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의 느끼함을 날려버린 새우대가리 라면

새우 대가리 라면

추석 연휴 잘 보내셨는지 뒤늦게 안부를 여쭙니다.

저는 명절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명절 아침 큰댁에 가서 제사 지내고 성묘 갔다 오면 끝입니다. 명절이 즐거운 이유는 꽃놀이와 푸짐한 먹을거리입니다. 여동생이 시댁에 갔다가 오면 한 판 신나게 붙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많이 잃어서 슬포요. 이번 추석에는 새우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 동물의 머리를 대가리라고 합니다. 나쁜 말 아니에요.

연휴 마지막 날 식구들을 보니 뭔가 은근히 바라는 눈치입니다. 제가 새우나 구워 먹을까?라고 말하니 다들 오케이 합니다. 아싸 그렇다면 새우를 어디서 사느냐 하는 문제가 나옵니다. 보아하니 시장은 문을 닫았고. 근처 대형할인점으로 향합니다. 할인점에 새우가 있긴 한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왔더군요. 중동에서 왔다고 하니 좀 신기합니다. 그런데 얘네들도 연휴에 지쳤는지 그닥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같이 간 매부와 눈빛 교환을 합니다. 구워 먹는데 뭔 일 있겠나 싶어 1마리에 1천 원 30마리 삽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넙데데한 냄비에다가 소금을 쫙 깔아주시고 그 위에 한 마리씩 정성스레 올려봅니다. 뚜껑은 꼭 닫으셔야 해요.  새우는 표고버섯, 아욱, 완두 등과 궁합이 잘 맞는답니다. 대하와 왕새우는 다른 것입니다. 먹는 것에 일가견이 있는 형님 왈 왕새우구이라는 이름으로 좀 싸다 싶으면 중국산으로 보는 게 맞다는군요.
 

새우 대가리는 잘라내고 몸통만 담아냅니다. 이렇게 좋은 안주가 있는데 술이 빠질 수 없겠죠. 매부가 진열장에 있는 양주들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십니다. 울 아부지 과감히 한 병 꺼내십니다. 새우와 함께 부어라 마셔라 합니다. 대낮부터 뻘게 집니다. 저는 새우껍질을 안 까고 그냥 먹지만 대다수의 분들이 새우 드실 때 껍질 다 까고 드시지요. 새우껍질에는 키토산, 타우린, 칼슘 등이 많이 있다고 합니다. 다음에는 껍데기도 꼭꼭 씹어서 드셔 보세요. 고소해요.

 

 

 

지민이도 '썌우'를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동생을 보고 나서리 미운 5살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도 삼촌이 제일 좋대요.

잘라낸 대가리를 어찌할까 하다가 대가리로 국물을 내어 라면을 끓여먹기로 합니다. 어두일미 아니겠습니까? 잘라낸 대가리들을 물속에 다 때려 넣습니다. 뜨거운 물에 대가리만 떠다니는 것이 좀 살벌하긴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먹어야 줘.

새우 대가리 넣고 끓인 물에 라면을 넣습니다. 어떤 맛이 나올까 두근두근 기대가 됩니다. 새우 대가리 속에 있는 골(?)이 쏙 빠져나왔군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국물 맛이 좋습니다. 국물이 시원한 것이 해물탕 맛도 납니다. 평소에 라면 좋아하지 않는 어머니께서도 맛있게 드십니다. 명절에 먹은 음식들의 느끼함을 싹 가셔 줍니다. 보통 대하 먹으러 가면 대가리를 버터에 발라서 볶아주곤 하는데 다음에는 라면을 끓여 달라고 해야겠습니다.

새우 먹고 양주 드시고 라면까지 먹은 우리 식구들은 다 뻗어서 일동 취침했답니다. 그리고 느지막이 일어나 저녁 먹고 연휴 마무리를 하였지요. 아무튼 우리 식구들은 정말 잘 먹습니다.

새우는 한 번의 교미로 10만 개의 알을 낳을 정도로 생식력이 왕성하고 고단백질 식품이라고 합니다. 신장을 튼튼하게 하여 양기의 순환을 좋게 한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정력에도 좋다는 것이지요. 오늘도 새우처럼 정력 있고 활기찬 하루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