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을 저녁에 가야 하는 이유

서울특별시 2023. 10. 24. 07:07 Posted by 라오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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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서울은 조선왕조를 이끈 왕의 도시입니다. 서울에 여러 궁이 있고 각각의 특징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덕수궁은 특별합니다. 가을로 들어가는 9월 말 덕수궁으로 향합니다. 특히 저녁 무렵 덕수궁은 차분하면서 다채로움을 뽐냅니다. 덕수궁 돌담길은 사랑스럽습니다. 
 

1년에 한두 번 보는 여사친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서울시청을 거쳐 덕수궁으로 향합니다. 시청 건너편에 덕수궁 입구인 대한문이 보입니다. 대한문 주변을 여러 번 지났는데 덕수궁 방문은 처음입니다. 
 
 
 

 

덕수궁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관람할 수 있습니다. 입장 마감은 오후 8시. 관람료는 어른 1천 원. 매주 월요일은 휴궁일. 관람권 구매 후 덕수궁으로 들어섭니다. 이때가 오후 6시쯤 되었습니다. 일부러 저녁 해 질 무렵 풍경을 노렸습니다. 왜냐고요? 보시면 압니다. 
 
 
 

 

덕수궁의 중심인 중화전(中和殿)입니다. 중화전 앞에는 의식이 있을 때 문무백관의 위치를 표시하는 품계석이 좌우에 있습니다. 1897년 고종은 러시아공사관에서 경운궁(덕수궁)으로 돌아옵니다.
 
임진왜란 때 피난 갔던 선조가 돌아왔는데 머물 궁이 없습니다. 기존에 있던 궁은 소실되었기 때문입니다. 임시로 월산대군의 집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정릉동 행궁이라 불렀습니다. 정릉동 행궁을 확장하고 경운궁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국가의 기운을 드높이는 궁이라는 뜻입니다. 당시는 이름만 궁궐이고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고종이 경운궁으로 돌아오면서 역사의 중심에 등장합니다. 1907년 덕수궁으로 이름을 바꿉니다. 
 
 
 
 
 

 
 
 
 
 

본래 경운궁의 정전은 즉조전(즉조당)입니다. 즉조전이 협소하여 1902년 새로운 정전으로 중화전을 지었습니다. 중화(中和)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바른 성정이라는 뜻입니다. 처음 지은 중화전은 이층 건물이었습니다. 화재로 소실되고 단층 건물로 중건합니다.    
 



 
 

덕수궁 안에 석조전이라는 서양식 건물이 있습니다. 대한제국 황궁의 정전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석조전은 돌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당시만 해도 나무로 건물을 지을 때입니다. 돌로 지은 건물은 충격이었던 것입니다. 석조전은 근대국가를 염원한 대한제국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1900년부터 1910년까지 공사하였습니다.  
 
 
 
 
 

석조전은 엄격한 비례와 좌우대칭이 돋보이는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었습니다. 신고전주의 양식은 그리스 로마 시대 건축물을 모방한 양식입니다. 1층 접견실과 대식당에서 외국 사신을 만나고 공식적인 의례를 수행합니다. 2층에는 황제와 황후의 침실, 서재, 거실이 있습니다. 고종은 불편하다면서 석조전에서 머물진 않았습니다. 
 
1930년대 일제는 덕수궁 일대를 공원화하면서 석조전을 미술관으로 사용합니다. 광복 직후 미소공동위원회 회담이 열리고 UN 한국임시위원회 사무실로 사용합니다.  2014년 석조전 대한제국역사관을 개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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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조전에 들어가진 않았습니다. 들어갈 수도 없었고요. 6시면 관람이 끝납니다. 관람 예약하지도 않았습니다. 오늘은 덕수궁 자체를 즐기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큽니다. 석조전 계단에 앉아 그냥 있었습니다. 저녁 무렵 궁에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조용합니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에 온 듯한 기분입니다. 
 
 
 

 

여사친과 특별한 말 없이 그냥 있었습니다. 서로 이 평화로운 시간을 깨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시간 이 공간 이 순간이 그냥 좋습니다. 퇴근 후 잠시 쉬러 온 직장인도 다정한 커플도 예쁩니다. 도심 속에서 느끼는 자유로운 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이 순간이 좋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덕수궁에도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합니다. 하나둘 조명이 들어옵니다. 덕수궁 주변 건물에도 불이 들어옵니다. 덕수궁은 어둠 속에서 또 다른 아름다움을 안겨줍니다. 낮의 활기찬 모습도 좋겠지만 저녁 무렵 어스름함 속에서 차분함이 더욱더 좋습니다.  
 
 
 
 
 

 
 
 
 
 

어둠이 내려앉은 석조전
 
 
 
 
 

석조전 서관은 1938년 6월에 준공하였습니다. 1930년대 일제가 덕수궁을 공원화하고 석조전을 미술관으로 합니다. 일본근대미술작품을 전시합니다. 조선 미술작품도 전시하려 했는데 일본 작가들이 반발합니다. 석조전 서관을 짓고 이왕가미술관으로 합니다. 지금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으로 사용합니다. 
 
 
 
 
 

조명으로 밝게 빛나는 중화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었는데 예쁘게 잘 나왔습니다. 곡선과 단층의 조화로움이 예쁩니다. 
 
 
 
 
 

석어당(昔御堂)의 창건 연대는 확실치 않습니다. 1904년 화재로 소실되었고 1905년 중건합니다. 임진왜란 때 선조가 피난 갔다 돌아와서 거처한 곳이자 승하한 곳으로 추정합니다. 광해군이 인목왕후를 유폐시킨 곳이고 인조반정 후 광해군의 죄를 문책한 곳이기도 합니다. 
 
 
 
 
 

정관헌(靜觀軒)은 조선 역대 왕의 어진을 봉안했던 곳입니다. 정관(靜觀)은 고요히 바라본다는 뜻입니다. 1900년 건립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지붕은 팔작지붕으로 동양식이고 건물은 차양칸과 난간을 서양식으로 꾸몄습니다. 난간에 사슴, 소나무, 당초, 박쥐 등 전통 문양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오른쪽은 함녕전(咸寧殿) 왼쪽은 덕홍전(德弘殿)입니다. 함녕전은 고종의 침전입니다. 1919년 1월 21일 고종이 승하한 곳이기도 합니다. 덕홍전은 황제가 외국 사신이나 대신들을 만나는 접견실입니다.
 
 
 
 
 

덕수궁 관람을 마치고 나왔습니다. 덕수궁에 왔으면 돌담길 걷는 것은 당연한 코스입니다. 이문세 가수가 노래한 광화문연가 노랫말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이영훈 님 가사는 예술입니다.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해갔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연탄재 위에 장미꽃이 피었습니다. "뜨거울 때 꽃이 핀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게 누군가가 장난으로 둔 것인 줄 알았습니다. 알고 봤더니 이효열 설치미술가의 작품입니다. 이효열 작가는 일상을 가장한 예술을 표방합니다. 연탄처럼 뜨거운 마음으로 열정을 다할 때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밤하늘에 빛나는 나뭇잎
 
 
 
 
 

연인이 덕수궁 돌담길 걸으면 헤어진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가정법원에 이혼하러 온 부부들이 있어서라는 것이 속설이 만들어진 큰 이유라고도 합니다. 가정법원이 이전했으니 속설은 무의미합니다. 이렇게 예쁜 길을 연인이 함께 걸으면 사이가 더 돈독해질 것 같습니다. 애인이랑 같이 걸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여사친은 여사친일 뿐. 
 
 
 
 
 

추워지니 나무도 옷을 입었습니다. 꽃무늬 스웨터가 예쁩니다. 
 
 
 
 
 

 
 
 
 
 

버스킹
 
 
 
 
 

덕수궁 구경하고 돌담길까지 걸으니 갬성이 충만합니다. 술 한잔 저절로 땡깁니다. 어느 골목 안에 있는 작은 술집에서 가을 밤공기와 함께 술 한잔 기울입니다. 그리고 숭례문까지 걸었습니다. 덕수궁에서 숭례문까지 15분 정도만 걸으면 됩니다. 숭례문 화재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른 궁은 특정 시기만 야간 개장하지만 덕수궁은 계속해서 야간에도 입장할 수 있습니다. 저녁 무렵부터의 은은한 궁의 분위기가 좋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저녁에 가길 잘했습니다. 
 
덕수궁은 우리나라 근대사의 엄청난 파고를 직접적으로 맞은 슬픈 공간입니다. 외세의 침략 속에 점점 힘을 잃어가는 나라의 모습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2038년까지 덕수궁 복원 계획이 있습니다. 복원이 이루어지면서 슬픔보다는 기쁨이 가득한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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