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저도 연륙교
오랜만에 포스팅 올립니다. 그동안 저 보고 싶어서 안달 난 분이 혹시라도 있으려나? 대내외적으로 일이 좀 많아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곤이 쓰나미로 밀려왔답니다. 이게 또 글을 안 쓰다 보니 감이 떨어지네요. 각설하고 오늘은 조용한 바닷가를 소개하려 합니다. 지난번 포스팅에서 마산 아귀찜을 소개했습니다. 꼭 제가 소개한 집이 아니더라도 마산에 가면 아귀찜을 꼭 먹어야겠더군요. 아~ 또 생각난다.
아귀찜 먹고 이동한 곳은 저도 연육교입니다. 연육교는 섬과 육지를 연결한 다리를 말합니다. 그렇게 길거나 화려한 다리는 아니지만 그 아래로 흐르는 잔잔한 바다물결은 마음을 차분하게 하더군요.
마산 오동동에서 아귀찜에 소주 한 잔 먹었습니다. 시간은 해가 창창하게 떠 있는 대낮이고 다음 사이트로 이동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마산에 딱! 하니 갈 곳이 없더군요. 문신미술관을 가보고 싶었는데 정기휴관이고.
그래서 마산의 고향인 S양과 창원에서 학교를 다닌 Y군이 생각해 낸 곳이 '저도 연육교'였습니다. 여기 분위기가 아주 그만이라더군요. 저는 손님인지라 모시고 간다기에 묵묵히 따라나섭니다. 마산 시내에서 목적지까지 거리가 꾀 되더군요. 차 타고 40분 정도 갔습니다. 저는 낮술을 먹은 지라 꾸벅꾸벅 졸다가 눈을 뜨니 바다가가 보입니다.
주차하고 다리 쪽으로 걸어갑니다. 녹이 슬어 낡아 보이는 철제 다리가 있고 옆으로는 새롭게 놓인 커다란 다리가 있습니다. 붉은색의 다리가 원래의 저도연육교입니다. 안전상의 문제가 있어서 왼쪽에 큰 다리를 만든 것이고요.
붉은색의 연육교 이 다리가 유명한 다리더군요.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 나온 다리와 비슷하다 해서 마산의 '콰이강의 다리'라는 애칭이 있습니다. 영화 '인디안섬머'(박신양, 이미연 출연), 거미의 '아직도'라는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기도 했답니다.
다리 위로 걸어갈 수 있습니다. 다리의 길이는 약 170m. 분위기 있게 걸어가기에 제법 괜찮은 다리입니다. 바다 멀리로는 하얀색 점들이 콩콩 박혀있습니다. Y군 말로는 이곳에서 굴 양식을 많이 한다는군요. 남해안의 깨끗한 바닷가에서 우윳빛 굴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는가 봅니다. 그런데 올해는 노로바이러스 때문에 굴 양식하는 분들 손해가 상당하다지요. 안타깝습니다.
통통 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니 배 한 척이 바닷물살을 가르며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배는 조금씩 조금씩 시야에서 멀어집니다. 저는 배 멀미를 심하게 하지만 이 날 만은 저 배의 선장이 되어 멀리멀리 떠나고 싶었습니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채.
다리 난간에는 자물쇠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여기에 자물쇠를 달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하더구먼요. 서울 남산에 있는 자물쇠 덕분인지 요즘은 어딜 가나 이런 식의 사랑을 기억하려는 자들의 증표가 종종 눈에 띕니다. 녹이 슨 쇳덩이들이 가득 달려 있는 것을 보면 그렇게 예뻐 보이지는 않습니다. 꽉 잠긴 자물쇠처럼 사랑도 단단해지려는 의미인 듯 하지만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여기서 S양의 멘트가 모든 상황을 정리해 줍니다.
'사랑은 족쇄가 아니야'
구교를 지나니 분위기 좋아 보이는 카페도 있고 음식점들도 보입니다. 자물쇠도 있고 카페도 있는 것으로 보아하니 마산 부근에 사는 커플들의 단골 데이트 코스인 듯합니다. 사진을 보니 분위기가 그런데? 할 수 도 있는데요. 제가 이 사진을 올린 것은 간판이 재밌기 때문입니다. '다리와 다리사이' 문득 1980년대 영화 '무릎과 무릎 사이'가 떠오르는 것은 뭔지.
왼쪽에는 '저도 비치로드 종합안내도'가 있습니다. 저도에는 비치로드라는 트레킹 코스가 만들어져 있다고 합니다. 포스팅하면서 비치로드를 검색해 봤는데 저도 정상에서 바라보는 다리와 바다의 모습이 아주 장쾌하더군요.
신교로 왔습니다. 신교는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2차선 도로입니다. 2004년에 완공되었다는군요. 길이는 182m. 신교는 조명 장치가 돼있어서 야경이 아주 멋드러 진다는군요. 대낮이어서 야경을 만날 수는 없어도 마음속으로 반짝반짝 불빛을 내면서 다리를 건너갑니다. 중간에 타이머 해놓고 세 명이서 사진도 찍고.
저 멀리 바다에는 야트막한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신의 한 수 인 것 같습니다. 그냥 바다만 펼쳐 있으면 뭔가 심심할 것이고 그렇다고 섬이니 바위가 많으면 답답해 보일 것이고요. 하지만 우리의 바다는 적당히 있습니다. 밋밋하지도 복잡하지도 않게 봐도 봐도 지루하지 않은. 사진에 있는 자그마한 배는 요트입니다. 저도에는 요트계류장이 있다는군요.
마산 저도 연육교를 따라 바다 구경을 해봤습니다. 그렇게 큰 다리는 아니지만 그렇게 화려한 다리는 아니지만 남해의 잔잔한 물결 속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사랑의 추억을 고이 간직하게 해주는 예쁜 다리이기도 하고요. 다리가 잘 보전되어서 많은 이들과 추억을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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