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용횟집 미더덕
미더덕 아십니까? 해물탕이나 해물찜 먹을 때 톡하고 터지는 미더덕. 해물 음식의 감초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봄이 오면 미더덕은 당당히 주인공입니다. 미더덕을 회로도 먹고 비벼서도 먹습니다. 우리나라 미더덕의 약 70%는 창원시(마산) 진동면 앞바다에서 나옵니다. 산지에서 미더덕을 맛봅니다. 그동안 여러분이 알고 있던 미더덕은 잊어주시길 바랍니다. 이게 진짜입니다.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여행 관련 정보를 많이 찾아봅니다. 즐겨 듣는 여행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미더덕 이야기가 나옵니다. 미더덕 제철은 3월에서 5월까지 봄입니다. 봄이 왔고 저는 마산으로 향합니다. 행정구역으로 창원특례시이지만 마산이라고 하는 것이 공간을 떠올리는 데 도움을 줍니다. 마산에서도 진동면 고현마을이 오늘의 목적지입니다. 미더덕 모양의 마을 캐릭터에 눈길이 갑니다.

진동 고현마을의 여러 식당 중에서 제가 선택한 곳은 청용횟집입니다. 라디오 진행자가 대놓고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살짝 언급한 곳이기도 합니다. 미더덕 관련해서 신문 기사 찾아보다가 글 쓴 기자도 이 집을 추천해 주더군요.

진동 고현마을 청용횟집 주변 풍경. 주차는 식당 앞에 하면 됩니다. 미더덕 파는 식당 몇 곳이 모여 있습니다. 길 이름이 '미더덕로'입니다. 미더덕에 진심인 마을입니다. 저는 식당 방문하기 전 마을 일대를 돌아보았습니다. 고현마을에는 공룡발자국도 있습니다.

포털사이트 검색으로는 11시 오픈으로 되어 있습니다. 제가 조금 일찍 도착했습니다. 사장님(?)이 기꺼이 맞이해 주십니다. 신발 벗고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방바닥이 뜨뜻합니다. 미더덕 주문합니다. 미더덕이 오늘 아침에 싱싱하게 들어왔다고 조금만 기다리면 맛있게 해 주겠노라 말씀하십니다. 기대 만빵.

메뉴판에는 여러 가지 해산물 요리가 있습니다. 주변 다른 횟집도 그렇겠지만 진동 지역만의 특징이 보입니다. 장어, 물메기, 딱새, 미더덕 등의 메뉴가 새롭습니다. 딱새 아세요? 이름에 관해서 정확하게 말하긴 어렵지만 갯가재라고도 부르는 녀석입니다. 이게 또 봄철 별미입니다. 저는 미더덕회와 미더덕덮밥을 주문합니다. 여기서 포인트 하나. 저 혼자라는 거. 주문하면서 다 먹을 수 있을지 긴장합니다.

미더덕 제철은 봄. 4월의 어느 날 찾은 진동.

먼저 밑반찬이 깔립니다. 백반집, 찌개집에서 볼 수 있는 반찬입니다. 조금씩 골고루 담겨 나온 본새가 깔끔합니다. 반찬도 제 입맛에는 잘 맞습니다. 미더덕 먹으면서 입안 헹구는 의미로다 반찬을 곁들여 먹습니다. 미더덕 찍어 먹을 기름장과 초장이 있고요. 소주잔이 왜 있는지는 다 아시죠?

미더덕이 나오기까지는 약간 시간이 걸렸습니다. 드디어 마주하는 미더덕회입니다. 미더덕을 회로 먹을 수 있다는 것부터가 새롭습니다. 제철 산지이기에 맛볼 수 있습니다. 회로 나온 미더덕 모습이 좀 다릅니다. 해물탕 먹을 때 나오는 통통한 모습이 아닙니다. 미더덕회를 먹기 전 미더덕 공부 먼저 합니다.

미더덕 먹으러 마산 내려가기 전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봅니다. KBS 한국인의 밥상 프로그램에서 미더덕을 테마로 방송한 것이 나옵니다. 최불암 선생님이 진동에 내려와서 미더덕 수확하는 곳도 가보고 미더덕도 먹습니다. 바다에서 건진 미더덕은 위 사진 속의 모습입니다. 오돌토돌합니다. 이걸 그대로 먹는 것이 아닙니다.

칼로 겉껍질을 깎습니다. 그러면 말랑한 속살이 나옵니다. 껍질 벗기면 그 모습이 도토리와 비슷합니다. 꼭다리(?) 부분은 남고 말랑한 부분은 배가 갈라져 미더덕회로 나옵니다.

미리 예습하고 미더덕을 접하니 미더덕 손질하신 수고로움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손가락 한 마디 되는 미더덕을 하나하나 다 까고 째고 하는 일련의 과정이 보통 일이 아닌 것이죠. 덕분에 우리는 맛있게 먹습니다. 미더덕회를 맞이하는 순간 미더덕의 향기가 은은하게 올라옵니다. 이건 분명 봄 바다의 향기입니다.

미더덕 한 상 완성.

나도 미더덕 좀 먹어봤어 하실 텐데요. 해물탕에서 먹는 미더덕은 오만둥이입니다. 오만둥이를 주름미더덕이라고 부르지만 진짜 미더덕과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미더덕은 바다에 나는 더덕이라는 뜻입니다. 오만둥이는 오만곳에 붙어산다는 뜻이니 이름유래부터 차이가 큽니다. 오만둥이도 그 나름의 맛이 있습니다. 미더덕의 주는 매력이 한 수 위입니다.

사설이 길었나요? 본격적으로 미더덕 먹방 시작합니다. 처음 몇 개는 기름장에도 찍어 먹고 초장에도 찍어 먹습니다. 미더덕 자체의 향이 좋아서 굳이 장을 찍어 먹지 않아도 되겠더군요. 장을 찍지 않고 그냥 먹습니다. 그냥 먹는 게 더 맛있습니다. 꼭다리는 오도독 씹힙니다. 단단한 맛이 있으니 이빨 약하신 분은 조심하시고요.
미더덕 맛을 단순하게 비교하면 멍게의 순한 맛입니다. 멍게와 비슷한 향기인데 강렬하지 않습니다. 멍게가 20대의 강렬함이라면 미더덕은 40대의 원숙함이라고 해야 할까요. 양이 제법 많음에도 물리지 않습니다. 2~3명이 미더덕덮밥 하나씩 먹고 미더덕회 하나 먹으면 딱 맞겠더군요. 저는 혼자서 다 먹었습니다.

사장님이 미더덕회 먹다가 덮밥 필요하면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손님에 대한 배려가 느껴졌습니다. 밥 주세요 말씀드리고 잠시 후 미더덕덮밥이 나옵니다. 몇 가지 채소와 김가루 위에 미더덕이 다져져서 올라왔습니다. 밥은 공깃밥으로 따로 나옵니다. 밥과 함께 먹으라고 된장국도 함께 나왔습니다. 작은 게가 들어간 된장국이 구수하니 입맛에 맞습니다.

미더덕 다져진 것만 사진으로 찍어봅니다. 핀트가 나갔네요.

밥을 넣고 쓱쓱 비벼봅니다. 미더덕회와는 다른 미더덕덮밥만의 향기가 있습니다. 따스한 밥과 어우러지니 새로운 것입니다. 미더덕덮밥 이거 요물입니다. 어쩜 이리 맛있을까요? 제 입맛에 딱 맞습니다. 미더덕 특유의 달큰한 감칠맛이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멍게한테 미안하지만 멍게비빔밥보다 미더덕비빔밥이 한 수 위라고 감히 할 수 있습니다.

미더덕회가 남아서 덮밥과 함께 먹습니다. 맛있는 조합입니다.

식당에 예약 문의 전화가 계속 옵니다. 점심시간 다가오니 손님도 계속 들어오고요. 봄의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미더덕을 놓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배불리 잘 먹었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식당 입구에 미더덕이 보입니다. 사장님에게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본 후 허락받고 미더덕 사진 남겨봅니다.

미더덕영어조합자율관리공동체

제가 간 날은 비가 와서 그런지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가 많습니다. 등대 사이 방파제를 지나 바다 어딘가에 미더덕이 있겠죠? 진동항 일대가 미더덕이 살기 좋은 환경이라고 합니다. 미더덕은 플랑크톤을 먹고 산다 하고요.

마산 시내로 나가야 합니다. 진동 고현마을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2대 있습니다. 74-1번은 진동시내버스환승센터로 갑니다. 환승센터에서 마산 시내로 가는 버스로 환승해야 하고요. 78번은 마산역으로 한 방에 갑니다. 두 버스 모두 버스 배차시간이 상당히 깁니다. 버스 시간도 확인이 잘 안 됩니다. 다행히 카카오택시 부르니 바로 옵니다.

진동시내버스환승센터 도착. 택시비는 약 6천 원 정도 나왔습니다. 진동면이 생각보다 크더군요. 고층아파트도 있고 중심가도 북적입니다. 스타벅스도 있네요. 환승센터에서 3003번 급행좌석버스 타고 마산 시내로 향합니다.
경상남도 창원특례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미더덕로 341. 청용횟집 주소입니다. 미더덕 먹으러 가기 전에는 새로운 것 먹는 호기심이 있었습니다. 먹을 때는 맛있네 정도의 느낌입니다. 이게 시간이 좀 지나면 지날수록 미더덕의 달큰하면서 싱싱한 향기가 계속 생각납니다. 앞으로도 봄이면 마산 내려가려고 준비할 것 같습니다. 미더덕 먹으러 가는 여정과 고현마을 풍경은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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