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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충청남도 논산시 강경읍으로 떠납니다. 논산은 알아도 강경은 모르는 분들이 많더군요. 지금이야 읍 단위의 작은 마을이지만, 한때는 조선 3대 시장 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로 번성했던 지역입니다. 과거 화려했던 강경의 모습은 지금도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그중에서 조선시대 건축물을 살펴보면서 강경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강경을 순서를 정해놓고 구경한 것은 아닙니다. 강경역에 있는 지도 한 장 들고, 정처 없이 걸으며 강경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다가 황산근린공원에 들어섰습니다. 금강 옆에 있는 돌산을 황산이라 부릅니다. 황산 앞에 나루터가 있었고요. 황산근린공원에 낯익은 이름이 보입니다. '박범신 문학비'가 있습니다. 

 

박범신 작가는 방송에도 많이 나오시고, 유명한 작품이 많아서 박범신이라는 이름과 얼굴은 익히 알고 있습니다. 박범신 작가의 고향은 논산시 연무읍입니다. 1946년생이시네요. 1961년부터 강경에서 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냅니다. 강경에서 교사 생활을 했고요. 교사 생활 중에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섭니다. 박범신 작가의 문학적 고향이 강경인 셈입니다. 강경을 배경으로 쓴 작품도 많이 있습니다. 







 

 

 

 

황산근린공원에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돌산 전망대 또는 강경포구 전망대라고도 하더군요. 입장료는 없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없습니다. 빙글빙글 나선형으로 된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합니다. 높이도 높이지만 빙빙 돌아가며 오르니 어지럽습니다. 

 

 

 

 

전망대 아래 암반이 보입니다. 이래서 돌산이라고 부르는가 봅니다. 1960년대까지 채석장으로 사용되었답니다. 

 

 

 

 

전망대에 오르면 유유히 흐르는 금강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금강은 강경이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서해에서 금강을 타고 강경까지 배가 올라옵니다. 육지 산물이 강경에서 만납니다. 그러면서 강경의 시장은 점점 커집니다. 전국 3대 시장 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가 됩니다. 현대에 와서 금강하구둑이 만들어지면서 배가 더 이상 올라오지 않습니다. 포구의 기능은 끝났습니다. 

 

오른쪽 아래 배 모양은 강경젓갈전시관입니다. 

 

 

 

 

강경 시내를 조망해봅니다. 이날은 날씨가 많이 흐려서, 시야가 좋지 않습니다. 2019년 6월 통계를 보니 4,530가구에 8,926명이 강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1910년에 인구가 3만 명이 넘었습니다. 1931년에 읍으로 올라섰고요. 과거의 기록과 대비하면, 강경이 쇠락했다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전망대에서 죽림서원이 보입니다. 

 

 

 

 

죽림서원으로 향합니다. 서원은 우리나라 곳곳에 있습니다. 요즘으로 비유하면 사립대학교라 할 수 있습니다. 서당은 초등학교, 향교는 공립중고등학교, 국립대학은 성균관, 사립대학은 서원입니다. 서원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모여, 학문을 논하거나, 석학이나 충절로 죽은 사람에게 제사를 지내는 곳입니다. 홍살문과 외삼문을 통해 들어가면 동재, 서재, 내삼문, 사우가 있습니다. 

 

 

 

 

죽림서원은 1626년(인조 4) 황산서원으로 세워졌습니다. 이이, 성혼을 기리기 위해서였습니다. 후에 김장생을 추가하였습니다. 1665년(현종 6) 임금으로부터 '죽림'이라는 이름을 받아 사액서원이 되었습니다. 조광조, 이황, 송시열의 위패를 추가하였습니다.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철거되었습니다. 1946년 제단을 만들어 제사를 지냈고, 1965년 사우를 다시 세웠습니다. 

 

 

 

 

문이 굳게 닫혀 있어서 서원에 들어갈 수는 없었습니다. 높은 곳에서 담 너머로 죽림서원을 바라봅니다. 태극기 높게 휘날리는 것을 보면 누군가 왔다 갔다 하는 것 같긴 한데, 멀리서 바라만 봐야 한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죽림이라는 말처럼 주변에 대나무가 있습니다. 음력 3월 15일과 9월 15일에 제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죽림서원 옆에 임리정을 찾았습니다. 임리정은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67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임리정(臨履亭)은 1626년(인조 4)에 김장생이 지은 정자입니다. 김장생은 임리정에서 학문을 닦고 제자들을 가르쳤습니다. 

 

 

 

 

원래 이름은 황산정입니다. "깊은 못가에 서 있는 것과 같이, 얇은 얼음장을 밟는 것과 같이, 자기의 처신과 행동에 항상 신중을 기하라"라는 시경의 구절을 따서 임리정(臨履亭)이라 이름을 바꾸었다. 지붕 옆면이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입니다.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정자 양식을 보여주는 건축물입니다.

 

 

 

 

앞면 3칸, 옆면 2칸으로 되어 있습니다. 앞면 3칸의 기둥 사이를 같은 간격으로 나누어, 왼쪽 2칸은 마루를 깔아 대청으로 하고 오른쪽 1칸은 온돌방을 두었습니다. 뒤쪽으로는 사랑방을 2개 꾸며 사람들을 맞이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임리정기비가 있습니다. 김장생이 강학처에 정자를 세우고, 서원을 창건, 추배, 훼철되기까지의 일과 임리정기비를 세우기까지의 과정이 간략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임리정을 나와 강경읍내로 접어듭니다. 나중에 지도를 보다가 팔괘정을 지나쳤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죽림서원, 임리정에 이어 팔괘정까지 세트로 둘러봐야 하는데, 뭐 때문인지 팔괘정을 놓치고 왔습니다. 강경 여행길 마지막으로 팔괘정을 찾았습니다.  

 

 

 

 

강경근대역사전시관을 지납니다. 강경제일감리교회 건물에 있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평상시에는 문이 닫혀 있다고 합니다. 관람을 원하면 맞은편에 있는 '행복한도우미센터'로 문의를 해야 합니다. 19세기 후반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강경이 발전하는 모습과 강경의 근대건축물, 등록문화재를 볼 수 있습니다. 

 

 

 

 

강경근대역사문화거리를 향해갑니다. 성김대건신부기념관이 있습니다. 뒤에 보이는 건물은 강경성당입니다. 붉은색의 첨탑과 지붕이 눈길을 끕니다. 김대건 신부는 우리나라 최초의 천주교 사제입니다. 중국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습니다. 

 

김대건 신부는 1845년 8월 31일 페레올 주교, 다블뤼 신부, 11명의 한국인 신자와 함께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합니다. 목적지는 한양. 폭풍우를 만나 표류하다가 제주도 서쪽 용수리에 도착합니다. 배를 정비하여 다시 출발합니다. 그러다가 익산 나바위 부근에 표착합니다. 익산이라고 하지만 강경 바로 옆입니다. 나바위에서 강경을 거쳐 한양까지 이어집니다. 나바위 부근에 나바위 성지가 있습니다. 강경도 우리나라 천주교 전파에 공이 큰 지역입니다. 

 

 

 

 

강경 이곳저곳을 다 살펴보았습니다. 낮에 못 본 팔괘정이 계속 걸립니다. 강경 떠나기 전에 팔괘정을 꼭 봐야겠습니다. 힘겹게 팔괘정을 찾아갑니다. 팔괘정 주변으로 뭔가가 내리는 게 보이십니까? 온종일 꾸물꾸물하더니 결국은 마지막에 비가 옵니다. 우산도 없고, 비 맞습니다. 다행히도 비가 계속 오진 않았습니다. 

 

 

 

 

팔괘정은 1663년(현종 4)에 우암 송시열이 세운 건물입니다. 우암도 전국 곳곳에 자신의 흔적을 많이 남겼습니다. 퇴계 이황, 율곡 이이를 추모하며, 강학(講學, 학문을 닦고 연구)하던 곳입니다. 송시열의 스승이 김장생입니다. 포스팅 위에서 보신 임리정을 만든 사람이 김장생입니다. 금강의 수려한 경관을 즐기며, 스승과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에 임리정 가까이에 팔괘정을 만든 것이라 전해지고 있습니다. 임리정과 모습이 비슷합니다. 

 

 

 

 

충청남도 논산시 강경읍에 있는 옛 건축물을 찾아보았습니다. 죽림서원, 임리정, 팔괘정입니다. 지금은 주변에 건물도 들어서고 해서 어수선할 수 있겠으나, 조선시대에는 바로 앞에 금강이 보이는 명당이었겠습니다. 금강을 바라보면서 학문을 논한다면, 더 진지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겠다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공부하다 술 한잔하기에도 분위기가 좋았겠죠? 강경 여행을 하신다면, 강경의 옛 모습부터 찾아보시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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