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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

크리스마스 잘 보내고 있으신지요?
크리스마스가 되면 괜히 기분이 좋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크리스마스 하면 산타할아버지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 받고 싶은 마음은 남녀노소 누구나 똑같은 듯 합니다. 

제가 일하는 직장 건물에는 유치원이 있습니다. 유치원 원장님이 특별한 부탁을 합니다. 크리스마스 때 산타 할아버지가 돼 줄 수 있냐는 것이지요.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 주는 산타 할아버지. 그것도 저를 저를 콕 찝어서 말이죠. 아무튼 이놈의 인기는 도무지 식을 줄 모릅니다. 원장님도 저의 출중한 외모를 늘 눈여겨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재밌을 것 같아서 승낙합니다.

드디어 디데이가 밝아오고 저는 유치원으로 올라갑니다. 유치원 사무실 구석으로 들어갑니다. 아이들에게 산타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들키면 안되니까요. 사무실 한쪽에는 아이들에게 나눠 줄 선물이 가득합니다. 산타할아버지가 나눠 줄 이 선물들은 아이들의 부모들이 미리 보낸 것입니다. 

 



그리고 선물에는 메모지가 하나씩 붙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게
'태희에게 올해도 엄마, 아빠 말 잘 들어줘서 고마워요. 내년에 이쁘게 잘 자라렴 밥 잘 먹고'

초롱초롱한 눈 망울을 가진 아이들이 교실에 앉아 있습니다. 유치원 선생님들이 분위기를 띄우죠. 크리스마스가 어쩌고.산타할아버지가 어쩌고 이윽코 산타 할아버지를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그러면 산타할아버지로 완벽 변장한 저는 '메리 크리스마스' 하면서 아이들에게 등장합니다. 말로만 듣던 산타할아버지가 진짜 내 눈앞에 있다니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쳐다봅니다. 이 아이들의 동심을 깨지 않고 멋지게 임무수행을 할 수 있을지 긴장됩니다.

아이들 이름을 한 명씩 부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태희 나오세요.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줄게요'

그런데 '와~ 선물이다'라고 웃으면서 나오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무서워하는 아이들이 더 많았다는. 아이들이 긴장하고 있다는 게 보이더라고요. 이럴수록 산타할아버지 연기에 혼을 실어야겠다 다짐합니다.

아이가 나오면 옆에 있던 선생님이 저에게 선물을 줍니다. 선물에 붙어 있는 메모지 내용을 저에게 아주 작은 말로 전해주면서, 메모지는 살짝 떼어내지요. 저는 보고 들은 대로 '태희 밥 잘 안 먹는구나? 내년에는 밥 잘 먹고 엄마, 아빠 말 잘 들어야 해요? 알았죠?라고 말합니다. 산타 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아이들과 사진 찍고요.

 

 

 

 


그렇게 80명 가까운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줍니다. 아이들이 순수하다고 이쁘다는 생각을 하는데 몇몇 질문과 행동은 참 당혹스럽더구먼요.

산타할아버지도 한국말해요?

 

아이들이 생각하기에 산타할아버지는 외국에서 오는 줄 알았나 봅니다. 옆에 있던 분이 산타할아버지는 전 세계 모든 말을 다 할 수 있단다. 휴~

산타할아버지 왜 운동화 신고 있어요?

 

신발까지는 완전 변신을 못했는데 예리한 아이의 눈에 딱 걸렸습니다. 잠시 머뭇거린 저 대신 누군가가 오늘 눈이 와서 그렇단다 선물 많이 돌리려면 운동화 신고 다녀야 돼.

어 산타할아버지 안경 썼네?

 

그래도 생각해서 뿔테 대신 무테 쓰고 갔는데 아이들이 볼 때 안경 낀 산타는 이상한가 봅니다? 조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도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줬나 보더군요. 조카가 실망하더래요. 산타 할아버지가 안경 써서 저 산타 할아버지는 가짜라고. 이제 7살 인대. 산타 할아버지 원래 안경 쓰지 않나요?

이 밖에 대처하기 힘든 그래서 가만있었던 아이들의 말과 행동들이 있습니다. 산타 할아버지 되고 싶으면 어떻게 해요? 나중에 커서 산타 할아버지 될 거예요. 그래서 선물 많이 받을 거예요. 가짜 수염을 만지려는 애들도 많고. 만지면 안 돼.

 

 

 

 

그러면 아이들은 산타 할아버지를 진짜 믿을까요? 여러분은 언제까지 믿었나요? 이번에 산타 할아버지를 하게 되면서 보니 최소한 7살까지는 믿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80명에게 선물을 나눠 주기 전 유치원 선생님에게 물어봤습니다. 7살짜리 1명만 산타 할아버지의 실체를 알고 있다네요. 7살 이 녀석에게 들키면 어떻게 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티 안 내고 선물 잘 받아가더군요. 

크게 보면 초등학교 저 학년까지도 믿을 듯합니다. 제가 산타 할아버지를 재밌게 하는 모습을 보고, 직장 내 어르신 한 분이 부탁을 합니다. 손자들에게 산타 할아버지처럼 선물 주고 와 달라고요. 이런 부탁은 바로 콜이죠. 손자들 사는 아파트에서 7살, 10살(올해 3학년)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왔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10살짜리 남자아이가 엄마에게 그랬답니다. '엄마 산타 할아버지가 진짜 있었어요' 

산타 할아버지로 살아 본 하루였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하다 보니 재밌더라고요. 산타 할아버지에게 푹 빠져 살았어요.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이 다치지 않았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크리스마스 즐겁게 보내시고요. 예수님의 사랑과 은총이 여러분 모두에게 전해지길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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