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합덕제
무더운 여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위는 싫지만 여름이라서 좋은 것도 있습니다. 여름에만 볼 수 있는 예쁜 꽃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름에 피어나는 연꽃을 좋아합니다. 청초하고 고귀한 연꽃을 보면 마음이 정화됩니다. 충청남도 당진시에 있는 합덕제에서 연꽃을 만나고 왔습니다. 합덕제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저수지입니다.
합덕제까지 걸어갔습니다.
뭐! 걸어갔다고?
당진에는 천주교 역사에서 중요한 곳입니다. 천주교 성지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솔뫼성지와 신리성지를 잇는 버그내순례길입니다. 버그내순례길은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이라 불리는 도보여행길입니다. 길이 13.3㎞ + α. 솔뫼성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천주교 사제 김대건 신부님의 생가가 있습니다. 신리성지는 제5대 조선교구장 다블뤼 주교가 거처하던 곳입니다. 버그내순례길 중간에 합덕제가 있습니다.
솔뫼성지에서 출발하여 1시간 정도 걸으니 합덕제가 나옵니다. 사진 왼쪽이 합덕제입니다. 초록초록한 풍경이 주는 청량함이 좋습니다. 갑자기 오리가 나타나 날아올라 놀랐습니다. 체리필터 오리날다 노래가 떠오릅니다. 맹꽁이가 살고 있다는 안내문도 있습니다. 자연이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합덕제 남쪽입니다. 안쪽에 데크가 보입니다. 합덕제 안쪽까지 관람하러 들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버그내순례길 걷는다면 데크까지 일부러 가진 않아도 됩니다. 한여름 연꽃이 많이 피어있기를 바랐는데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연꽃 보고 싶어 한여름에 왔는데 아쉽습니다. 합덕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연꽃 없이 늪처럼 보이는 곳도 있습니다. 근래 비가 와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합덕수리민속박물관 부근으로 다가가니 연꽃이 보입니다. 합덕은 합심덕적(合心德積)에서 나온 지명입니다.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 저수지를 쌓았다는 뜻입니다. 현재는 충청남도 당진시 합덕읍입니다. 제(堤)는 둑, 방죽을 뜻합니다.
후백제 견훤이 축조한 것으로 전해오고 있습니다. 견훤이 900년대 인물입니다. 1,000년도 넘은 역사가 있습니다. 견훤이 합덕 성동산에 군대를 주둔시킵니다. 군사와 말에 필요한 군량미, 물을 확보하기 위해 저수지를 만든 것이 합덕제 시초라고 합니다. 삼국시대에 만들었다고도 합니다. 정확한 축조 시기는 모르지만 고려시대부터 있던 것은 분명하다고 합니다.
연꽃 반가워~
합덕제는 연지라고도 불릴 정도로 연꽃이 많이 피어납니다. 이번에 합덕제 가면서 연꽃으로 가득한 모습을 기대했습니다.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요? 연꽃이 많이 피어나긴 했는데 합덕제 전체를 메울 정도는 아닙니다. 타이밍이 맞지 않았을 수도 있고 날씨가 오락가락해서 그럴 수도 있고요. 제가 욕심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고요.
커다란 초록 잎 사이사이 피어난 연꽃. 분명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이날 더위와 배고픔에 힘들어서 꽃구경을 제대로 못 했을 수도 있습니다. 집에서 편안하게 앉아서 사진으로 구경하니 또 예뻐 보입니다.
꽃을 예쁘게 보는 방법은 밑에서 위로 보는 것입니다. 파란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이 꽃잎을 투명하고 밝게 만들어줍니다. 특히나 연꽃은 꽃잎이 넓고 맑아서 올려다보면 연꽃 특유의 청초함이 아름답습니다.
커다란 연잎 사이에 피어난 연꽃. 연잎밥 먹고 싶다.
광각으로 보니 합덕제가 넓긴 넓습니다. 전라북도 김제 벽골제, 황해도 연백 남대지(아니면 충청북도 제천 의림지)와 함께 조선 3대 방죽 중 한 곳이었다고 합니다. 세종실록지리지에서 길이 3,060척으로 130결의 논에 물을 대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현대에 와서 측정해 보니 평지로부터 높이 7~8m, 전체 길이 1,771m, 둘레 8㎞, 면적 103정보(약 30만 평, 축구장 약 140개)에 달합니다.
연심이 무지개 정원. 연심이는 합덕제 상징하는 캐릭터인가 봅니다. 합덕제 안쪽으로 다양한 장치들을 만들었습니다. 합덕제에서는 연꽃 열릴 때쯤이면 축제를 개최합니다. 올해는 6월 말에 축제가 열렸습니다.
합덕제만 구경하겠다면 내비게이션에서 합덕수리민속박물관 찍고 가면 됩니다. 박물관 주변에 주차장 있습니다. 합덕수리민속박물관에는 합덕제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박물관 관람료 없습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 휴관. 박물관 주변에 카페도 있어서 잠시 쉬어갈 수 있습니다.
상설전시실에 들어가면 합덕제 역사, 구조 등을 상세하게 알 수 있습니다. 합덕제는 무리말뚝공법, 지엽부설공법, 다짐공법 등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무리말뚝공법은 말뚝 박고 흙을 채워 넣는 것입니다. 지엽부설공법은 점토에 나뭇잎, 나뭇가지 등을 넣고 굵은 모래로 층을 만드는 것이고요. 저수지, 제방이라고 하면 단순히 땅을 파고 쌓기만 했을 것 같습니다. 쌓고 덮고 지혜와 슬기가 담겨 있습니다.
합덕제는 당진 일대의 논에 물을 공급하였습니다. 약 300만 평에 물을 공급했다고도 합니다. 당진이 면적대비 쌀 생산량이 최고인 것도 합덕제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합덕제 일부는 논으로 변하기도 했습니다. 버그내순례길 걷다 보면 논으로 변한 합덕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관개시설에 사용하는 기구들 전시하고 있습니다. 합덕제는 2017년 세계관개시설물로 등재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합덕제는 염라대왕도 알고 있습니다. 사람이 죽어서 염라대왕에게 가면 염라대왕이 "생전에 합덕방죽에 가 보았느냐?'라고 물어본다고 합니다. 못 가봤다고 하면 유명한 합덕방죽도 구경 못 했느냐고 꾸지람을 했다고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지만 합덕제의 존재감을 알 수 있는 썰입니다.
2024년 6월 21일부터 8월 11일까지 합덕수리민속박물관에서는 '국보순회전 : 모두의 곁으로. 시대를 담다 농경문 청동기'라는 특별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국립박물관의 국보, 보물급 문화재를 공립박물관에서 전시하는 것입니다. 왼쪽부터 청동방울(국보, 이건희 기증품), 농경문 청동기(보물), 방패형 동기. 세밀함이 예술입니다.
2024년 8월 15일부터 17일까지 합덕제에서 당진 문화유산 야행 축제가 열립니다. 축제 정보는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dangjin_night
지도에서 합덕제 검색하니 합덕제수변공원으로 나옵니다. 합덕농촌테마파크도 있네요. 관개시설로서의 합덕제와 문화 공간으로서 합덕제를 함께 만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합덕제에서 반갑게 연꽃을 만났습니다. 무더울 때는 태양을 피하고 싶지만 태양이 있어야 꽃이 피고 세상이 아름다워집니다. 합덕제 가까이에 합덕성당도 꼭 찾아봐야 할 명소입니다. 성당까지 걸어갑니다. 이후로도 쭉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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