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보령 오천항 키조개

 

해산물은 1년 내내 잡힌다고 해도, 특별히 맛있을 때가 있습니다. 제철이라고 하지요. 봄이 제철인 해산물에는 뭐가 있을까 찾아보니 키조개가 눈에 띕니다. 어른 손바닥보다 큰 검은색의 키조개는 많이 보셨을 것입니다.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항은 키조개가 많이 잡히는 곳입니다. 친구와 봄꽃 구경도 할 겸 해서 오천항으로 떠납니다. 

 

벚꽃이 절정을 지난 4월의 어느 봄날입니다. 아저씨 둘은 따스한 봄 햇살을 받으며 오천항으로 떠납니다. 서해안고속도로 광천IC를 빠져나와 청소를 지납니다. 동네 이름이 청소입니다. 청소는 영화 택시운전사 촬영을 한 곳입니다. 청소에는 장항선 기차역 중 가장 오래된 역사인 청소역이 있습니다. 오천 가는길에 청소도 둘러보시길 바랍니다. 

 

청소를 지나 오천으로 계속 달립니다. 거리에는 벚꽃잎이 눈처럼 흩날리고 있습니다. 이정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오천가는길에 천북이라는 곳도 있습니다. 천북은 겨울에 굴이 유명합니다. 굴 음식 파는 식당이 많습니다. 굴밥, 굴구이, 굴밥이 맛있습니다. 

 

 

 

 

오천으로 들어와서 바다 쪽으로 쭉 들어가면 오천항 여객터미널이 있습니다. 여객터미널 주변에 주차장이 있습니다. 별도의 주차비는 없습니다. 오천은 보령시 제일 북쪽에 있습니다. 오천항은 항구가 들어서기에 자연조건이 좋다고 합니다. 

 

 

 

 

오천항 바로 옆에 충청수영성의 중심 건물인 영보정이 보입니다. 충청수영성은 조선시대 해군기지입니다. 충청수영성 위에 올라가면 오천항 일대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충청수영성 자체 분위기도 좋습니다. 군사기지라 해서 딱딱한 분위기가 아닙니다. 충청수영성에서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촬영도 했습니다.  충청수영성 그림에 거북선 그림이 있어서 주목받았습니다.

 

  

 

 

오천항 풍경. 낚싯배가 많습니다. 

 

 

 

 

오천항 옆으로 수산물판매점이 옆으로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1호점, 2호점 이런 식으로 숫자로 매장 표시를 합니다. 판매하는 품목, 가격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키조개로 유명한 곳이니 키조개는 기본으로 합니다. 이런 경우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손님이 좀 있어 보이는 곳으로 선택했습니다. 7호점으로 갑니다. 







 

 

 

 

수족관과 다라이에는 키조개가 차고 넘칩니다. 여느 바닷가 횟집에서 볼 수 있는 활어는 보이지 않습니다. 키조개 가득한 풍경이 낯설면서도 호기심이 막 생깁니다. 

 

오천항에서 우리나라 키조개의 60~70%가 나온다고 합니다. 2015년 기사를 보니, 생산량의 30% 정도는 일본으로 수출도 했답니다. 오천항 앞바다는 모래와 개흙이 적당히 섞여서, 키조개가 자라는데 좋은 환경이라고 합니다. 농촌에서 쭉정이 골라낼 때 쓰는 키와 닮아서 키조개라고 불립니다. key 아니에요. 

 

 

 

 

키조개 껍데기를 까고, 알맹이만 빼놓은 것도 가득합니다. 보통 키조개는 커다란 관자를 먹습니다. 오천항은 키조개 관자 말고도 날개살, 꼭지살도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키조개는 7~8월이 산란철입니다. 4~5월은 영양분을 축적합니다. 그래서 봄에 키조개가 맛있습니다. 대신 여름에는 산란철이나 키조개를 잡을 수 없습니다. 금어기입니다. 살아있고 싱싱한 키조개는 껍질을 벌려 속살을 꺼내기가 어렵습니다. 초보자는 쉽게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속살을 따로 빼서 판매를 합니다. 키조개 껍질을 열면, 관자, 날개살, 꼭지살, 내장이 있습니다. 내장은 버리고 나머지를 먹습니다. 

 

 

 

 

7호점은 마루 형태 좌식입니다. 가족이 운영하시더군요. 아버지, 어머니, 아들. 아버지께서는 키조개 손질하시는 것 같고요. 어머니께서 요리하시고, 아드님이 서빙과 홀 운영을 합니다. 점심때였는데 손님이 좀 많았습니다. 음식 나오는 게 빠르지는 않았습니다. 키조개 맛을 느끼며 먹다보니, 천천히 나오는 게 낫더군요. 

 

 

 

 

키조개를 코스로 먹을 것인가 단품으로 먹을 것인가를 정해야 합니다. 둘 이상이 오면 코스가 좋습니다. 친구와 저는 2인 코스로 먹기로 합니다. 코스는 인원수에 따라 가격이 다릅니다. 키조개 회, 샤부샤부, 무침, 두루치기 등이 연이어서 나옵니다. 단품 주문도 가능하고요. 근처에서 일하는 분들은 오셔서 단품으로 드시고 가시더군요.  

 

 

 

 

기본 반찬 쌈, 고추, 마늘, 고추냉이 그리고 저 위에 있는 저것은

 

 

 

 

키조개 관자를 회로 먹을 수 있도록 얇게 썰어 나왔습니다. 관자 회로 드셔 보셨습니까? 은은한 단맛이 입안에 퍼진답니다. 굉장히 연합니다. 저작 운동 몇 번 만에 사르르 녹습니다.

 

그리고 포인트 하나. 관자 옆에 있는 저것은 흑해삼입니다. 줄여서 흑삼. 귀한 흑삼입니다. 제가 "우와 귀한 거 나왔네?" 하면서 싱글벙글하고 있으니, 사장님이 저에게 운이 좋았답니다. 회가 그때그때 달리 나오는데, 마지막 흑삼이었답니다. 함께한 친구가 해삼을 못 먹는다네요. 그럼 저야 때땡큐죠. 제가 다 먹었습니다. 아무튼 저는 먹을 복이 있습니다. 벌써 이렇게 나오면, 앞으로 얼마나 더 나올지 기대가 높아집니다. 

 

 

 

 

기본으로 나온 미역국. 키조개살이 들어있습니다. 제가 미역국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미역국이 제 입맛에 맞았습니다. 리필해서 먹었습니다. 

 

 

 

 

기본반찬. 김치, 톳, 키조개 날개살과 꼭지살을 볶음입니다. 쫀득하니 맛있습니다. 

 

 

 

 

다음은 샤부샤부입니다. 무, 파, 버섯, 양파, 청경채 등의 다양한 채소가 담긴 밑국물(육수)이 나옵니다. 끓기 전 밑국물은 특별한 맛이 있지는 않습니다. 

 

 

 

 

샤부샤부에 넣을 키조개 아이들. 관자는 익히지 않고 회로 먹어도 됩니다. 

 

 

 

 

그러면 키조개 샤부샤부를 어떻게 먹느냐? 딱 10만 세세요. 관자 하나 딱 잡고, 끓고 있는 밑국물에 넣습니다. 하나, 둘, 셋 이렇게 열까지 셉니다. 그리고 꺼내서 바로 먹으면 됩니다. 그러면 회로 먹을 때 와는 다른 보드라운 키조개 맛이 올라옵니다. 청경채, 버섯과 함께 싸 먹어도 좋고요. 초장이나 간장 안 찍어도 되지만, 저는 키조개 그 자체로 먹는 게 더 맛있더군요. 이승철 씨가 부른 '열을 세어 보아요'라는 노래를 생각해보셔도 좋겠습니다. 

 

 

 

 

샤부샤부를 다 먹으면, 그 밑국물에 칼국수를 넣어서 먹습니다. 역시 탄수화물이 들어가 줘야 먹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거. 







 

 

 

 

샤부샤부와 칼국수로 다소 텁텁해질 때, 무침이 등장해서 새롭게 리셋을 해줍니다. 새콤함은 약했습니다. 달콤한 맛이 좀 더 있습니다. 저는 새콤한 맛을 좋아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채소와 함께 먹는 식감도 좋네요. 

 

 

 

 

곧이어 밑국물 냄비는 빠지고, 철판이 등장합니다. 두루치기 먹을 때가 왔습니다. 키조개, 새송이버섯을 길게 썰어서 함께 볶습니다. 그렇게 맵지 않습니다. 키조개와 버섯의 식감도 잘 어우러집니다. 

 

 

 

 

역시 마무리는 밥입니다. 두루치기에 밥을 볶습니다. 두 명이지만 밥은 한 개만 볶습니다. 도대체 우리가 키조개를 몇 마리나 먹은 것일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2인 5만 원치고는 많이 먹었습니다. 아드님에게 이렇게 많이 주시고도 남아요? 라고 물었습니다. 아버님이 키조개를 직접 잡아서 원가가 싸다고 하시네요. 배불리 잘 먹었습니다.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오천항은 우리나라 제일의 키조개 생산지입니다. 방송에서 볼 때 키조개 잡는게 어렵더군요. 머구리(잠수부)가 바닷속으로 들어가 키조개를 잡아 올리는 모습을 봤습니다. 오천항 어부님들이 키조개를 어떻게 잡는지는 정확히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깊은 바다 바닥에 숨어 사는 키조개를 잡는 과정이 쉽진 않을 것입니다. 덕분에 봄맞이 맛있는 식사였습니다. 충청수영성에 올라봅니다. 

 

 

 

 

300x250
반응형
그리드형
,
250x250
BLOG main image
랄랄라 라오니스
명랑순진한 라오니스의 대한민국 방랑기
by 라오니스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2109)
이야기꽃 (100)
서울특별시 (67)
인천광역시 (68)
경기도 (162)
강원도 (184)
경상북도 (175)
대구광역시 (28)
경상남도 (141)
부산광역시 (53)
울산광역시 (9)
전라북도 (93)
전라남도 (188)
광주광역시 (15)
충청북도 (100)
충청남도 (184)
대전광역시 (24)
제주특별자치도 (376)
평택,안성 (14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04-20 12:21
세로형
반응형
라오니스's Blog is powered by Textcube. Designed by Qwer999. Supported by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