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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불갑사 상사화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합니다. 각 계절마다 떠오르는 색깔도 있고요. 가을 하면 어떤 색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빨강이라는 답이 가장 많을 듯합니다. 아니라고요? 최소한 저는 그렇습니다. (이런 이기적인) 알록달록 단풍으로 가득한 가을날을 기대하지요.

이제 가을하면 빨강이라는 등식을 확고히 해주는 선물을 만나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선물은 좀 슬퍼요. 사랑은 사랑인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담고 있습니다. 사랑을 전해주는 꽃이 아닌 만날 수 없음을 상징하는 꽃 상사화를 만나려고 합니다. 전라남도 영광 불갑사 앞에는 이맘때를 전후하여 붉은색 상사화가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꽃이 바로 상사화입니다. 상사화가 붉은색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불갑사의 상사화는 붉은 바다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면 왜 상사화이냐. 상사화는 꽃과 잎이 만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봄이 되면 초록잎이 나옵니다. 여름이 시작되면 잎은 하나 둘 사그라지지요. 그리고 가을로 접어들면 잎이 없는 상태에서 꽃이 피어납니다. 




 


 

상사화를 따라 불갑사로 향합니다.



 

 

상사화에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어느 여인이 절에 불공을 드리러 왔답니다. 그 여인을 멀리서 바라만 보던 이가 있었으니 바로 그 절의 스님이었습니다. 스님의 신분으로 여인을 사랑할 수는 없는 법. 결국 스님은 여인에게 고백 한 번 못하고 상사병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명을 달리했답니다. 그 스님을 고이 묻어드렸는데 스님의 무덤에서 봄날에는 잎이 나고, 가을에는 꽃이 피는 상사화가 자라게 되었답니다.

상사병에는 약도 없다고 하지요. 저에게도 상사병 걸릴 정도는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절절히 사랑했던 적이 있었던가? 하며 옛날 일들을 하나둘씩 생각해봅니다. 아~ 님들이여.




 

 

불갑사 올라가는 길은 초록의 풀밭이 펼쳐져 있고 그 사이사이에 붉은 색의 상사화 꽃이 피었습니다. 초록과 붉은색의 조화로움이 이토록 아름다운 줄 몰랐습니다.




 

 

상사화 이재성 지음

긴 긴 밤 애타는 그리움으로

행여나 님의 소리인가 바람결에 잠이든다

잎새 떠난 그 자리에 피어난 안개처럼

풀잎지고 꽃이피니 눈물꽃 상사화 라네

붉게 젖은 눈망울에 노랗게 타버린 가슴이여

이룰 수 없는 사랑 애처로움에 흐느낀다


 


 


 

상사화에 관해서 검색하다 보니 상사화와 꽃무릇이 다른 종류라고 하더군요. 불갑사 앞에는 상사화 축제라고 되어 있어서 쭉 상사화라고 적고 있지만 검색을 통해서 봤을 때는 꽃무릇에 더 가까운 듯합니다. 꽃무릇보다는 상사화라 불리는 것이 이야기 만들기 좋기 때문인 듯합니다.

꽃무릇을 '붉은 상사화'라고도 한다는군요. 꽃무릇은 석산이라고도 하고요. 꽃무릇은 그늘에 숨어 무리 지어 핀다는 것이고요. 돌 틈에서 나오는 마늘 모양의 뿌리라는 뜻에서 석산이라 하는 것이랍니다.


꽃무릇은 구황작물로도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꽃무릇의 알뿌리에 함유된 녹말을 걸러내어 죽을 해 먹었다는군요. 그런데 알뿌리에 독소가 있어서 독기를 가라앉히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그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죽을 쑤어 먹으면 배탈로 곤욕을 치르게 되었다네요. 그래서 '자발스런 귀신은 무릇 죽도 못 얻어먹는다'라는 속담이 나왔답니다. 자발스럽다는 것은 보기에 가볍고 방정맞다는 뜻이에요.



 



 



 

 

상사화가 바다를 이루고 있습니다. 저 붉은 바닷속으로 풍덩 들어가 헤엄치고 싶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솔로는 그냥 바라만 보고 있으렵니다. 가뜩이나 날씨도 쌀쌀해지고 크리스마스도 100일이 안 남았는데 옆구리는 점점 시려오는데 괜히 상사화를 만나서 인연을 더 못 만나면 어떡하지?라는 괜한 핑계를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상사화를 보면 여자들 마스카라처럼 절묘한 곡선을 이루고 있습니다. 제가 남자지만 속눈썹이 길어서 마스카라 해보라는 권유가 좀 있었지요. 상사화 꽃무릇 군락지는 불갑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함평 용천사, 고창 선운사 등도 상사화 꽃무릇 군락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그러면 왜 절에 꽃무릇이 많은지가 궁금해집니다. 상사화의 뿌리가 탱화에 방부제 역할을 해준다는군요.

불갑사에서는 9월 20 ~ 22일까지 상사화 축제가 있었습니다. 용천사, 선운사 등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축제가 열렸었고요. 내년에는 선운사나 용천사로 가봐야겠습니다. 다음에는 누구랑 같이 가야 하는데. 




 



 

 

 

 


 


 

꽃무릇의 원산지는 일본이랍니다. 일본에서는 꽃무릇이 저승길에 피어나는 꽃이라 생각한다는군요. 귀신을 쫓기 위해 집 주변에 심기도 했답니다. 꽃잎의 모양이 불꽃같아서 집안에서 키우면 화재가 난다고 해서 민가에서는 키우지 않았다 합니다.




 


곱다.






전남 영광에 있는 불갑사 상사화(꽃무릇)를 만나고 왔습니다. 입구에서는 상사화가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불갑사에 가까워질수록 붉은 바다를 이루는 상사화의 모습에 넋을 잃고 바라보았습니다. 상사화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슬픈 꽃말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연인이 이렇게 예쁜 상사화를 함께 본다면, 사랑하는 마음이 더 들 것 같기만 합니다. 붉은 상사화 꽃무릇처럼 붉고 정열적인 사랑이 불타오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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