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 칠갑산
"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로 시작하는 노래 칠갑산이 있습니다. 1989년 주병선 가수가 불러서 큰 히트를 했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부르는 명곡입니다. 칠갑산은 충청남도 청양에 있습니다. 청양으로 떠난 가을 나들이. 칠갑산으로 향합니다.
청양에서 처음으로 찾은 곳은 고운식물원입니다. 고운이라는 식물원 이름처럼 예쁜 가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고운식물원에서 칠갑산 장곡사까지는 자동차로 20여 분 정도 걸립니다. 운전하고 가는데 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길이 예뻤습니다. 장곡사로 향하는 벚꽃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한 곳으로 꼽히기도 했다는군요. 봄날에 다시 와봐야겠습니다.
청양군청 홈페이지에는 8개의 칠갑산 등산로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칠갑산 오르는 길에 만난 안내판에는 9개가 되어 있습니다. 안내판에는 천장로를 두 코스로 나누었습니다. 청양 가기 전에 어느 코스로 가는 것이 좋을지 결정해야 했습니다.
처음 생각한 코스는 도림로였습니다. 도림사지에서 오르는 코스인데, 소요 시간이 가장 짧았습니다. 검색해보니 그렇게 특별한 볼거리는 없어 보였습니다. 제가 선택한 코스는 사찰로였습니다. 거리도 짧으면서, 여러 볼거리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사찰로는 칠갑산의 대표 사찰인 장곡사를 볼 수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은 칠갑산 장승공원 주차장으로 맞춥니다. 전에 콩밭 매는 아낙네상을 만납니다. 칠갑산은 조운파 선생이 작곡과 작사를 했습니다. 1980년 윤희창 가수가 불렀습니다. 1989년 주병선 가수가 리메이크했습니다. 왜 칠갑산이라는 노래에 콩밭 매는 아낙네가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유래를 찾아봤습니다.
조운파 선생이 칠갑산을 지나가다가 콩밭 매는 여인을 만났답니다. 여인은 울고 있더랍니다. 울고 있는 연유를 물어보니, 어린 딸을 나이 많은 남자에게 시집을 보내게 되었답니다. 가난을 전해주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콩밭 맬 때마다 딸이 생각나서 운다고 했답니다.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노랫말을 만든 것이랍니다.
장승공원 주차장 부근으로는 식당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 한 식당에서 나물 비빔밥을 먹었습니다. 장곡사까지 걷기로 합니다. 장곡사 앞까지 차로 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기에 슬슬 걸어봅니다. 20분 정도 걸으면 장곡사에 도착합니다.
장곡사는 850년(통일신라 문성왕 12)에 보조선사가 창건했습니다. 장곡사에는 국보 2점, 보물 4점, 유형문화재 1점 등 진귀한 보물을 품고 있는 고찰입니다. 산사에서 느껴지는 고귀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1천 년 전 모습 그대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장곡사의 가장 큰 특징은 대웅전이 두 채라는 것입니다. 대웅전이 두 채가 있는 절은 우리나라에서 장곡사가 유일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등산을 시작합니다.
먼저 거북바위 보고 가시겠습니다. 거북이라는 동물이 신비스럽기에 곳곳에 거북이와 관련 있는 전설이 많습니다. 바위를 잘 보시면 거북이 모양이긴 합니다. 거북바위 아래 거북이알 모양 바위도 있습니다. 여기서 전설 한 토막 빠질 수 없습니다.
백제시대에 총명한 선비가 있었습니다. 선비 집안이 대대로 병약하여 다 일찍 죽었답니다. 선비가 칠갑산을 지나다가 잠시 잠에 빠졌습니다. 꿈에 거북이가 나왔답니다. 거북이 하면 장수의 상징 아니겠습니까? 거북이가 자신의 긴 수명을 선비에게 주겠다 했습니다. 선비가 꿈에서 깨어보니, 자기가 누운 자리가 거북이 형상이었다는 것입니다. 선비가 무병장수했다는 이야기.
칠갑산 등산로는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았습니다. 칠갑산 해발고도가 561m이기에 그렇게 높은 산은 아닙니다. 등산로가 험난하지 않았습니다. 숲속에서 맑은 공기 마시면서 여유롭게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등산로에 나무뿌리가 나온 것을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길을 지나갔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나무가 불쌍해 보입니다.
칠갑산 정상을 200m 정도 남겨두었을 때 조망이 팡 터집니다. 10월이지만 산에는 푸릇푸릇한 기운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사이사이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은 나무들이 보입니다. 11월에 들어서면 더욱더 알록달록한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저 계단만 오르면 정상입니다.
콩밭 매는 아낙네상부터 정상까지 오는데 1시간 30분 정도 걸렸습니다. 중간에 장곡사 구경하느라 시간을 보냈기에, 실제 등산 시간은 좀 더 짧을 것입니다. 정상에 오르니 헬리콥터 착륙장이 있습니다. 정상 곳곳에서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음식 먹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칠갑산은 백제시대 때 사비성(부여) 정북방의 진산(鎭山)으로 성스럽게 여겼습니다. 하늘에 제사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만물생성의 7대 근원의 七과 싹이 난다는 뜻을 가진 甲을 합쳐 생명의 시원(始源)을 담은 칠갑산이라 이름 지었다고 합니다. 일곱 장수가 나올 명당이 있는 산이라는 뜻으로 칠갑산이라 이름 지은 것이라고도 합니다. 1973년에 충청남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역시 정상에서 조망이 탁 트입니다. 시원스럽게 펼쳐진 산세를 보니 기분이 좋습니다. 이 맛에 산에 오르는 것이겠지요. 크게 야호를 외쳐보고 싶었습니다만, 요즘 산에서 야호 외치는 사람은 없지요. 산에 사는 동물, 등산객들 모두에게 피해가 갑니다. 산 능선이 계속 이어지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저 숲속에는 어떤 동물이 살고 있을까? 귀한 산삼이나 약초가 있을 것만 같습니다.
칠갑산과 칠갑산 등산로, 주변 볼거리 등을 살펴봅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올라왔는데, 아들에게 그라데이션을 보라고 이야기해줍니다. 아들은 그렇게 관심 있어 보이지는 않네요. 뒤로 갈수록 조금씩 옅어지는 모습이 신비스럽게 느껴집니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지입니다. 오랫동안 침식을 받으면서 산이 낮습니다. 높이는 낮지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산 능선의 모습을 고봉의 뾰족한 능선보다 더 보기 좋습니다.
하산길에 접어듭니다.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내려가는 길에 장곡사 구경을 더 하였습니다. 장승공원에 들러 다양한 장승도 구경했습니다.
충청남도 청양군에 있는 칠갑산입니다. 칠갑산이라는 노래 덕분에 익숙한 산입니다. 칠갑산 주변에 가면 칠갑산 노래가 많이 나올 줄 알았는데, 이날 청양 다니면서 칠갑산 노래는 한 번도 못들었습니다. 저 혼자 흥얼거리면서 다녔습니다. 칠갑산은 백제시대 중요하게 여긴 진산이었습니다. 오르고 내려오는데 그렇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칠갑산에서 좋은 기운 받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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