도로 허영만 화백의 맛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음식 찍어 먹을 장이 여러 가지가 나옵니다. 나오는 음식의 종류가 다양하겠다는 짐작을 하게 합니다. 다찌의 매력은 어떤 음식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무엇이 나올지 기대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어떤 안주가 이어질지 서울 촌놈들은 설렘 가득합니다. 왼쪽 위 미역무침이 입맛에 맞았습니다. 애피타이저로 좋더군요.

 

 

 

 

 

 

 

 

 

 

 

전갱이(아지) 구이

 

 

 

 

 

멍게, 호래기, 소라

 

 

 

 

 

회는 조금 나오네요

 

통영에 다찌라는 술 문화가 어떻게 생기게 되었을까요? 통영은 남해안 수산업의 중심입니다. 수산물을 풍부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습니다. 고기잡이하는 경상도 남자들의 화끈한 면도 있습니다. 바닷일을 마치고 항구로 돌아와 술 한잔 하러 갑니다.

 

 

 

 

 

 

 

 

 

 

 

산낙지는 작은 종지에 조금

 

항구 주변에는 좋은 안주거리가 많았을 것이고 술집 주인은 그날그날 좋은 안주거리를 준비합니다. 술집에 손님이 들어오고 손님은 주인 맘대로 주는 안주로 술을 마십니다. 그렇게 술자리는 무르익어갑니다. 나중에 술값 계산할 때 소심하게 얼마씩 먹었니 하고 따지지 않습니다. 남아있는 빈 술병만 보고 손님에게 적당한 술값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것이 시간이 흘러 지금의 다찌 문화가 만들어졌으리라 생각합니다.

 

 

 

 

 

전이 빠질 수 없습니다.

 

다찌와 비슷한 방식으로 술을 파는 지역이 또 있습니다. 전주 막걸리집, 마산 통술집, 삼천포 실비집이 있습니다. 특별히 메뉴가 없고 술을 시키면 알아서 안주가 나오는 방식입니다. 술을 많이 시킬수록 안주가 더 나옵니다. 지역의 중심지, 여러 가지 산물이 많이 나오는 곳에서 다찌 방식의 술집이 있습니다.

 

 

 

 

 

제육볶음

 

다찌의 어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 '모든 안주가 다 있지'에서 유래했다는데 이것은 요즘에 만들어진 유래인 듯합니다. 일본어에서 유래했다는 썰이 많습니다. 일본어로 친구라는 뜻의 도마다찌 서서 마시는 술집을 뜻하는 다찌노미에서 유래했다는 썰이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통영에는 일본인들이 많았으니 다찌가 일본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봅니다. 유래는 일본어일 수도 있으나 술 마시는 개념은 다릅니다. 선술집이 아닌 화끈하고 통 큰 느낌이 있습니다.

 

 

 

 

 

 

 

 

 

 

 

아래는 곰장어 수육

 

제가 갔을 때 어떤 손님이 기분 나쁜 얼굴로 나갑니다. 나중에 사장님이 그러는데 방송에 나오는 것처럼 안주가 나오지 않는다고 불평하더랍니다. 다찌의 안주는 계절, 날씨 등에 따라 그때그때 다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 보여드린 안주가 그대로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아귀수육까지가 물레야 소주방의 안주였습니다. 뭐가 더 나올 것 같은데 급 멈춘 느낌입니다. 뭐가 어디까지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마지막 안주를 받았습니다. 더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둘이서 5만 원내고 이 정도 먹었으면 잘 먹었지 뭘 더 바라냐는 생각에 다다랐고 기분 좋게 나왔습니다. 

 

 

 

물레야 소주방을 나와 강구안을 거닐었습니다. 술을 좀 더 마셔야겠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중앙시장으로 가서 회를 사 와서 숙소에서 한잔 더 했습니다. 저는 평소 혼술을 즐깁니다. 혼자서 다찌를 갈 수는 없습니다. 이번에 좋은 친구와 함께 즐겁게 술 한잔 기울일 수 있었습니다. 통영의 다찌 문화는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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