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11코스 .. 깜깜한 폐교에서 홀로 잠이 들다 ..

제주 자연생태문화체험골(무릉생태학교)

이제 진짜 여름입니다.. 태풍이 올라온다고는 하지만,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여름이 좋습니다.. 어디든지 떠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여름이 좋습니다.. 저는 요 몇년 동안 여름 휴가를 제주도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제주도 올레길을 걷고자 날아오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 휴가 프로젝트에 돌입을 하였지요 .. ㅎㅎ

그런데 작년(2013년) 휴가 때 다녀 온 제주도 올레길 이야기가 아직 덜 정리가 되었더군요 .. 작년에 11, 12, 13코스를 다녀와서 코스별로는 소개를 했는데, 그 사이사이 양념 같은 이야기를 잊고 있었습니다.. 올해 여름 새로운 코스로 들어가기 전  .. 작년에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정리할까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제주 자연생태문화체험골을 소개합니다..

제주도의 서남쪽에는 대정읍이 있습니다.. '제주자연생태문화체험골'은 대정읍 무릉리에 있습니다..  딱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곳은 학교였습니다.. 지금은 폐교된 무릉초등학교입니다.. 제주도 중산간에는 이렇게 폐교 된 학교가 종종 보입니다.. 학교라는 것이 마을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인데, 사라진다는 것이 슬픕니다.. 폐교 된 학교를 생태문화, 역사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한 것입니다..

제주자연생태문화체험골은 제주올레길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11, 12, 14-1 세 코스가 만납니다... 이곳은 게스트하우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11코스를 걷고 난 후, 여기서 하룻밤 머물렀습니다..

11코스는 제주도에 사는 친구와 함께 걸었습니다.. 제주시에서 사는 친구차를 타고 이곳까지 와서 주차를 합니다.. 여기서 택시를 타고 11코스 출발지인 하모체육공원으로 갑니다.. 택시비는 1만원 정도 나왔습니다.. 11코스 완주하고 친구는 차를 타고 집으로 고고씽 .. 집에 가기전에 모슬포항에서 밥 먹고 가긴 했지만요 .. 즉 도착지에 차를 두고 출발지까지는 택시를 타고 이동 했나는 이야기 ..

제주자연생태문화체험골

예전 아이들이 공부하던 교실은 게스트하우스가 되었고, 아이들이 뛰어놀던 운동장은 체험공간이 되었습니다.. 체험이 좀 독특합니다.. 우선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정리가 잘 되 있는 느낌은 아닙니다.. 복도 난간 위에는 기증물품기록장, 비상약품 등이 보입니다만 관리가 잘 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나무로 된 복도를 보니, 국민학교 다닐 때 왁스칠 하던 생각이 나네요 .. ㅎㅎ ..

이곳을 관리하는 듯 한 아주머니,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게스트하우스 예약하고 왔다하니 어느 교실로 가라고 합니다.. 멋 모르고 교실을 찾아갑니다.. 여름 휴가철인지라 다른 손님들도 있지 않을까 했는데,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행자는 저와 제 친구뿐 ..

올레길 걸을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숙박입니다.. 종착지가 해안가면 민박이나 게스트하우스가 많은데, 중산간으로 들어오면 별로 없습니다...

11코스를 가고자 할 때도 숙박이 문제였습니다.. 그러다 종착지인 제주자연생태문화체험골이 게스트하우스를 한다는 정보를 입수 했습니다.. 그런데 전화번호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홈페이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 두드리면 열린다고, 어떻게 하다보니 전화번호를 알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통화가 되고 예약을 할 수 있었습니다.. 010-5301-2085

제가 머문 방입니다.. 여느 도미토리형 게스트하우스와 별반 차이는 없습니다.. 

샤워실입니다.. 규모가 제법 됩니다.. 아마도 단체로 체험 학습 온 학생들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 같기도 하고요 .. 옆에 세탁기도 있습니다... 세탁기 위에는 '성의함'이라는게 있더군요 .. 알아서 돈 넣으라는 이야기 .. 식당도 있습니다. 음식을 만들어 파는 것은 아니고요 .. 단체로 온 학생들 밥 해주는 정도 .. 개인이 사용하기에는 좀 어려울 듯 하고요 ..

이제 운동장으로 나옵니다.. 운동장에는 여러 가지 체험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이곳 제주자연생태문화체험골의 주 테마는 선사시대입니다.. 제주도 내에 고대 유적에 대해서 알아보고, 고대 시대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사진처럼 움집을 만들어서 들어가 볼 수도 있게 하였고요 .. 발굴체험도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돌담쌓기, 농사체험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제주 자연생태문화체험골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봤습니다... 책 읽는 소녀상은 어딜 가도 있군요 .. 여기에 사자동상하고 장군동상까지 있으면 완벽한 트리오가 되곤 합니다.. 아이들이 뛰어놀았을 미끄럼틀은 녹이 슬어 쓸쓸히 남아 있습니다.. 제주올레 안내소 건물이 있긴 했는데, 상주하는 사람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갔을 때만 없었는지, 원래 없는지는 알 길이 없네요 ..  

 

닭 .. 나쁜 닭 .. 술 한 잔 하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잘 자는데, 이 닭들이 새벽 3시부터 계속 우는 겁니다.. 처음에는 잘 잤는데, 해가 밝아 올 수록 닭들의 울음소리는 더 커지네요 .. 거기다 아침이 되니, 주변 농경지에서 일하는 소리가 들리는지라 어쩔 수 없이 일찍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ㅎㅎ .. 그래도 시계 알람 소리 보다는 꼬꼬댁 닭 울음소리가 더 정겹습니다... ㅎㅎ 

 

수돗가 ..

여기서 중간 정리를 하면 .. 제주올레길 11코스를 걷고 숙박을 위해 '제주자연생태문화체험골'에 왔습니다.. 제주자연생태문화체험골이 11코스 종착지입니다.. 각종 체험활동시설과 게스트하우스를 갖추고 있습니다.. 친구와 저는 11코스를 걷고 와서 모슬포항에서 밥을 먹고 왔습니다.. 친구는 다음날 출근해야 되니 제주시로 갔고, 저는 이곳에서 잠을 청하기로 합니다..

문제는 지금부터 .. 그렇게 밥을 먹고 돌아왔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오전에 있는 그 아주머니, 아저씨도 없고 .. 인기척도 없고, 이 깜깜하고 낯선 공간에 저 혼자만 있습니다.. 그래서 주인 아저씨(?)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저 왔어요 .. 그랬더니 .. 아저씨 말씀이 .. 지금 상가집에 왔으니, 알아서 자라고 하시네요 ... ㅎㅎ .. 이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 ㅋㅋ 

아~ 이거 뭔가 애매한 상황입니다.. 일단 맥주에 쥐포 하나 뜯으면서 이 상황을 정리해봅니다... 그래 어쩌면 하늘이 준 기회인지도 몰라 .. 내가 언제 이 제주도에서 혼자 있겠느냐 .. 달님 한 잔 .. 나 한 잔 .. 풀벌레 한 잔 .. 나 한 잔 .. 코 끝을 스치는 바람도 한 잔 .. 나도 한 잔 ... ㅎㅎ .. 누군가는 이걸보고 청승맞다고도 하지만, 저에게는 아주 신선하고 재밌는 시간이었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숙박비를 드려야 하는 것입니다... 역시 주인 아저씨는 아침에 들어오시지를 않았고요 .. 사람이라고는 숙박객인 저 혼자뿐 .. 숙박비를 주고 갈 사람이 없습니다.. 전날 왔을 때 '숙박비 선불'이라는 글씨를 분명 봤는데, 돈 달라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

새아침이 밝았고 저도 길을 나서야 하는데 사람은 없고 .. 그래서 방 안에다 숙박비를 두고 나왔습니다.. 아저씨에게는 문자로 숙박비 두고 간다고 말씀 드렸고요 .. 아저씨께서 고맙다며 답문 보내주셨습니다..

제주올레길 11코스 종착지면서 12코스 출발지인 제주자연생태문화체험골을 소개했습니다.. 저는 여기서 1박을 했고요 .. 주인 없는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 보냈습니다.. 그것도 폐교인 곳에서 으흐흐흐 ... ㅎㅎ ..

제주자연생태문화체험골이라고도 하고 무릉생태학교라고도 하더군요 .. 버스가 있긴 있는 것 같던데 자주 없는듯 합니다... 대정읍내에서택시타면 1만원 정도 나옵니다.. 여기서 100m 정도 나오면 식당하고 자그마한 카페가 있습니다...

주인 아저씨라고 해야 하나? 호칭이 좀 애매합니다만 연락처 남겨 둡니다.. 010-5301-2085

 

올레길 걷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경험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래서 더 재밌습니다.. 아 걷고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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