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대나무 숲
2025년 1월 1일 저는 울산 간절곶에서 새해 해돋이를 보았습니다. 머나먼 울산까지 왔는데 바로 올라갈 수는 없습니다. 울산 시내로 갑니다. 태화강 국가정원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태화강 국가정원 대나무숲이 있어 겨울에도 푸릇푸릇한 신선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간절곶 해돋이와 태화강 국가정원은 여행사 패키지로 묶인 것입니다. 수많은 해돋이 명소 중 간절곶을 선택한 것은 태화강 국가정원이 포함되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간절곶에서 나와 태화강 국가정원으로 향하는데 차가 엄청 많습니다. 평소 40분 걸리는 길인데 1월 1일은 2시간 걸렸습니다. 태화강 국가정원 가는 길 온산 국가산업단지를 지나갑니다. 울산이 우리나라 대표 산업도시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버스는 태화강 국가정원 1부설주차장(태화강 국가정원 5주차장)에 도착합니다. 주차장 진입로가 좁아 전진과 후진을 반복한 끝에 주차장 진입합니다. 1월 1일이면 한 겨울인데 낮 기온이 5.4℃입니다. 따스한 겨울이었습니다. 입춘 지나고 더 추웠다는. 전광판 아래 울산광역시 중구 마스코트 울산큰애기가 있습니다.
가이드가 어디로 가야 한다고는 알려줍니다. 처음 오는 동네여서 방향 감각이 뚜렷하진 않습니다. 가이드가 알려주는 방향으로 가니 오산광장이 나옵니다. 울산의 오산에서 오(鰲)는 자라를 뜻합니다. 태화강 국가정원 옆에 산 모양이 자라를 닮았기 때문입니다. 오산광장에서부터 본격적인 투어를 시작합니다.
태화강 국가정원 안내센터
태화강 '국가정원'입니다. 국가정원 즉 나라에서 운영하는 정원이라는 것으로 정부에서 조성 운영합니다. 아무 곳이나 국가정원으로 지정하진 않습니다. 어느 정도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첫 번째 국가정원이 순천만입니다. 두 번째가 바로 태화강 국가정원입니다. 현재 순천만과 태화강 두 곳만 국가정원입니다. 태화강 국가정원의 위상을 알 수 있습니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태화강변을 따라 6개 주제의 20개 이상의 테마정원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총넓이가 835,452㎡(252,724평). 축구장 117개 넓이입니다. 엄청 넓습니다.
짧은 시간에 태화강 국가정원 전체를 다 본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겨울이어서 상대적으로 볼거리가 적기도 합니다. 처음 갔기에 어디를 어떻게 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대나무숲은 봐야겠습니다. 태화강 국가정원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십리대숲으로 들어갑니다.
태화강 국가정원에 십리대숲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십리대숲은 태화강 국가정원의 일부였습니다. 십리대숲도 여러 갈래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구간인 십리대숲 은하수길로 들어섭니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구간이라고 합니다. 물론 낮에도 거닐면서 대나무를 가까이할 수 있습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 올라간 대나무. 식물학적으로 보면 대나무는 나무가 아니고 풀입니다. 나이테가 없이 속이 비었기 때문입니다. 대나무는 온대성 식물이라서 우리나라에서 살기에 적합하진 않습니다. 비교적 기온이 높은 남부지방 일대에서 대나무가 많이 자랍니다.
대체로 사람이 많진 않습니다. 1월 1일이어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사람 없이 조용조용 거니는 상쾌합니다. 차디찬 바람은 대나무 숲이 막아줍니다. 바람이 지나갈 때 스치는 댓잎의 소리는 힐링 그 자체입니다.
https://youtu.be/O-X7Wdbsj_Y?si=X98eaXwKSU-vXBld
낙서판입니다. 대나무숲에 가면 대나무에 글씨나 그림 새겨 넣은 것을 볼 때가 있습니다. 아주 몹쓸 짓입니다. 태화강 국가정원 십리대숲은 아예 낙서하라고 판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숲에 있는 대나무에는 낙서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대나무에 낙서하는 사람들 심리는 뭔가요?
안내문에 죽림욕 하면 음이온을 많이 받을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음이온이 뇌에서 알파파 활동을 증가시켜 심신을 편안하게 해 줍니다. 혈액을 맑게 하고 저항력을 높여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군요. 잠깐 걸어서 음이온의 기운을 얼마나 받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대나무 숲 자체를 거니는 것은 상쾌합니다.
AR 동화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동화를 볼 수 있습니다. 십리대숲 AR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합니다. 혹시 맘에 담아 두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대나무 숲에서 외쳐보세요. 😅
대나무 실로폰
벤치에 편안하게 높습니다.
주어진 시간이 있기 때문에 대나무 숲을 계속해서 걸을 수 없습니다. 주차장 쪽으로 되돌아갑니다. 되돌아갈 때는 숲에서 나와 태화강을 따라가기로 합니다. 강바람 느끼며 걷는 기분도 좋습니다.
강 너머에 태화강 전망대가 있습니다. 전망대는 못 갔습니다. 전망대 주변으로도 대나무 숲이 이어집니다. 조선 시대 편찬한 울산 지역 읍지인 학성지에 만회정 주변으로 대밭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자연적으로 대나무가 자라긴 했던 것입니다. 일제강점기 태화강이 범람하면서 주변 농경지가 피해를 보았다고 합니다. 피해를 줄이고자 인공적으로 대나무를 심어 지금의 대나무 숲이 되었다고도 합니다.
만회정(晩悔亭). 조선 인조 때 관리인 만회 박취문이 지었다는 정자입니다. 박취문은 울산 출신으로 원래는 무관입니다. 여러 지역의 부사를 역임하고 고향으로 낙향합니다. 만회정을 짓습니다. 지금 만회정은 200년 전 원래의 모습은 아닙니다. 2011년 복원한 것입니다. 정자에 올라가서 태화강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만회정은 관어정이라고도 부릅니다. 만회정 아래로 내려가면 관어대입니다. 관어대(觀魚臺)라 새겨진 바위가 있습니다. 학과 자라도 그려져 있습니다. 숨은그림찾기 하듯이 관어대, 자라, 학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자연 속에서 욕심 없이 살고자 한 선조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습니다.
국가정원교 다리 아래에 은하수다리가 있습니다. 국가정원교는 자동차가 다니는 다리입니다. 다리가 2층인 것이죠. 은하수다리는 보행 전용 다리입니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부지런히 걸으면 태화강 반대편을 볼 수 있겠다는 계산이 섰습니다. 은하수 다리에 들어섰는데 어이쿠야 가운데가 투명하네요. 태화강이 보입니다. 아찔하네요. 은하수 다리 폭 3m. 길이 520m. 전 구간이 투명 바닥은 아닙니다.
은하수다리를 건너면서 태화강과 대나무숲을 바라봅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편안합니다. 대나무숲과 어우러지는 풍경도 좋고요. 태화강은 울주군 백운산에서 발원하여 울산 도심을 지나 동해로 흘러 들어갑니다. 울산의 젖줄이라 불릴만합니다. 수질오염의 대명사였으나 지금은 1급수입니다. 새들도 날아오고 물고기도 살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태화강 국가정원 대나무 숲을 가보고 싶었습니다. 대나무를 워낙 좋아하기도 했고요. 강변에 대나무 숲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게 느꼈기 때문입니다. 울산 하면 산업도시로서 거친 이미지가 있습니다. 태화강 국가정원 대나무 숲을 걸으면 울산의 아름다움과 울산의 낭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화창하고 따스한 날 다시 걸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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