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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영산포 대박홍어

 

우리가 '홍어'를 말하면 삭힌 홍어를 말합니다. 삭힌 홍어가 맛있다면서 엄청 잘 먹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반면에 그 특유의 향에서부터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습니다. 저는 딱 중간. 먹긴 하지만 그렇게 맛있게 잘 먹기까지는 못합니다. 나주를 찾는 여행자라면 홍어를 꼭 만나야 합니다. 홍어의 시작이 나주이기 때문입니다.

 

 

나주 시내에서 영산강을 건너서 영산동 일대에 홍어의 거리가 있습니다. 홍어는 바다 생선이고 홍어하면 흑산도가 더 유명한데 나주에 왜 '홍어의 거리'가 있을까요?

 

고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에도 흑산도에서 홍어를 많이 잡았습니다. 그런데 흑산도 부근에 왜구들이 침략을 계속해오는 것입니다. 우리 국민들이 계속 피해를 입습니다. 공민왕이 공도정책을 폅니다. 섬을 비우는 것입니다. 섬에 살던 사람들을 육지로 올라가게 합니다. 이때 흑산도에서 잡은 홍어를 갖고 나주로 갑니다. 나주까지 오면서 홍어가 제대로 익은 것입니다. 이때부터 삭힌 홍어를 먹게 되는 것입니다.

 

 

 

 

 

영산포 홍어의 거리를 무작정 거닐어 봤습니다. 거리가 조용합니다. 1970년대가 머물러 있는 듯한 간판이며 거리 분위기도 느낄 수 있습니다. 홍어를 잘 먹지는 못하지만 한번 맛은 보고 싶습니다. 이때가 월요일이었는데 정기휴일인 집이 꽤 되더군요. 그래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가 한 집을 발견합니다. 뭔가 포스가 느껴집니다. 빼꼼히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신발 벗고 올라갑니다. 식당이 조용합니다. 손님이 없습니다. 맞게 들어온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하긴 거리에도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으니 식당도 마찬가지겠지요. 아저씨 한 분이 가게를 지키고 있습니다. 일단 들어왔으니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메뉴를 살펴봅니다. 간단하게 맛만 보려고 홍어정식을 주문하려 했더니만 점심시간이 지나서 2인분만 따로 내오기가 좀 힘들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홍어삼합 작은놈 주문합니다.

 

제가 홍어를 처음 먹어 본 것은 10여 년 전입니다. 그때 서울 명동에 어느 호텔 뷔페를 가서 먹었습니다. 그때는 홍어가 그냥 생선회인 줄 알았습니다. 뷔페에서 당당하게 홍어를 집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입에 딱 들어가는 순간 그 특유의 암모니아 향부터 해서 난리가 난 거예요. 결국 삼키지를 못했습니다. 그러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에 집에서 우연히 먹었습니다, 김치, 삼겹살과 함께하니 먹을만하더라고요. 

 

 

 

 

 

사장님으로 보이는 식당 아저씨 말을 걸어옵니다. 이 식당이 아주 대단한 곳이고. 방송에 여러 번 나왔다는 것입니다. '한국인의 밥상'에 나온 장면을 보여줍니다. 한국인의 밥상에는 원래 식당이름은 안 나오고 어느 할머니 한 분이 나옵니다. 그 할머니가 그 아저씨의 어머니였고 가게 간판에 있는 그 할머니였습니다.

 

 

 

 

 

 

먼저 밑반찬이 깔립니다. 아저씨는 황토방 옹기에 숙성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대나무 잎 이야기도 했던 것 같고요. 반찬 담겨 나오는 그릇이 다 옹기입니다. 반찬이 정갈하니 제 입에는 맞습니다.

 

 

 

 

 

홍어삼합에 막걸리가 빠질 수 없습니다. 구수합니다.

 

 

 

 

 

드디어 홍어삼합이 등장합니다. 아저씨가 옹기에 담겨 나오고 대나무잎이 깔려 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그런 것을 떠나서 비주얼적으로 참 맛있어 보입니다. 홍어 특유의 쿰쿰한 향이 있습니다. 당연히 나야 되는 냄새입니다. 이 정도면 먹을 수 있겠습니다. 어떤 맛일지 기대합니다.

 

 

 

 

 

삼겹살, 홍어, 묵은지가 조화롭습니다. 홍어를 완전 잘 먹는 것이 아니기에 두 명이서 저 정도 양이면 맛있게 먹고 일어날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지금부터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먹고 있었습니다. 식당 안에는 여전히 우리만 있습니다. 아저씨가 홍어 이야기를 계속하더니 홍어의 특수부위 몇 가지를 내옵니다. 이런 거 어디 가서 먹어보지 못한다면서 귀한 것이라고 하시면서요. 그런데 이게 삭힌 농도가 좀 있다 보니 먹기가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아저씨는 막 내오고 저는 먹기 힘들고 진퇴양난입니다. 홍어 부위를 설명해주셨는데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납니다.

 

 

 

 

 

 

 

이것은 홍어알집입니다. 아저씨께서 귀한 거 보여주신다면서 갖고 나오셨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알집이 진짜 귀한 것이더군요. 이걸 그대로 먹는 것은 아니고 안에 내용물을 먹게 되는 것이라는군요. 저는 보기만 했습니다.  

 

 

 

 

 

얘는 좀 부드러웠던 거 같은데 

 

 

 

 

 

홍어무침 서비스.

 

 

 

 

아버지께서는 홍어를 좋아하십니다. 전라도 쪽은 가보지도 않은 분이 언제부터인가 잘 드시더라고요. 한 박스 포장합니다. 스티로폼 상자에 홍어 넣고 뚜껑 닫은 후 비닐로 완전 밀봉해서 줍니다. 냄새날 일은 없습니다. 집에 올라가서 며칠 동안 잘 먹었습니다. 

 

 

 

 

 

저는 여행 다니면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맛도 중요하겠지만 그 지역의 특성을 나타낼 수 있는 맛을 찾아보려 합니다. 그런 점에서 나주에서 먹은 홍어는 참으로 특별했습니다. 쉽게 먹을 수 없고 호불호가 완전히 갈리는 음식인 홍어. 하지만 이토록 매력적인 음식은 아마 없을 듯합니다. 지옥의 향기, 천국의 맛을 느낄 정도는 아니지만 나이가 들수록 점점 땡기는 홍어의 매력입니다. 특히나 우연히 찾은 식당에서의 서비스는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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