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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용주사

 

가을을 지나서 겨울로 향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옷차림은 점점 더 두터워지고 있습니다. 입동도 지났고, 어둠은 더 짙어지고 있습니다. 우연히 백화점을 지나갔는데,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살짝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을이 가는것이 무척이나 아쉽습니다. 가을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가을을 남기고 가야겠습니다. 얼마전에 다녀온 화성 용주사의 가을 분위기를 남겨보기로 합니다. 정조의 효심도 함께 담겨있는 용주사입니다.

 

 

 

용주사는 큰절입니다. 절의 절대적인 크기가 크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불교계에서 용주사가 갖고 있는 위상이 크다는 것입니다. 용주사는 조계종 제2교구 본사입니다. 경기도내에서는 가장 큰 절입니다. 용주사가 큰 절이 된 것은 조선 정조 때문입니다.

 

용주사의 기원을 찾아 올라가면 신라시대까지 갑니다. 854년(신라 문성왕 16)에 길양사라는 절이 만들어집니다. 병자호란 때 절이 소실되었습니다. 폐허로 있던 절터에 정조가 용주사를 세우게 됩니다. 용주사 옆에는 사도세자가 잠들어 있는 융릉이 있습니다. 길양사터에 용주사를 짓고 원찰(죽은 사람의 화상이나 위패를 모셔놓고 명복을 비는 법당)로 삼게됩니다.

 

용주사 낙성식 날 정조가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꿈을 꾸었답니다. 그래서 '용주사'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에 대한 애틋함이 담겨 있는 용주사입니다..

 

 

 

 

 

정조의 효심이 깃들인 절이 용주사입니다. 그래서 용주사에서는 孝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이 불효자는 늘 반성만 하고 있습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시점에 용주사는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가고 있었습니다. 특히 노랗게 물들어가는 단풍이 아주 아름다웠습니다. 눈부신 풍경입니다. 홍살문으로 경내에 들어가기 전에 단풍구경을 하기로 합니다.

 

 

 

 

 

그전에 시 한 편 읽어보고 가시겠습니다. 조지훈님의 '승무'라는 시입니다. 시 전체는 모른다하더라도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이라는 시구는  기억에 남아 있으실 것입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도 나왔고, 수능공부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이상은 꼭 봐야 되는 이이기도 하지요 .. 문학을 입시와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 슬픈측면도 있지만 .. 아무튼 .. 조지훈님이 용주사에서 승무를 보고 이 시를 지었다고 합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은 나무들의 모습이 멋있습니다. 나무 밑으로는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고요 .. 주말을 맞이하여 가족끼리 나들이 나와있는 모습도 보기 좋습니다. 아이들의 꺄르르 웃음소리도 좋고, 어느 아빠는 아이의 밝은 모습을 하나라도 놓칠까봐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느끼는 평온함이 좋습니다.

 

 

 

 

 

가을입니다.

 

 

 

 

 

아름다운 가을입니다.

 

 

 

 

 

그러면 이제 홍살문을 거쳐서 경내로 들어가보겠습니다. 홍살문? 이게 왜 절에 있지? 라는 생각을 하신다면 문화재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 생각됩니다. 홍살문은 붉은화살문이라는뜻입니다. 문 위에 화살촉 모양이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악귀를 쫓는 풍수적 의미가 있습니다. 보통 능이나 서원 입구에 만들어집니다.

 

용주사에 홍살문이 있는 것은 사도세자와 관련 있습니다. 정조가 사도세자의 위패를 모시기 위해 '호성전'이라는 전각을 용주사 경내에 만들었기에 홍살문이 있는 것입니다. 저 앞에 문이 보입니다. 문이 세개여서 삼문이라고 합니다. 홍살문에서 삼문까지 돌이 깔려 있는 것은 어도를 연상케하고요 .. 이런 것들이 궁궐의 예를 갖춘것입니다 . 이는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에게 예를 갖추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삼문을 통해 들어오면 석탑이 보이고, 그 뒤로 천보루가 있습니다. 천보루 기둥을 보면 위에는 나무로 되어 있는데, 땅과 닿는 부분은 돌로 마무리 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일반 절에서는 볼 수 없는 양식입니다. 궁궐에서나 하는 것입니다. 궁궐의 누각에서처처럼 웅장한 멋도 있습니다. 천보루를 통해서 올라가면 대웅보전을 만나게 됩니다.

 

2015년은 을미년 .. 2016년은 병신년 .. 어감이 ...

 

 

 

 

 

천보루 앞에도 단풍이 곱게 들었어요 ..

 

 

 

 

 

용주사의 메인인 대웅보전 앞으로 왔습니다. 사도세자(장헌세자) 현륭원(융릉)의 재궁으로 사용되었기에 궁궐에서 사용하던 기법을 적용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문화재 자료를 찾다보면 건축양식에 대해서 뭐라뭐라 나옵니다 .. 그게 이해하기가 어렵더군요 .. 용어도 낯설고 .. 내년에는 건축쪽으로 좀 공부해봐야겠습니다...

 

대웅보전 안에 후불탱화를 유심히 봐야 합니다.. 우리나라 탱화 가운데 유일하게 서양의 음영기법을 사용하였습니다. 평면적이지 않고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을 김홍도가 그렸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 조선의 천재화가 김홍도는 다 아실텐데요 .. 김홍도가 정조 때 사람이고, 정조의 총애를 받았습니다 .. 김홍도가 탱화를 그리는 일에 감독을 했다고 전해지는데, 전체를 그리진 않았어도 밑그림 정도는 했을 것이라고 하는군요 ..

 

 

 

 

 

건물이름이 나유타료(那由陀寮)입니다. 스님들의 요사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마루에 걸터앉아 빛마중하는 것도 즐거운 일입니다.

 

 

 

 

 

용주사에서 잊지 않고 챙겨봐야 할 문화재가 .. 바로 이 범종입니다 .. 국보 제120호입니다. 고려 초기에 만든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조각수법이 뛰어나 .. 고려시대에 만든 종 중의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범종 양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대웅보전 옆에 호성전이 있습니다. 정조가 사도세자의 제각으로 만든 건물입니다. 원래의 건물은 화재로 소실되었고, 근래에 다시 만든 것입니다. 호성전 안에는 사도세자(장조), 혜경궁홍씨(정조 어머니), 정조, 효의황후(왕비)의 위패가 모셔져 있습니다. 호성전 앞에는 부모은중경탑이 있습니다. 부모의 은혜 10가지가 담겨 있습니다.

 

1. 어머니 품에 품고 지켜 주는 은혜[懷耽守護恩]

2. 해산날에 즈음하여 고통을 이기시는 어머니 은혜[臨産受苦恩]

3. 자식을 낳고 근심을 잊는 은혜[生子忘憂恩]

4. 쓴 것을 삼키고 단 것을 뱉아 먹이는 은혜[咽苦甘恩]

5. 진 자리 마른 자리 가려 누이는 은혜[廻乾就濕恩]

6. 젖을 먹여서 기르는 은혜[乳哺養育恩]

7. 손발이 닳도록 깨끗이 씻어주시는 은혜[洗濁不淨恩]

8. 먼 길을 떠나갔을 때 걱정하시는 은혜[遠行憶念恩]

9. 자식을 위하여 나쁜 일까지 짓는 은혜[爲造惡業恩],

10. 끝까지 불쌍히 여기고 사랑해 주는 은혜[究意憐愍恩]

 

 

 

 

 

돌아 나오는 길에 효행박물관 들어가보고요 .. 효행박물관이라고 해서 효에 관해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용주사에 대한 소개도 있고, 다양한 불교 유적을 볼 수 있습니다. 

 

 

 

 

 

용주사와 함께 융건릉까지 세트로 둘러보면 더 재밌는 나들이가 될 수 있습니다. 융건릉은 사도세자의 융릉과 정조의 건릉을 합쳐서 부르는 말입니다. 지도상으로 봐도 가깝습니다만 .. 약 2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 아름다운 단풍과 아름다운 효성이 함께 담아 있는 용주사는 나들이 하기에 참 좋은 곳입니다.

 

11월이 되면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도 실감하게 됩니다 .. 남은 2015년 .. 마지막까지 힘차고 재밌게 즐겨보아요 .. 감기 조심하시구요 .. 고맙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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