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모슬포 수눌음 자리물회
여름 제주도 여행길입니다. 공항에 도착 후 제주도 남서쪽 대정읍으로 향합니다. 수국도 보고, 추사유배지도 방문했습니다. 모슬포 중앙시장에서 성게김밥도 먹었답니다. 마라도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운진항으로 향합니다. 운진항 가는 길에 모슬포항을 지납니다. 모슬포항에서 자리가 저를 붙잡습니다.
모슬포 중앙시장에 나와서 모슬포항으로 가는데 분홍색 건물이 독특합니다. '모슬포 금융조합 건물'이라 적혀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조선식산은행 모슬포지점으로 지은 것입니다. 지금은 노래방입니다. 일제는 은행을 통해 경제적 수탈을 했습니다. 일제의 흔적이 전국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방어축제의거리 방면으로 들어갑니다. 이 길을 따라 쭉 가면 모슬포항이 나옵니다. 방어축제의 거리라고는 하지만 지금 방어는 없습니다. 방어는 겨울에 맛볼 수 있습니다. 지난겨울 먹었던 방어 생각이 납니다. 모슬포항은 우리나라 제일의 방어 생산지입니다. 기름 오른 방어는 겨울의 진미입니다.
건물 사이사이 벽화가 있습니다. 해녀도 만나고요.
대정읍 안에 모슬포항이 있습니다. 모슬포항은 제주도에서 손꼽히는 큰 항구입니다. 20세기 초에는 목포, 일본 오사카 까지 항로가 있었습니다. 현재는 다른 지방을 연결하는 여객항로는 없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의 유입도 상당했음을 짐작해봅니다.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모슬포항 주변으로 차들이 엄청 많습니다. 모슬포항 주변으로 식당이 많습니다. 대정 맛집, 모슬포 맛집으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식당 대부분이 이곳에 있습니다. 낯익은 이름의 식당들이 있습니다. 식당 수족관에 생선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니, 뭔가 더 먹어도 될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 자리물회나 먹을까? 들어가는 식당마다 빈자리가 없습니다. 자리 먹으려는데 자리가 없다니.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나왔습니다.
그렇게 모슬포항 끝까지 갔습니다. 항구 끝에서 수눌음 식당을 발견합니다. '방어, 자리 전문점'이라 쓰여 있습니다. 식당이 커서 대기를 안 하고 바로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눌음이란 '수 눌어 간다'는 뜻이 명사화된 것으로 함께 품을 교환한다 뜻입니다. 농사일, 집안일, 마을일을 함께하는 품앗이를 말합니다.
입구에 메뉴판이 있어서 선택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혼자였으니 세트 메뉴는 주문할 수 없습니다. 자리물회 가격은 옆에 있는데 잘렸네요. 12,000원입니다.
식당에 손님이 가득합니다. 입구에 기다리는 사람이 모여 있습니다. 서빙하는 아주머니 중 선임급인 분이 오십니다. 포스트잇을 꺼내어 즉흥적으로 대기표를 만들어줍니다. 저는 3번이고 1명입니다. 이렇게 대기일 줄 알았으면 여기까지 오지 말고 다른 곳에서 먹을 걸 하는 후회도 들었지만 늦었습니다. 기다립니다.
다행히도 식당 입구에 바 테이블이 있어서 혼자 먹을 수 있습니다. 모슬포 동네 아저씨 두 분이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시더군요. 저는 혼자여서 바 테이블에 자리 잡기 수월했습니다. 가족 여행 단체는 좀 더 기다려야 했고요. 워낙 손님이 많으니 테이블 치우고 정리하는 데도 시간이 걸립니다.
여러 방송에 출연한 모습. 모슬포항 다니면 방송에 안 나온 집 찾기가 더 어렵습니다.
이렇게 대기까지 하고 나니 여유 있던 마음이 초조해집니다. 다행히도 음식은 바로 나왔습니다. 자리물회 하나 주문했는데 나오는 반찬이며 푸짐합니다. 물회와 조림에 집중하느라 반찬은 남겼습니다.
메인인 자리물회입니다. 밑국물이 된장 베이스입니다. 자리는 밑에 담겨 있고 오이와 김이 올려져 잇습니다. 깨소금으로 마무리. 지금은 오이지만 옛날에는 노각을 썰어 넣었습니다. 제주도 물회는 밑국물이 된장 베이스입니다. 옛날에 제주도에서 고추는 귀한 작물이었습니다. 콩은 많이 재배했습니다. 콩이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입니다. 콩으로 된장을 만들어서 여러 음식에 두루 사용합니다. 제주도에서는 콩잎도 먹습니다. 경상도도 콩잎을 먹지요.
물회는 뱃사람들의 음식입니다. 배에서 그때 잡은 생선 대충 썰어 넣고 장을 풀고 호로록 먹으면 그게 물회입니다. 요즘에는 화려한 물회가 많습니다. 제주도 물회를 가깝게 느끼고 싶다면 된장 밑국물 물회를 드셔 보시기 바랍니다. 고추장, 고춧가루, 초장 등이 듬뿍 들어간 제주도 물회는 육지 여행자들 입맛에 맞춘 경향이 있습니다.
숟가락으로 바닥을 푹 긁으면 자리가 올라옵니다. 자리물회는 자리돔을 뼈 체 썰어서 나옵니다. 오독오독 씹히는 뼈의 질감이 있습니다. 저는 뼈 씹는 것이 고소해서 좋아합니다. 부드러운 음식 좋아하는 분이나, 육지에서 횟감으로 만든 물회에 익숙하다면, 자리물회는 맛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리돔 조그만 것을 언제 살을 발라내겠습니까? 제철 자리돔은 뼈가 그렇게 억세지 않습니다.
자리물회와 함께 풀 하나가 담겨 나옵니다. 제피(초피)입니다. 제피를 물회에 넣어 먹어야 진짜입니다. 날생선을 먹다 보면 탈이 날 수 있으니, 제피를 넣어 소독하는 것입니다. 일종의 향신인지라 선호하지 않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쌀국수에 고수 넣어 먹듯이 제피도 넣어보시기 바랍니다. 제피 나오는 집이 진짜 제주도 물회집입니다.
물회에는 식초를 넣습니다. 식초가 들어가야 자리 뼈가 부드러워진다는 것입니다. 옛날에는 쉰다리 식초(보리막걸리 식초)를 넣어 먹었습니다. 요즘은 일반 식초가 나옵니다. 바닷가 가까운 곳에 가면 빙초산 나오는 곳도 있습니다.
제피가 들어가야 개운합니다. 국물이 많이 차갑지는 않습니다.
자리 조림이 함께 나왔습니다.
제주도 전역에서 자리돔이 잡히지만, 그중에서 서귀포 보목포구와 대정 모슬포 자리가 유명합니다. 입니다. 보목포구 물살이 약해서, 자리가 작고 살이 연하답니다. 모슬포 쪽은 물살이 거세어 자리 뼈가 강하다고 합니다. 보목은 물회, 모슬포는 구이로 먹어야 맛있다고 하던데, 저는 다 맛있습니다.
옛날에는 제주도민은 섬을 벗아날 수 없었습니다. 먼 바다로 나갈수가 없없습니다. 제주도가 살기 힘들기에 섬을 떠나려는 제주 사람이 많았습니다. 제주도를 다 떠나면, 제주도에서 나는 특산물 공급이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바다에서만 생선을 잡아야 했습니다. 근해에 사는 자리돔을 잡아 생계 유지에 도움이 된 것도 있습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자리에게 미안하지만, 자리 조림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잎에 다 넣고 오독오독 씹어 먹어야 제맛입니다. 이걸 또 가시를 말라내고 지느러미 때고 하면 재미없습니다. 소주 한잔 털어 넣고 먹어도 좋고, 밥 위에 올려서 함께 먹어도 좋습니다. 간도 적절하니 제 입맛에 맞습니다.
밥은 흑미밥. 지금이 보리가 한창 나올 때입니다. 보리밥에 자리조림 올려 먹으면 맛있습니다. 자리물회에 보리밥 넣어 먹어도 좋습니다. 제주도 물회집에 면 사리는 없어요.
포구 옆에는 제빙공장이 함께합니다.
자리물회 잘 먹었습니다. 본래 목적지인 운진항까지 걸어가기로 합니다. 20분 정도 걸으면 되겠더군요. 걸으면서 소화도 시키기로 합니다. 마라도 들어가서 짜장면도 먹고, 해산물도 먹을 생각에 즐겁습니다. 자리돔이 일 년 내내 잡힌다 해도 5월에서 7월까지를 제철로 보고 있습니다. 여름에 먹으면 맛있는 생선입니다. 여름휴가로 제주도 가신다면 자리돔 음식 꼭 챙겨 드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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