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단골집 돼지국밥
경상남도 밀양에는 위양지라는 저수지가 있습니다. 4월 말에서 5월 초가 되면 위양지에는 하얀 이팝나무가 피어납니다. 저도 위양지의 이팝나무를 보며, 아름다운 봄을 맘속에 저장했습니다. 이제 밥을 먹어야 합니다. 밀양에 많은 음식이 있지만, 저는 돼지국밥이 먼저 떠오릅니다. 밀양아리랑시장에 있는 단골집으로 향합니다.
위양지에서 버스를 타고 밀양 시내로 나옵니다. 밀양아리랑시장을 어떻게 가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일단 밀양 터미널에서 내립니다. 지도를 보니 걸어가긴 조금 멀고 택시 타긴 좀 애매하고 이러면 걷습니다. 터미널에서 20분 정도 걸으니 시장에 도착합니다. 밀양아리랑시장에 왔으니 밀양아리랑 한 구절 불러봐야겠지요?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아리 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시장 안에는 밀양의 옛 모습을 볼 수 있는 사진이 있습니다.
시장 안으로 들어가니 제가 가고자 하는 '단골집'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그렇게 코너를 싹 돌고 나니 식당이 보입니다. 시장 안에 동네 사람들 왔다 갔다 하면서 먹는 국밥집입니다. 6시 내 고향, 백종원 3대 천왕 등의 방송에 나오면서 외지인들도 발길을 잇는 곳이고요.
단골집 오기까지 불안 불안했습니다. 준비한 재료가 떨어지면 일찍 문 닫는다는 이야기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보통 점심장사까지만 하신다고도 하고 지금 시간이 2시.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식당 들어가면서 '영업하시죠?'라고 물어봅니다. 어서 들어오라는 사장 아저씨의 말씀 자리에 앉습니다.
밥 먹으면서 얘기 들어보니, 이날은 한 3시까지는 영업하시려는 듯합니다. 식당은 정리는 좀 덜 되었지만 전체적으로 깔끔합니다. 최근에 식당을 지금 위치로 이전하셨다는군요. 벽에는 방송 나온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백 선생, 먹 프로의 발걸음이 크네요.
메뉴판. 전형적인 시장 국밥집입니다. 국밥과 수육만 있습니다. 가장 베이직인 돼지국밥 하나 주문하고요. 국밥만 먹으면 재미없으니 수육 작은 것으로 주문해봅니다. 반반 수육 小 주세요. 매주 수요일은 휴무.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꽃무늬 쟁반에 반찬이 담겨 나옵니다. 쟁반에서 테이블에 반찬을 옮기는 게 아니고 그냥 이대로. 으레 다른 국밥집 가도 이렇게 먹곤 하지요. 김치가 맛있습니다.
수육이 금방 나옵니다. 뭘 정돈해서 나왔다기보다는 푹 떠서 담은 모양새. 반반 수육이니 머리 고기 돼지고기가 적당히 섞여있습니다. 양이 푸짐합니다. 어른 2명이 국밥 하고 같이 먹으면 딱 맞겠더군요. 물론 저는 다 먹었지만. 수육의 따뜻함은 살짝이었지만 뻑뻑하거나 돼지 향이 나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돼지고기 먹을 때는 돼지 향이 좀 나도 됩니다) 잘 먹었습니다.
한 잔 빠지면 섭섭하겠죠?
돼지국밥 나오는 기는 조금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나온 국밥. 우리가 익히 아는 돼지국밥과 모양새가 좀 다릅니다. 일단 국물이 맑습니다. 그리고 국밥 위에 뭔가가 수북이 올려져 있습니다. 국밥 위에 올라간 것은 방아잎입니다. 방아잎은 달라고 해야만 넣어준답니다. 방아잎 아래 김치가 조금 있고요.
방아 향이 살살 올라오는 것이 좋습니다.
국밥 먹어보니 제 입맛에는 양념장 안 넣는 게 낫겠더군요. 패스.
그렇게 국밥을 푹푹 떠서 먹습니다. 제 입맛에 잘 맞습니다. 먹으면서 깔끔하다는 게 이런 거구 나라는 생각이 계속 들더군요. 제가 여기저기 다니면서 국밥을 잘 먹는데 지금까지 먹은 국밥 중에 맛나기로 손꼽을 정도입니다. 이날 저녁에 밀양 사는 후배를 만났습니다. 이 친구가 밀양의 돼지국밥 맛을 저에게 알려준 친구입니다. 단골집 맛있다고 하니 자기는 또 별로라고 하네요. 아무튼 돼지국밥은 밀양이 맛있습니다.
밥 먹으면서 보니 밀양의 옛 사진이 있습니다. 사진 옆에 보면 큰 종이에 뭔가가 가득 쓰여 있습니다. 글을 읽어보니 이해되는 것이 있습니다. 술 한 잔 해서 더 그런가? 나중에 진짜 사장님과 이야기하면서 느껴지는 게 있었습니다.
아무튼 국밥 먹으며 소주 한잔 하며 인생을 배웁니다.
그렇게 밥을 다 먹어갈 때쯤 지긋한 연세의 할머니(?) 한 분이 나오십니다. 이분이 단골집 식당을 하시는 것이고 처음에 만난 아저씨는 아드님인 듯합니다. 그러더니 단감을 깎아서 주시네요. 당신이 드시려고 까시다가 식당에 손님 몇 명 없고 하니 이렇게 주시는 듯합니다. 말씀하시는 게 참 따뜻하고 인자했습니다. 큰 종이에 담긴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국밥, 수육에 소주까지 클리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온기가 있는 따뜻한 밥 한 끼에서 몸과 마음이 배부릅니다. 맛도 맛이지만 정성껏 음식 하신다는 느낌이 든 게 좋습니다. 밥 먹고 시장 앞에 있는 밀양관아를 둘러봅니다. 밀양향교와 밀양시립박물관까지 길이 이어집니다.
윤선생. 다음에 밀양 와도 난 여기서 돼지국밥 먹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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