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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메타세쿼이아 길

전라남도 담양 하면 떠오르는 나무가 2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대나무. 대나무는 지난번 죽녹원 포스팅에서 소개했고요. 두 번째 나무가 바로 메타세쿼이아입니다. 하늘 높이 솟은 메콰세콰이어 길을 걸어보고 싶었습니다. 특히나 6월은 녹음이 짙어가는 계절이고, 나무의 푸른 기운이 한껏 오를 때이기도 합니다. 길게 뻗고 곧게 벋은 아름다운 숲길. 담양 메콰세콰이어길을 함께 하시겠습니다.


 

짜잔. 여기가 바로 메타세쿼이아 길입니다. 길 양 옆으로 나무들이 도열해 있습니다. 이 직선 길을 쭈욱 걸어가면 됩니다. 약 2㎞ 정도 거리를 오롯이 걸을 수 있습니다. 친구끼리, 가족끼리 즐겁고 다정하게 걷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누구하고 걸어도 기분이 좋아지고, 서로의 사이가 좋아질 것만 같은 길이었습니다. 오르막, 내리막도 없고 편안함 그 자체로도 좋은 길입니다.

입장료 있습니다. 1천 원. 담양군에서 입장료 받기 시작한 것이 2년 정도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때 말이 좀 많았죠. 담양군이 봉이 김선달이는 비판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내는 것에 찬성합니다. 공짜라고 하면 막 굴리는 사람들이 많은지라. 1천 원이라는 일종의 '책임감' 같은 게 있는 게 낫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1천 원 이상의 힐링은 충분히 맛볼 수 있다고 보거든요.





 

길을 걷는데 자그마한 지하도가 있었습니다. 지하도 위에는 '굴다리 갤러리'라고 되어 있더군요. 메타세쿼이아 길 그림 여러 작품이 걸려 있었습니다.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촬영한 영화, 드라마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길지 않으니 살며시 둘러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단 차가 다니니 조심조심.



 

KBS 1박 2일에서도 이곳을 다녀갔다는 표식도 있더군요. 전국 여행을 하다 보면 1박 2일이 다녀갔다고 강조하는 꽤 많습니다. 사람들도 호기심 있게 그곳을 찾아보고 바라보고요. 방송의 힘이 쎄긴 쎕니다. 길 중간중간에 원두막, 벤치 등을 만들어서 쉬었다 갈 수 있습니다.




 

메타세쿼이아 나무길은 담양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국 곳곳에서 만나 볼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담양이라는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길이 언제부터 만들었을까요?

1970년대 초반에 정부에서는 전국적으로 가로수 조성사업을 시작합니다. 그때 담양에서는 메콰세콰이어 나무를 담양 곳곳에 심기 시작합니다. 전체적으로 약 5만 그루 정도 식재하였다고 하는군요. 그중에서 사람들이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이라고 부르는 길은 담양군청 동쪽의 학동 교차로에서 금월리 금월교에 이르는 24번 국도를 말합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나무입니다. '메타세쿼이아' 이 말이 발음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금 글 쓰고 있는데도 계속 오타가 나네요. '메카 세콰이어' 뭐 이딴 식으로. 

'메타세쿼이아'에서 '세콰이어'는 영웅이라는 뜻입니다. 미국 인디언 중에 체로키라는 부족이 있답니다. 체로키 부족은 체로키 문자를 창시한 지도자 '세콰이어'를 영원히 기억하고 추앙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거주지 인근에서 자라는 수명 3천 년 가량의 가장 오래된 나무에 '세콰이어'라는 이름을 지은 것입니다. 이 나무가 1년에 1m씩 자란다고 해서 '메타'라는 접두사가 붙어 '메타세쿼이아'가 되었습니다.

체로키 부족은 세콰이어 나무가 잡귀를 없애주고, 자신들을 보호해주며, 소원을 이루게 해 준다고 믿었답니다. 그래서 나무로 장신구를 만들어 몸에 지니고 다녔다고 하는군요. 담양의 메타세쿼이아에서도 소원을 말하면 이루어질 것만 같습니다. 이 길을 사진으로 보는 분들도 소원 하나 빌어 보시지요. 누가 또 압니까? 




 

길 중간에 독특한 모양의 건물은 '호남기후변화체험관'이라고 하는군요. 올해 3월에 오픈했고 6월 30일까지는 무료입장이라고 합니다. 저는 들어가 보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저 건물이 뭐지?'하고 궁금해하는 사람들은 몇 명 있었는데 실제로 가보는 사람은 보이지 않더군요.





 

나무 그늘 아래 벤치가 분위기 있습니다. 초록의 싱그러움을 느끼기에도 좋고요. 여행사 끼고 와서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 좀 아쉽네요. 시간만 넉넉하다면 여기서 맛난 거 까먹고 노닥거리고 싶었습니다. 하긴 혼자 갔으니 누구랑 할 이야기도 없지만. 그런데 이 부근에서 어떤 아저씨 말이 저를 미소 짓게 하더군요. 사진 뒤쪽으로 보면 연못(?)이 하나 있는데요, 그 아저씨 말이 '으메 저기다 농사지으면 쌀 몇 가마는 먹겠구먼' 하시네요. 




 

바람이 흩날릴 때마다 나뭇잎은 하늘빛을 여러 모양으로 만들어 줍니다. 쭉쭉 뻗은 나무는 그늘도 만들어주고, 예쁜 걸을 때마다 사사삭 거리는 소리가 듣기 좋습니다. 


 


 

길 중간중간에는 근처 마을 주민들이 농사지은 농작물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과일은 방울토마토가 많았고요. 토마토 시식으로 하나 집어 먹어봤는데 맛있습니다. 딸기 농사도 많이 짓는다고 하는데, 철이 지나서 생과는 볼 수 없었습니다. 대신 딸기즙을 판매하신다기에 한 팩 사서 쭉쭉 흡입해봅니다. 달달하니 맛있네요. 담양이 딸기 생산량이 제일 많다는군요.



 


 

얼마 전 이 길이 사라질 뻔했습니다. 2000년에 국도를 확장하면서 이 메타세쿼이아 길을 없애기로 한 것입니다. (사진 오른쪽에 있는 담 위로 24번 국도가 지나갑니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시작되었고요, 전국적으로도 메타세쿼이아 길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모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다행히 길은 지켜졌고, 오늘까지 이어집니다.




 

메타세쿼이아 길 옆에 생뚱맞게 한옥 건물이 보입니다. 자세히 보니 낯익은 얼굴의 포스터가 보이네요. 현빈과 한지민.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역린'의 세트장이 담양에 있습니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 보지는 못하게 막아두었더군요. '역린' 이 영화에 아픈 사연이 있습니다. 영화 한창 보고 있는데 회사에서 중요한 전화가 와서 영화 중간에 나와야 했다는. 제가 잘못한 것도 아닌 사고(?) 수습해야 해서. 아 놔 진짜  




 

할머니 한 분이 손수 갖고 오셔서 뭘 팔고 계시기도 하고요. 




 

이때가 토요일이었습니다. 메타세콰이어길 가기 전 들었던 생각은 사람이 굉장히 많겠구나? 였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번잡한 모습은 바라지 않았거든요. 다행스럽게도 생각처럼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냥 걷는 게 좋아요. 사뿐사뿐. 유모차 끌고 다니기에도 불편함이 없고.  그나저나 혼자 온 사람은 나 하나라는. 에이. 





 그렇게 길은 이어집니다.



담양 메타세콰이어길 참 좋았습니다 워낙 유명한 곳이고, 우리나라에서 아름다운 가로수길을 골라보라면 꼭 선정되는 곳이기도 하고요. 죽녹원의 대나무 숲 길은 북적북적했는데 이곳은 잔잔함이 느껴지는 것이 또 다르네요. 30분 정도 걸었는데 상쾌해지는 것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에는 눈 쌓은 메타세쿼이아 길을 걸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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