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 .. 봄이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
다음주면 4월달이것만.. 나날이 따뜻해져도 모자랄판에.. 눈바람이 날리는 3월입니다... 이번 겨울의 여파가 아직도 꺽이지를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고, 남녘에서는 화사한 봄꽃 소식이 들려옵니다. 우리나라에는 봄을 알리는 전령사들이 있습니다.. 복수초, 유채꽃, 산수유 .. 그리고 오늘 만나 볼 매화 ..
고결함이 느껴지는 매화를 만나러 광양 섬진강으로 향합니다..
이른 새벽에 출발한 버스는 4시간여를 달려 광양 매화마을에 도착을 합니다. 전날에 잠을 푹 자지 못해서 심신이 피곤했습니다. 버스안에서도 계속 잤는데도 몸이 뻑적지근하네요...
그래도 섬진강가 매화마을에 도착을 하니.. 맑은 바람이 주는 선선함이 좋습니다... 다만 비가 계속 내리는 것이 좀 아쉽네요.. 원래 제가 날씨 복이 있어서 .. 비를 잘 피해가는대.. 이번에는 그렇지 못했네요.. 비가 오면서 하얀 구름을 만들어 주고.. 구름은 섬진강을 휘감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본 것도 행운이겠지요..
비 오는 것은 그렇다치고.. 중요한 것은 매화꽃이 안 피었네요.. 예년같으면 낙화했을 때인대.. 매화축제기간(올해는 3월 17~25일까지)인대.. 다소 썰렁합니다.. 이번 겨울이 워낙 추워서.. 꽃망울이 늦게 열린다는군요..
하얀 매화꽃으로 뒤덮힌 모습을 상상하면서 왔는대 아쉽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20% 정도 핀 듯 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3월 말이나 4월 초는 되어야 만개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꽃이 좀 덜 피면 어떻습니까? 꽃이 안 피겠다는 것도 아닌대.. 우리가 재촉한다고 빨리 나올 것도 아니겠지요.. 여유있게.. 매실마을을 둘러봅니다..
홍매가 화사하게 피었습니다.. 먼저 나와서 부끄럽다는 듯이 붉은 자주빛이 곱습니다... 비가 내리는 촉촉한 빗방울로 꽃잎을 닦아주고.. 흐릿한 공기를 맑게 만들어주니.. 꽃들이 더욱 이뻐보입니다..
농원에는 매화나무가 가득합니다.. 매화나무 사이사이에는 매화, 섬진강, 꽃 등과 관련 된 시들을 적어 놓았습니다.. 사진은 이병기 시인의 '매화' 라는 시 입니다..
외로 더져 두어 미미히 숨을 쉬고
따뜻한 봄날 돌아오기 기다리고
음음한 눈얼음 속에 잠을 자던 그 매화
손에 이아치고 바람으로 시달리다
곧고 급한 성결 그 애를 못 삭이고
맺었던 봉오리 하나 피도 못한 그 매화
다가오는 추위 천지를 다 얼려도
찾아드는 볕은 방으로 하나 차다
어느 뉘(世) 다시 보오리 자취 잃은 그 매화
청매실농원으로 올라가는 길 .. 아주머니와 할머니들 옹기종기 모여서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직접 뜯은 봄나물, 소담스럽게 꽃을 피운 매화나무 등등 ..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사가려는 관광객들이 무안할 정도로 가격도 저렴하고 싱싱함이 가득합니다..
어느 할머니와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어 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시네요.. 그러면서 곶감 하나를 저에게 주십니다.. 먹으라구요.. 역시.. 할머니도 미남을 알아보십니다... 이놈의 인기는 광양에서도 이어지는군요.. ㅋㅋ
청매실농원에도 장독대가 가득입니다.. 청매실농원에는 3천개 가까운 장독대가 있다고 합니다.. 여기 장독에는 매실이 가득합니다.. 따스한 햇살과 맑은 이슬을 머금고 자란 청매실을 담아 오랫동안 숙성, 발효 시켜 깊고 진한 맛을 이어가는 것이지요..
매화하면 하얗고 순수한 색을 생각하지만.. 자세히 보면 하얀색만 있지는 않습니다.. 완전 하얀색, 푸른빛이 도는 하얀색도 있구요.. 연분홍빛이 은은하게 풍기기도 합니다.. 분홍빛이 살짝 나는 매화는 섹시하기까지 합니다..
매화축제 기간인지라 음식 판매하는 곳들이 있었습니다. 주차장에도 가득하고.. 농원안에도 몇 몇 포장마차가 보이더군요.. 저의 눈을 끄는 독특한 조개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섬진강 벚굴입니다.. 벚꿀아니고 벚굴 .. 섬진강에서 나는 굴이랍니다.. 벚굴은 강굴이라고도 하는대요.. 섬진강 하구에서만 자라는 자연산굴이랍니다.. 다이버가 직접 들어가서 잡아야 한답니다..
벚꽃 피는 지금 시기가 제철이라 벚굴이라네요.. 매실막걸리와 함께 먹으면 봄기운 제대로 흡입할 수 있겠더군요.. 하지만 저는 못 먹었어요.. ^^ .. 가격은 5개에 2만원.. 굴이 커요..
농원에는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꽃이 좀 덜 피긴 했지만.. 비 오면서 신선함이 느껴지는 길을 거니는 기분은 상쾌했습니다.. 매화농원이라면서 왠 대나무? 하시겠군요.. 농원 뒷편을 대나무가 감싸고 있습니다.. 대나무의 초록이 주는 느낌이 남다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대나무에다 낙서 하는 사람들은 뭡니까? 날카로운 것으로다 이름쓰고 사랑한다 하고.. 그냥 이것들을 잡아다가.. .. ㅠㅠ
대나무 숲 안으로 걸어들어갈 수도 있구요... 이 대나무 숲은 영화 '취화선'의 촬영지이기도 합니다... 대숲이 크지는 않아도 .. 푸르름 가득 안고 하늘 높이 뻗어 있는 것이 마음까지 맑게 합니다..
전망대로 올라가봅니다... 멀리 섬진강도 보이구요... 매화꽃도 보입니다.. 섬진강 .. 우리나라에서 5번째로 긴 강이라는 유형적 평가보다는 섬진강 세 글자만의 주는 맑고 고요한 이미지가 좋습니다. 그 섬진강을 둘러싸고 봄이 되면 매화꽃이 피구요.. 벚꽃도 피고.. 배꽃도 피고.. 녹차밭도 있고요 .. 가만히 눈을 감고 상상해보세요.. 꽃으로 가득한 그 모습을 ..
섬진강의 섬은 두꺼비 섬(蟾)자를 씁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강의 이미지와는 좀 안 맞죠? 고려시대에 섬진강 하구에 왜구들이 침입을 했는데, 두꺼비들이 떼로 나타서 울었다고 합니다.. 왜구들이 이를 보고 도망갔다는.. 뭔가 불길한 징조를 느꼈던 것이겠지요..
아담한 초가집이 보입니다.. 실제로 사람이 사는 집이에요.. 그래도 대청마루에 앉아서 쉬어가는 것을 두고 뭐라 하지는 않습니다.. 시끄럽거나 지저분하게 하지 않는다면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여기서 음식 먹을 수는 없구요.. 어떤 아저씨가 밥 먹어도 되냐고 주인아저씨엑 물어보니.. 안된다네요..
저 대청마루에 앉아 있으면 .. 돌담 너머로 섬진강의 모습이 넌지시 보입니다.. 이날 비가 와서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대신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면서, 살며시 상념에 젖어들게 되더군요.. 이곳을 오고 싶어하던 사람이 있었는대.. ^^
들어가지 말라는 곳은 들어가면 안됩니다... 꽃이 이쁘다고 막 따도 안될 것이구요..
매화만 꽃이냐.. 산수유도 피었습니다..
청매실농원에서 생산되는 매실 가공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들어왔습니다.. 매실장아찌, 매실청, 매실한과, 매실도 있구요.. 저도 하나 샀어요.. 매실고추장장아찌 .. 밥 반찬으로 맛나게 먹고 있습니다..
청매실농원은 홍쌍리 여사가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 왼쪽이 홍쌍리 여사입니다.. 방송에도 많이 나오셔서 얼굴이 낯익으실거에요 .. 오른쪽에 있는 사람은 누군지 아시겠죠? 배용준씨입니다. .. 저는 처음에 마이클잭슨인줄 알았다는.. 배용준씨가 얼마전에 책을 내었었죠..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이 책에도 청매실농원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청매실농원이 있는 매화마을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매화나무를 대규모로 심은 곳입니다. 1917년 율산 김오천 선생이 매화나무를 심은 것이 기원이라고 합니다. 이후 홍쌍리 여사가 며느리로 들어와서 지금의 청매실농원으로 가꾼 것이지요.. 지금은 여사의 아들이 3대째 농원을 이끌어 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 포스팅 테마가 매화라면서 매화꽃을 제대로 못 보여드리고 있었군요.. 위에서 보셔서 아시겠지만 산 능성이 쪽으로는 꽃이 덜 피었습니다.. 그런데 강가로 내려오니까 꽃이 제법 많이 피었더라구요 .. 매화마을 사이사이 골목골목 지나면서 피어난 매화꽃들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부터가 진짜 꽃놀이 입니다..
곱다..
매화의 꽃말은 '고결', '끝내 꽃을 피우다' 입니다. 매화꽃에는 슬픈 전설이 담겨 있습니다..
젊은 청년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여인과 약혼을 합니다. 이 여인이 약혼한지 3일만에 병에 걸려 죽게 됩니다. 청년은 너무나도 슬퍼, 약혼녀의 무덤에서 슬피 웁니다. 청년의 사랑에 하늘이 감동을 했는지, 청년의 눈물이 떨어진 자리에 나무 한그루가 돋아났습니다..
청년은 그 나무를 집으로 갖고와서 마당에 심습니다. 나무를 약혼녀의 넋이라 생각하고 일생을 나무만 바라보며 살았습니다. 나이가 되어 늙어 죽은 뒤로는 새가 되어 그 나무를 떠나지 않습니다. 훗날 약혼녀 무덤에서 핀 나무를 '매화나무'라 하였고, 새는 '휘파람새'라고 하였습니다.
매실은 매화나무의 열매를 말합니다. 매화나무의 원산지는 중국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약 1500년 전에 들어왔다는군요.. 매실은 동북아시아 한국, 중국, 일본에서만 자란다는군요.. 우리나라의 경우 남부지방에서만 매실이 생산된답니다.. 중부지방에도 매화나무가 자라는데.. 나무가 꽃은 피지만 열매는 맺지 못한다네요.. 매실 열매는 5~6월에 수확합니다..
매실마을 전경 .. 매실마을은 매실과 함께 밤나무도 많다는군요.. http://www.maesilvill.com/
비가 와서 물기를 흠뻑 머금고, 햇살이 짠 하고 비춰 준다면.. 매화꽃이 더욱 활짝 피어날 것입니다.
청매실농원은 전라남도 광양시 다압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남해안과 섬진강을 따라서 봄기운이 내륙 깊숙한 곳까지 올라올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춘래불사춘이라고 해도 .. 봄은 옵니다... 봄을 즐길 준비가 된 사람에게는 꼭 옵니다... 여러분은 마음의 준비가 되셨는지요.. 겨우내 움츠렀던 마음을 활짝 열어보세요.. 매화꽃 향기와 더불어 사랑과 행복이 여러분에게 전해졌기를 바랍니다.. 알라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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