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봄꽃 하면 벚꽃을 먼저 그리고 많이 떠올립니다. 벚꽃이 오랫동안 피어 있으면 좋을 텐데, 생각처럼 오래 있지 않고, 금방 저뭅니다. 특히 올해는 봄비까지 내리면서 벚꽃의 낙화가 빨라져서 아쉽습니다. 벚꽃이 떨어진다고 봄꽃이 끝은 아닙니다. 다양한 봄꽃이 연이어서 봄을 환하게 만들어줍니다. 충청남도 천안시에 각원사라는 절이 있습니다. 각원사도 벚꽃이 있지만 보통의 벚꽃과는 좀 다릅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피어나고 있습니다.
부모님 병원 검진받고 집으로 오는 길. 봄 날씨가 참 좋습니다. 하늘이 푸르더군요. 바로 집으로 돌아가면 뭔가 억울한 날입니다. 천안에 있는 각원사 겹벚꽃을 보러 가기로 합니다. 4월 중순 각원사의 겹벚꽃은 이제 시작입니다.
각원사는 경부고속도로 천안 IC와 가깝습니다. 상명대학교, 호서대학교를 지나 각원사까지 올라갑니다. 길이 좁습니다. 각원사에 다다르면 연못이 보입니다. 연못에는 커다란 연등이 떠 있습니다. 연못에서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습니다. 계단이 크고 높습니다. 각원사 자체가 워낙 크니 계단이 많고 높습니다. 어르신들이 다니시기는 다소 힘들 수도 있겠습니다.
부모님이 거동이 불편하시니 차를 가지고 갈 수 있는 곳까지 위로 올라가 봅니다. 태조산루(성종각) 옆에 주차장이 있습니다. 사람이 한창 몰리면 태조산루 옆 주차장은 금방 만차가 될 것 같습니다. 연못 주변부터 차가 막힐 것이고요.
태조산루 옆에 주차장이 꽤 넓습니다. 평일임에도 주차장에는 차들로 가득합니다. 주말에 엄청난 인파가 몰리면, 주차 전쟁이겠습니다. 주차비는 없습니다. 각원사 입장료도 없고요.
범종이 있는 성종각을 지나니 대웅보전이 보입니다. 대웅전이 엄청나게 큽니다. 제가 다녀본 절 중에서 대웅전이 제일 큰 것 같습니다. 크기에 압도당합니다. 대웅보전은 건평 200평으로 우리나라 목조 건축물 중에서 가장 크다고 합니다. 각원사 홈페이지에서 각원사의 역사를 살펴봅니다. 1975년 경해법인 조실스님이 창건하였습니다. 1977년에 남북통일기원 청동대불을 봉안하였습니다.
대웅전 앞에서 성종각을 바라봅니다. 수많은 연등이 대웅전 앞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각양각색의 연등이 이어진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이 멀지 않았기에 미리 세팅해놓은 것 같습니다. 각원사라고 글씨를 넣기도 하였군요.
대웅전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천불전과 산신전이 있습니다. 하얀 벚꽃이 보입니다. 산이라서 그런지 다른 곳보다 벚꽃잎이 많이 남아 있긴 했습니다.
천불전 쪽은 수양벚꽃이 많이 보입니다. 수양버들처럼 가지를 길게 늘어트린다 해서 수양벚꽃이라 불립니다. 정식 명칭은 처진개벚나무입니다. 수양벚꽃이 좀 더 느낌이 친근합니다. 수양벚꽃의 꽃말이 절세미인이랍니다. 긴 생머리를 흩날리며 봄 꽃길을 걷는 여인의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수양벚꽃이 한두 그루씩 있는 경우는 몇 번 봤는데, 이렇게 수양벚꽃만 길게 이어진 경우는 각원사가 처음입니다. 수양벚꽃은 자연스러움이 있어서 좋습니다. 힘들면 내려놓을 줄 아는 그런 여유라고나 할까요? 땅바닥에 벚꽃잎이 떨어진 것이 보입니다. 수양벚꽃도 절정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수양벚꽃은 조선시대 효종과 관련 있습니다. 병자호란 이후 당시 봉림대군이었을 때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갑니다. 봉림대군이 돌아오고 효종이 되면서, 청나라를 치기 위해 북벌 계획을 세웁니다. 나무로는 활을 만들고, 나무껍질은 활을 쏠 때 활을 감기 위해 수양벚나무를 많이 심었다고 합니다. 각원사가 그때의 수양벚나무는 아니고요.
수양벚꽃은 겹벚꽃보다는 절정이 빨리 온 것 같습니다. 4월 첫째 주는 일반 벚꽃, 둘째 주는 수양벚꽃, 셋째 주부터는 겹벚꽃이 절정이라 생각하면 얼추 맞을 것 같습니다.
대웅전에서 왼쪽으로 가봅니다. 청동불상이 있는 쪽입니다. 청동불상으로 오르는 길에 영산홍이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4월 셋째 주 정도면 영산홍도 팡팡 꽃망울을 터트릴 것 같습니다.
각원사의 상징인 아미타불 좌불상인 '남북통일기원 청동대불'입니다. 사진 오른쪽에 사람과 비교하시면 그 크기를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높이가 15m, 좌대의 지름 10m, 귀 길이 175cm, 손톱 길이 30cm, 무게 60t입니다. 엄청나게 큽니다.
청동대불 주변으로 겹벚꽃이 줄지어 피었습니다. 겹벚꽃 나무에서 다 피어난 것은 아니었고요. 막 꽃을 피우는 가지도 있고, 꽃망울 곧 터질 듯한 나뭇가지도 보였습니다. 제가 갔을 때가 4월 13일이었습니다. 4월 셋째 주 주말부터는 전체적으로 만개한 겹벚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꽃잎을 하나씩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서 한 송이의 꽃이 되었습니다. 보통 겹벚꽃이라고 부르지만, 실제 이름은 만첩개벚입니다. 또는 겹개벚이라고 부릅니다. 만첩개벚은 개가 들어가서 그런지 확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겹벚꽃이라 부르는 게 좀 더 예뻐 보입니다.
꽃이 터지기 직전인 겹벚꽃. 지금쯤이면 이 아이들도 팡팡 꽃을 피웠겠습니다.
핑크빛 꽃들 사이에 초록빛 꽃이 빛나고 있어서 가까이 다가가 봅니다. 꽃 이름을 찾아보니 콩배나무라고 합니다. 콩배나무도 배나무입니다. 잎과 꽃의 생김이 배나무와 비슷합니다. 열매 모양이 과일 배와 비슷하다는군요. 그런데 보통의 배보다 크기가 작아서 콩에 비유했나 봅니다. 그래서 콩배나무
대웅전을 바라봅니다. 태조산 자락에 각원사가 포근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렇게 내려다보니 절이 크긴 합니다. 어딘가에는 신라 불국사 이래로 가장 큰 절이라는 설명도 있더군요. 태조산은 천안의 진산이라고 불립니다. 오랫동안 태조산이 천안을 지켜준 것입니다.
태조산은 고려 태조 왕건과 관련 있습니다. 고려 태조 왕건이 군사 양병을 했다 하여 태조산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태조 왕건이 후백제 신검과 대치할 때 태조산에 올라 군대의 주둔지가 될만한 곳을 살폈다고도 합니다. 태조가 산신제를 지낸 것으로 보이는 제단의 흔적도 남아 있다 하고요.
겹벚꽃은 산벚나무를 육종해서 만든 것이라 합니다. 겹벚꽃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군요. 스스로 번식을 못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접붙이기해서 번식합니다.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중부지방 위로는 잘 자라지 못한답니다. 남부지방에서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중부지방에서도 심심치 않게 겹벚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파란 하늘과 푸르른 산과 겹벚꽃이 참 잘 어울립니다.
하얀 꽃잎은 순수해 보입니다. 겹벚꽃을 보니 하얀 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봄꽃 보러 오면서 여인의 향기를 많이 느껴봅니다. 확실히 봄꽃 나들이는 연인과 해야 진짜인가 봅니다.
청동불상과 주변 꽃나무
제가 갔을 때는 막 절정으로 가는 중이었습니다. 절정이 지나고 바닥에 꽃이 떨어질 때도 예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탐스러운 겹벚꽃이 바닥을 핑크색과 하얀색으로 물들어 가는 모습도 보기 좋겠습니다.
각원사는 커플보다는 아주머니들이 많으시더군요. 아주머니들의 까르르 웃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립니다.
꿀벌도 꽃 구경 왔네요.
이날은 하늘도 푸르고 맑은 날이었습니다. 태조산의 푸르름도 좋고, 봄 햇살 속에서도 벚꽃도 환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수양벚꽃
겹벚꽃 너 참 예쁘구나. 겹벚꽃이 풍성하게 피어나는 모습은 감히 숨 막히게 아름답다는 표현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올해는 벚꽃이 일찍 떨어져서 아쉬웠는데 겹벚꽃 피어나는 풍경이 무척이나 곱고 아름답습니다.
겹벚꽃도 장미과에 속합니다. 분홍빛 겹벚꽃을 보니 장미와 비슷합니다.
충청남도 천안시에 있는 각원사입니다. 절은 최근에 만들어졌습니다. 절 안에 여러 종류의 벚나무를 볼 수 있습니다. 수양벚꽃이라 불리는 처진개벚, 겹벚꽃이라 불리는 만첩개벚 등이 주로 피어납니다. 보통 4월 초에 벚꽃이 진다지만, 각원사의 벚꽃은 벚꽃이 지고부터 시작입니다. 4월 말까지는 각원사에서 벚꽃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거동이 불편하셔서 꽃구경을 자유롭게 못하셔서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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