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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당일치기

 

무엇인가가 딱 들어맞을 때 '안성맞춤'이라고 합니다. 안성이 들어간 라면도 있고요. 안성이라는 지명이 낯익을 것입니다. 안성은 오랜 역사를 품고 있습니다. 안성으로 당일치기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제가 사는 곳 옆동네여서 쉽게 갈만한도 한데, 그동안 좀 소홀했습니다. 안성에서 덜 알려진 곳, 제가 찾지 않았던 곳 위주로 다녀보았습니다. 스토리 가득한 안성으로 출발합니다.

 

여행의 시작은 냉면입니다. 안성에는 '우정집'이라는 유명한 냉면집이 있습니다. 이 집은 10년 전에 한번 가봤습니다. 냉면이 제 입맛에 맞아서 가봐야지 가봐야지 하는데, 거리가 있어서 그런지 쉽게 안 가지더라고요. 우정집에서 편하게 먹으려면 10시 이전에는 가야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보통 냉면 장사면 점심부터 하는데, 아침부터 가서 어쩌라는 것이냐? 했습니다. 

 

제가 9시 30분 정도에 식당에 도착했는데, 어머머 식당에 빈자리가 없습니다. 10여 명의 대기도 있습니다. 30분 가까이 기다리다 만난 우정집 냉면. 10년 전 먹었던 그 느낌이 살아 있습니다. 사진은 2그릇이죠? 2그릇 다 저 혼자 먹었습니다. 우정집은 무조건 물냉면이고요. 뒤에는 비빔 사리입니다. 이 집만의 먹는 방법은 다음에 소개하겠습니다. 

 

 

 

 

밥을 먹었으니 소화도 시킬 겸 산책을 하기로 합니다. 목적지는 안성 구포동 성당입니다. 줄여서 안성성당이라고도 합니다. 1922년에 만든 성당이라고 하니 100년의 역사를 품고 있습니다. 한옥식으로 지은 성당이어서 더욱더 친근하고 소중하게 다가오는 성당입니다. 




 




 

 

주차는 우정집 옆 공영주차장에 했습니다. 성당 갔다가 주차장으로 오는 길에 김밥 사러 갑니다. 두꺼비스넥에서 판매하는 오이김밥이 유명합니다. 말 그대로 김밥 안에 오이가 들어 있습니다. 냉면을 그렇게 먹고, 또 김밥이냐고 하시겠지만, 오래전부터 오이김밥이 궁금했습니다. 어차피 포장만 되는 곳이니, 포장해서 다른 곳에서 먹을 계산이었습니다. 

 

 

 

 

포장해서 다른 곳에서 먹기로 하긴 했으나, 김밥 맛이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몇 개만 먹자고 했습니다. 먹을만한 곳이 어디 있을까 했는데, 우정집 옆에 낙원역사공원이 있습니다. 공원 벤치에 앉아서 몇 개 집어 먹었답니다. 오이의 오도독한 식감을 살린 것이 맛있습니다.

 

김밥만 먹고 가기에 공원은 볼거리가 많습니다. 안성에 흩어져 있던 문화유적을 공원으로 옮겨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연못에서 분수도 나오고 시원하니 좋습니다. 우정집 앞을 지나가는데 줄이 장난 아니네요. 11시 이후에 가면 2시간은 기다려야겠습니다. 

 

 

 

안성시 죽산면에 있는 죽주산성으로 향합니다. 안성 시내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걸립니다. 성곽에 올라 한적하게 거닐기로 합니다. 성문으로 들어선 후 오른쪽으로 쭉 올라갑니다. 죽주산성의 포토존으로 널리 알려진 오동나무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푸르름이 한창인 계절임에도 나뭇잎이 듬성듬성 나 있습니다. 나무가 뭔가 사연이 있음 직합니다. 

 

 

 

 

성곽을 따라 걷습니다. 커다란 돌덩어리를 차곡차곡 쌓아 올려서 튼튼하게 지어 올려져 있습니다. 죽주산성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였습니다. 삼국시대 신라의 북진 과정에 만들었다고도 하고, 고려시대에 만들었다고 합니다. 고려시대 몽골군 침입 때 죽주산성에서 승리를 거두었고, 임진왜란, 병자호란 때도 전쟁의 기록이 있습니다. 

 

 

 

 

죽산은 안성에 속하지 않고 죽산군이라는 별도의 행정구역이 있었을 때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지역의 중심지로서 많은 사람의 왕래가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죽산면은 안성시에서 문화재가 가장 많은 지역입니다. 특히 죽산면 곳곳에 불교 유적이 흩어져 있습니다. 죽주산성에서 나와 매산리 석불입상(사진), 죽산리 석불입상, 죽산리 3층석탑을 찾았습니다.  

 

 

 

 

봉업사지로 왔습니다. 봉업사라는 절이 있던 곳입니다. 봉업사는 고려시대에 만든 절입니다. 지금은 석탑과 당간지주만이 절이 있던 곳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고려 태조의 진영(초상화)을 보관하는 진전사원이었다고 하니, 그 교세가 상당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죽주산성에서 장시간 걸었으니 잠시 쉬어가는 타임을 가져볼까 합니다. 죽산면에서 안성 시내로 가는 길에 안성허브마을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운영이 잘 되는 곳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허브 구경을 많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요. 대신 사이사이 사진 찍고 기념할 만한 곳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별도의 입장료, 주차비가 없습니다. 지금은 주말과 공휴일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허브마을에 왔으니 허브차 한잔 마셔야겠지요. 따뜻한 캐모마일 마시면서, 잠시 숨 고릅니다. 카페에서는 빵도 판매합니다. 냉면과 김밥이 소화가 덜 된 관계로 허브차만 마십니다. 




 

 

 

안성 나들이의 마지막은 금광저수지입니다. 안성은 저수지가 많습니다. 저수지가 71개가 있다는군요. 그만큼 농사를 많이 지었다는 것입니다. 저수지 주변을 정비해서 여행자를 맞이합니다. 금광저수지의 일부 구간을 산책로로 만들었습니다. 박두진둘레길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박두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청록파라고 하면 더 기억이 잘 나실 것입니다. 박두진, 조지훈, 박목월 세 명의 시인을 묶어 청록파라고 불렀습니다. 박두진 시인의 고향이 안성입니다. 안성에 박두진 시인의 묘도 있고, 문학관도 있고요. 금광저수지 따라 이어지는 박두진 문학길을 걸으면, 시인의 여러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걸으면서 시를 음미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저수지 주변으로 카페도 많습니다. 

 

우정집 - 안성성당 - 두꺼비스넥 오이김밥 - 낙원역사공원 - 죽주산성 - 죽산면 - 안성허브마을 - 금광호수 박두진 둘레길 등으로 둘러보았습니다. 

 

안성하면 볼거리, 먹거리가 많이 있습니다. 사시사철 계절적 특징을 잘 보여주는 팜랜드,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 남사당놀이, 전통의 장맛을 맛볼 수 있는 서일농원, 주소는 용인이지만 안성에서 더 가까운 한택식물원, 우리나라 최초의 천주교 사제 김대건 신부님의 묘가 있는 미리내 성지 등은 특히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입니다. 100년 넘은 설렁탕집도 있고, 장터에서 파는 국밥도 맛있습니다. 역사와 문학이 함께한 안성에서의 시간이 즐겁고 유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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