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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길 8코스 part. 2

일 년에 한두 번은 제주도를 찾는 저는 올레길 걷는 재미에 빠져 있습니다. 제주도 해안을 따라다니면서 한발 한발 걷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올레길 걸을 때는 저만의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습니다..

현재 21코스를 마지막으로 올레길이 제주도 전체를 잇는 길이 되었습니다. 그중에서 이번에는 8코스를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8코스는 제주도 여행의 집약체인 중문을 지나가는 길입니다. 


8코스는 2년에 걸쳐서 다녀왔습니다. 월평마을에서 시작해서 제주컨벤션센터까지 걷고 육지로 올라왔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제주컨벤션센터부터 8코스의 종착지인 대평마을까지 걷게 되었습니다. 전반부는 일전에 포스팅했고, 오늘은 후반부의 여정을 함께 하려 합니다.


제주올레길 8코스는 월평마을에서 대평마을까지 19.2㎞를 걷는 길입니다. 제주올레 홈페이지에는 8코스 난이도를 상(上)이라고 해 두었더군요. 제가 볼 때 그렇게 험난한 코스는 아닌데,  길이가 좀 깁니다. 그래서 시간 조절을 잘 해야겠더라고요. 8코스 전체적으로 보면 8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후반부만 해도 4시간이 걸렸고요. 대평마을에 도착할 때쯤에는 날이 저물어서 서둘러 걸어가기도 하였습니다. 


지난번에는 컨벤션센터까지 걷고 바로 공항으로 갔었습니다. 컨벤션센터에 공항까지 가는 리무진 버스가 있거든요. 이번에는 반대로 공항에서 바로 컨벤션센터까지 리무진 버스를 타고 와서 길을 이어갔습니다.





때가 4월의 봄날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봄이 제일 먼저 찾아오는 제주도입니다. 푸른 잎이 파릇파릇 올라와서 환한 모습의 제주도였습니다. 하지만 저 멀리 보이는 한라산에는 하얗게 눈이 남아 있었습니다. 한라산 정상에는 5~6월까지도 눈이 남아 있습니다. 저는 5월에 눈 남아 있는 모습을 실제로 봤었습니다. 제주도가 남쪽이어서 한라산에 눈이 많다고 하면 안 믿는 분도 가끔 있더군요.





제주컨벤션센터에서 씨에스호텔을 거쳐 베릿내오름으로 올라갑니다. 나무데크로 다듬어진 길과 계단은 오르는데 큰 부담이 없습니다. 계단을 오르면서 한라산 봉우리와 중문의 바다 모습을 보니, 제주도에 왔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베릿내'라는 이름이 무척 예쁩니다. 베릿내는 '별빛이 내리는 개울'이라는 뜻입니다. 천제연의 깊은 골짜기 사이로 은하수처럼 냇물이 흐르는 모습을 보고 지었다는군요. 제주어는 정말 예쁩니다.





베릿내에서 중문해수욕장으로 향합니다.. 저 앞으로 커다란 등산 가방을 맨 아저씨 한 명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올레길 걷다 보면 이렇게 혼자 걷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나중에 이 아저씨와는 다시 만납니다. 




중문해수욕장입니다. 역광이라서 어둡게 나왔지만, 중문해수욕장은 예쁩니다. 말로만 그런 것이 아니고, 대외적으로도 인정 받는 곳입니다. 전국 최고의 해수욕장으로 뽑히기도 했고, 아시아 10대 해수욕장으로도 뽑혔습니다. 실제로도 외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해수욕장이기도 합니다. 해수욕장 모래밭에서는 신발을 벗고, 모래의 촉감을 느끼며 걸어갑니다. 사뿐사뿐. 





이렇게 뒤돌아보니 더 예쁩니다. 


중문해수욕장은 진모살, 조른모살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진모살은 긴 모래밭 정도로 해석이 됩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중문해수욕장을 말합니다. 사진 속에 보이는 중문해수욕장입니다. 조른모살은 작은 모래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문해수욕장을 올라와서 하야트호텔 뒤편을 따라서 이어가면 조른모살을 볼 수 있습니다.  



조른모살을 거쳐 해병대길을 따라가면 논짓물이 나오고 대평마을로 이어지는 것이 원래의 8코스였습니다. 해병대길이 낙석 위험이 있어서 통제되었습니다. 그래서 빙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 하야트호텔쪽으로 나와서 중문관광광단지를 나와서 가야 합니다.


올레길이 처음 만들어질 때 해병대길이 유명세를 탔었습니다. 해병대 제주지역사령부 소속 장병들이 길을 다듬은 것입니다. 해병대길은 갯깍이라는 절벽아래에 만들어진 길인데, 거기가 큰 바위들이 들쑥날쑥하거든요. 그것을 평평하게 걷기 좋게 만든 것입니다.

좋은 의도로 만든 길이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자연적인 부분에 인위적으로 손을 댄 것도 그렇고, '갯깍', '들렁궤' 등의 예쁜 지명도 있는데, '해병대길'이라는 것도 그렇게 맘에 들진 않았습니다. 

조른모살과 갯깍은 남몰래 살며시 다녀올 만한 곳입니다. 제가 제주도 여행 가이드를 하면 꼭 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여기 데리고 가면, 다들 난리가 납니다. 다 예쁘다고 합니다. 




길은 예래생태공원으로 이어집니다.


위에 사진에서 커다란 등산 가방을 메고 가는 아저씨를 다시 만났습니다. 길을 걷는데 그분과 계속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중문을 지나면서 함께 걸어가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분 내공이 상당하시더군요. 전국에 안 가본 산이 없습니다. 회사 정년퇴임하고 이렇게 걷고 있다 하십니다. 무뚝뚝한 경상도 스타일이었지만 은근 정이 가는 분이셨어요 ..

하지만 우리는 예래생태공원에서 길을 못 찾아 방황하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길을 찾고 논짓물에 다다릅니다. 논짓물은 용천수 수영장입니다. 용천수라는 것은 제주도 해안가에 솟아나는 지하수를 말합니다. 제주도는 지형적 특성상 물이 지하로 스며들었다가, 바닷가에 다다르면 압력 차로 인하여 솟아오릅니다. 이게 용천수라고 합니다. 


용천수는 생활용수로 사용하었지만, 어떤 곳은 수영장으로도 사용합니다. 지하수라서 물이 완전 차갑고 시원하거든요.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논짓물입니다. 한낮이라면 논짓물에 발 담그고, 아니 풍덩 빠지고 싶으나, 시간이 없습니다. 그림자가 점점 길어지는 것이, 해가 지고 있습니다.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아저씨께서 가방을 뒤적거립니다. 캔맥주를 꺼냅니다. 사실 둘 다 말은 안했지만, 엄청나게 지쳐있었습니다. 장시간 가방 속에 있어서, 그렇게 차갑지는 않았지만서도, 맥주 한 잔의 여유는 그 어떤 자양강장제보다 힘을 내게 해주었습니다. 술 많이 먹고 올레길 걸으면 안됩니다.  






바다를 보면서 걷습니다. 





드디어 대평마을에 들어섰습니다. 대평마을에는 마늘이 가득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대평마을과 남모를 인연이 있는지라, 오랜만에 찾은 대평마을이 반갑습니다.





박수기정과 산방산이 보입니다. 하늘은 이미 붉은색을 넘어 어둠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박수기정은 멀리 보이는 해안절벽을 말합니다. 당당하게 서 있는 폼이 멋집니다. 제가 제주도에 내려가서 정착을 한다 했을 때, 유력 후보지로 생각했던 곳이 여기 대평마을입니다. 마을이 아늑해서 좋습니다. 대평마을에는 괜찮은 커피집들이 여럿 있습니다. 특히 영화감독 장선우의 카페도 있습니다.





8코스 종착지이자 9코스 시작점에서 아저씨와 저는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아저씨에게 사진을 보내드리고 싶고, 연락도 하고 싶어,. 제 명함을 드렸는데 소식이 없습니다.  대신 다음 날 가파도 가는 선착장에서 아저씨를 다시 만났습니다. 선착장에서 본 이후로는 만날 일이 없었네요. 사람 인연이란.

대평에서 하룻밤 묵고 9코스를 이어가고 싶었으나 방이 없습니다. 제가 좀 무대뽀인지라 예약을 안 했더니만. 다행히도 대평에서 중문까지 가는 버스가 있었습니다.. 중문까지 버스 타고 나가서, 대정으로 이동합니다. 다음날 가파도 가는 배를 타기 위함이지요. 



중문에 있는 제주컨벤션센터에서 출발해서 대평마을까지 4시간 가까이 걸어서 도착했습니다. 중간에 낯선이와의 만남도 즐거웠습니다. (이왕이면 예쁜 아가씨였으면. 예쁜 아가씨라고 해도, 제가 내숭적 성격이라 말도 제대로 못 했을 거에요)  

제주올레길 8코스를 걸어보았습니다. 8코스는 제주도의 대표적 관광단지인 중문을 지나가는 길입니다. 그래서 볼 것도 많고, 이야기거리도 많은 곳입니다. 여행자들에게 인기도 많은 코스이구요. 8코스는 두번에 나눠서 걸었고, 낯선이와 함께 걸어서인지 유난히 더 기억에 남는 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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