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배롱나무
무더운 여름입니다. 시원한 곳을 찾아 바다로 계곡으로 떠납니다. 저는 반대로 가봤습니다. 후끈 달아오르는 곳에 몸을 맡겨봅니다. 이열치열. 단순히 땡볕에 있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붉은 배롱나무꽃으로 후끈 달아오르는 곳을 찾았습니다. 목적지는 충청남도 논산. 논산에 배롱나무꽃 명소가 많습니다.
오랜만에(?) 나 홀로 기차여행을 떠납니다. 오늘도 아침부터 햇살이 강렬합니다. 기차 창밖의 푸른 하늘과 푸른 산야는 여행자의 기분을 밝게 해 줍니다. 무궁화호 열차의 덜컹거리는 소리가 정겹습니다.
평택역에서 출발한 열차는 2시간 정도 달려 논산역에 도착합니다. 역 밖으로 나오니 쓰르라미가 우렁차게 울고 있습니다. 논산이어서 군인 아저씨들도 많이 보입니다. 관광안내소 문이 잠겨 있어서 아쉽습니다. 논산에서는 차량 공유 서비스 이용해서 돌아다닙니다.
첫 번째로 찾은 곳은 보명사입니다. 논산역에서 자동차로 10분 정도만 가면 됩니다. 절이라기보다는 작은 암자 느낌입니다. 보명사 경내에 배롱나무 2그루 있습니다. 그중에서 관음전 옆 나무가 화사하게 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기대보다 꽃이 예쁘게 피었습니다. 여행 출발이 좋습니다.
탑정호에는 동양에서 가장 길다는 출렁다리가 있습니다. 얼마나 긴 다리인지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다리 길이는 600m. 입장권을 사면 논산지역상품권 2천 원으로 되돌려 줍니다. 다리 건너면서 저수지에서 불어오는 산들산들 바람이 더위를 식혀 줍니다. 걸어갈 때는 출렁이는 것을 느끼지 못합니다. 잠시 서서 호수를 보면 흔들거림이 느껴집니다.
논산은 황산벌입니다. 백제 계백장군의 숨결이 남아 있습니다. 계백장군 묘 주변에 백제군사박물관이 있습니다. 박물관으로 들어서는데 리모델링으로 임시휴관 현수막을 발견합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김장생 선생을 만나러 갑니다.
가는 길에 논산로컬푸드판매장이 있습니다. 논산지역상품권으로 딸기막걸리 샀습니다. 로컬푸드판매장 옆으로 주변은 딸기향농촌체험공원입니다. 딸기 체험이라 쓰인 비닐하우스가 보입니다. 비닐하우스 안에 여름 딸기가 예쁘게 자라고 있습니다. 직원분이 논산에 뭐 하러 왔어요? 묻습니다. 배롱나무꽃 보러 왔습니다라고 답합니다. 직원분 말씀이 그거 우리 집 주변에도 많은데. 특별하지도 않은 거 구경하러 다니냐는 말씀. 그러게 말입니다. 😅
김장생 묘로 가는 길에 배롱나무 가로수 길이 예쁩니다. 사계 김장생은 율곡 이이의 사상과 학문을 이은 예학의 대가입니다. 동방 18현 중 한 분이니 사상적 업적이 대단한 분입니다. 임진왜란, 이괄의 난 등 조선 역사의 굵직한 사건에 등장합니다. 묘를 살펴보고 돈암서원으로 향합니다.
돈암서원은 김장생의 덕을 기리기 위해 인조 12년에 건립한 서원입니다. 서원 사이즈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응도당에 올라 잠시 쉬어갑니다. 서원에 배롱나무가 있는데 꽃이 예쁘게 피진 않았습니다. 돈암서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세계적인 유산입니다. 돈암서원 단독은 아니고 '한국의 서원'으로 해서 9개 서원이 동시에 등재되었습니다.
논산은 향교와 서원이 많습니다. 충곡서원에 도착합니다. 충곡서원은 1688년(숙종 14)에 지방 유림의 공의로 만든 서원입니다. 계백과 박팽년, 성삼문, 이개, 유성원, 하위지, 유응부 등 사육신의 위패를 모시고 있습니다. 충곡서원 안에도 배롱나무가 멋지게 꽃을 피웠습니다. 큰 벌이 많이 날아다녀서 조심해야겠더군요.
연산시장에 도토리묵 맛있게 하는 집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습니다. 도토리묵밥을 먹습니다. 묵밥이 구수하니 옛날 느낌 납니다. 요즘 젊은 세대의 단짠단짠 느낌은 아닙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밥 먹고 소화도 시킬 겸 연산 일대를 돌아다닙니다. 대추나무가 많습니다.
연산은 지금 면 단위 행정구역이지만 연산군이라 따로 불릴 정도로 큰 지역입니다. 연산향교에 배롱나무가 멋들어지게 있다고 하여 찾았습니다. 때마침 향교 문이 열렸습니다. 사진 찍는 분들이 배롱나무 보러 찾았고 향교 관계자분이 문을 열어주는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쓱 들어가서 배롱나무꽃을 담습니다. 운이 좋습니다.
다음 목적지는 개태사입니다. 논산까지 기차 타고 내려가다 보면 개태사역을 지납니다. 개태사역에 열차는 정차하지 않지만 개태사라는 절 이름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개태사는 왕건이 후백제를 정벌한 기념으로 세운 절입니다. 태조 왕건의 영정을 모시던 진전이 있었습니다. 개태사에는 철확이 있습니다. 태조 왕건이 개태사를 창건했을 때 주방에서 사용한 무쇠솥입니다. 크기가 엄청납니다.
논산에는 고택도 남아 있습니다. 그중에서 명재고택을 찾습니다. 조선 숙종 때 학자인 명재 윤증이 지었다는 집입니다. 명재고택에도 배롱나무가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명재고택 배롱나무는 아직 꽃이 덜 피었더군요. 명재고택은 공사 중이어서 관람하진 못했습니다. 공사는 2023년 6월까지 이어집니다. 언덕에 올라 고택 주변을 바라봅니다. 풍경이 좋습니다.
명재고택 바로 옆에 노성향교가 있습니다. 향교 들어가는 입구에 배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만개하진 않았습니다. 노성향교도 공사 중이어서 들어가 보진 못했습니다. 명재고택과 노성향교 사이에 작은 연못이 있습니다. 연못 주변으로도 배롱나무가 꽃을 피웁니다.
명재고택과 노성향교까지 돌아보았는데 너무 덥습니다. 제가 어지간하면 덥다는 이야기 안 하는데 덥습니다. 잠시 쉬어가야겠습니다. 노성면사무소 옆에 작은 카페를 방문합니다. 할아버지 사장님이 손님 맞이합니다. 딸기스무디를 주문합니다. 양도 넉넉하고 맛도 좋습니다. 휴식을 취하니 힘이 납니다.
논산 배롱나무 투어의 마지막은 종학당입니다. 종학당 부근 공사하더군요. 길을 막기에 가지 말까? 했습니다. 다행히도 우회로를 알려줘서 갔습니다. 안 갔으면 큰 후회할 뻔했습니다. 종학당 풍경이 완전 좋습니다. 배롱나무도 꽃을 활짝 피웠고요. 유봉영당으로 향합니다. 유봉영당 주변 공사하면서 길을 막았습니다. 유봉영당 관람 못했습니다.
논산역으로 무사히 복귀했습니다. 논산 떠나기 전에 저녁 먹습니다. 화지중앙시장 근처에 칼국수 맛있게 하는 집이 있다 해서 방문합니다. 식당 이름은 중앙칼국수. 평범한 동네 칼국수집이지만 정감 가는 곳입니다. 칼국수가 푸짐합니다. 얼큰하면서 시원합니다. 칼국수 안주 삼아 반주까지 곁들이니 딱 좋습니다.
7월 29일 풍경입니다. 배롱나무는 전체적으로 만개하진 않았습니다. 8월 초순 정도는 되어야 만개할 것 같습니다. 배롱나무꽃은 백일동안 핀다해서 백일홍이라고도 합니다. 8월 내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논산역에서 무궁화호 기차에 오릅니다. 오늘 간 곳을 정리하면
논산역 - 보명사 - 탑정호 출렁다리 - 부적농협 논산로컬푸드 직매장, 딸기향농촌체험공원 - 충곡서원 - 김장생 묘소 - 돈암서원 - 연산시장도토리묵 - 연산향교 - 개태사 - 명재고택, 노성향교 - 종학당, 유봉영당 - 중앙칼국수 - 논산역
저는 배롱나무를 좋아합니다. 예전에 그분이 나중에 집 짓고 살면 배롱나무를 심을 거라 했습니다. 지금 그분을 볼 수는 없지만 여름 배롱나무 보면 그분이 생각납니다. 무더운 여름날 열심히 돌아다녔습니다. 뜨거운 햇살이 순식간에 옷을 땀에 젖게 합니다. 더위에 힘들고 지치기도 했지만 예쁜 배롱나무꽃을 보니 기분이가 좋습니다. 이열치열로 여름날 큰 힘을 얻고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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