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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골목식당 

 

제주도 여행기입니다. 아침부터 사려니숲길을 걸었습니다. 붉은오름 입구에서 출발하여 비자림로까지 무사히 완주했습니다. 점심때입니다. 제주 시내로 가서 밥을 먹어야겠습니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으니 고기를 먹어야겠습니다. 그냥 고기 먹으면 재미없지요. 오늘 점심 메뉴는 꿩고기입니다. 

 

사려니숲길 비자림로 입구로 나와서 길을 건너면 제주 시내로 가는 버스가 있습니다. 버스는 시간에 맞춰 도착합니다. 삼나무 숲길, 교래 삼거리를 지납니다. 오른편으로 제주마방목지가 보입니다. 제주마방목지는 제주축산진흥원에서 말을 풀어놓고 기르는 곳입니다. 10월에서 3월까지는 추워서 밖으로 나오진 않습니다. 제주도에서 말을 보면 반갑습니다. 어미와 함께하는 망아지가 귀엽습니다. 

 

 

 

 

목적지는 동문시장 안에 있습니다. 제주시청에서 버스 환승해야 합니다. 시청 정류장에서 버스 기다리면서 벽화를 봅니다. 제주 탄생 설화를 그린 것입니다. 삼성혈에서 고부량 시조가 되는 3분이 나와서 탐라국을 만들었습니다. 

 

 

 

 

 

 

 

 

버스타고 중앙로(동문시장) 정류장에 내립니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골목식당을 만납니다. 골목 안쪽이라서 찾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식당 간판에서부터 꿩요리전문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집은 전에도 왔던 곳입니다. 제가 애정하는 곳입니다. 

 

 

 

 

시간은 11시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점심시간은 아니기에 식당에 손님이 없습니다. 잠시 후에 관광객으로 보이는 두 팀 정도 들어옵니다. 시장 나온 동네 아주머니들이 한 테이블에 앉습니다. 식당은 자그마합니다. 테이블이 5~6개 정도 됩니다. 할머니라고는 할 수 없는 아주머니 두 분이 운영하시는 것 같습니다. 

 

 

 

 

벽면에는 신문에서 식당 소개한 것을 스크랩해서 걸어두었습니다. 일본 사람들도 찾아오는가 봅니다. 일본어로도 메뉴를 적어 두었습니다. 메뉴는 딱 2가지. 꿩메밀칼국수와 꿩구이입니다. 꿩메밀칼국수는 8,000원, 꿩구이는 25,000원. 꿩고기 전문점답게 다른 메뉴는 없습니다. 일단 고기 먹으러 왔으니 꿩구이 먼저 주문합니다. 

 

 

 

 

가스레인지가 위에 불판이 올라갑니다. 

 

 

 

 

 

 

 

 

기본 반찬 4종류가 들어오고요. 제주도 밥집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소소하지만 맛있는 반찬입니다. 

 

 

 

 

잠시 후 꿩고기가 올라옵니다. 아주머니께서 고기를 올려줍니다. 꿩고기를 싹 펼쳐놓은 비주얼부터 느낌이 팍 옵니다. 꽃이 활짝 핀 모양입니다. 너 먹고 싶다. 그리고 중요한 거 마늘을 싹싹 바른다는 것이죠. 꿩고기 맛을 모르신다 해도 고기와 마늘의 조화. 이거 하나만으로도 맛있겠다는 상상을 마구 할 수 있습니다. 

 

 

 

 

꿩고기가 맛있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꿩고기가 흔한 식재료가 아니어서 무슨 맛일지 궁금해하실 것입니다. 혹시 냄새라도 나는 것은 아닐까 생각도 들 것이고요.

 

 

 

 

살이 탄력 있습니다. 야들야들한 스타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더 좋았습니다. 고기는 좀 씹어야 제맛입니다. 날개와 다리 쪽이어서 뜯는 맛도 있고요. 사이사이 잔뼈가 있습니다. 다소 조심해서 먹어야겠습니다. 고기가 담백합니다. 지방이 거의 없습니다. 꿩고기의 향인가? 향이 살짝 있습니다. 먹기 불편한 향기는 느낄 수 없습니다. 마늘이 익어가기에 고소한 맛이 올라오고요. 아우 또 먹고 싶습니다. 

 

 

 

 

제주도에서는 꿩이 많습니다. 제주도 꿩은 육지로 날아가지 않고, 제주도 내 천적이 별로 없습니다. 꿩이 많습니다. 올레길 걷다가 꿩이 갑자기 후두욱 날아가서 깜짝 놀랐때가 종종 있습니다. 꿩이 저보고 놀란 것입니다. 저는 꿩때문에 놀라고요. 오래전부터 제주도에서는 꿩사냥을 많이 했고, 꿩 음식을 많이 먹었습니다. 

 

 

 

 

소금 기름장에 살짝 찍어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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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께서는 마늘 하나까지 싹싹 긁어먹어 보라고 하시네요. 꿩고기와 마늘이 아주 잘 어울립니다. 고기의 맛을 더욱더 풍성하게 해 줍니다. 

 

 

 

 

聽如傳統味(청여전통미). 전통의 맛이 들은 바와 같다.


 

 

꿩구이에 반주 한잔 곁들이면 배가 부를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뱃속에 여유 공간이 남았습니다. 자고로 선주후면 아니겠습니까? 면을 먹기로 합니다. 꿩메밀국수를 추가 주문합니다. 아주머니께서 살짝 놀라시는. 그렇습니다. 저 많이 먹습니다. 잠시 후 구수한 향기를 뽐내는 메밀국수가 나왔습니다. 

 

 

 

 

메밀은 찰기가 없습니다. 메밀로만 만든 국수는 면이 뚝뚝 끊어집니다. 메밀국수 하는 식당에서는 찰기를 더하기 위해 밀가루를 섞기도 합니다. 골목식당 메밀국수는 메밀로만 한 것 같습니다. 면이 굵고 모양이 제각각입니다. 쉽게 끊어지고요. 처음에는 젓가락으로 먹는데 면이 끊어지고 잘게 나누어지면서 수저로 떠먹습니다. 주방 쪽을 보면 면을 식당에서 직접 만드시는 것 같습니다. 

 

 

 

 

국물이 구수하면서 담백하니 제 입맛에 잘 맞습니다. 

 

메밀하면 강원도를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메밀이 제일 많이 나오는 지역은 제주도입니다. 우리나라 메밀의 절반은 제주도에서 나온 것입니다. 메밀은 추위에 강하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랍니다. 지질 구조상 밭농사를 많이 하는 제주도에서는 구황작물로서 메밀의 가치는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제주도는 메밀 음식을 많이 먹었습니다. 

 

제주도 무속신화 중에 자청비 이야기가 있습니다. 자청비는 제주도에서 농사를 관장하는 신(神)입니다. 자청비가 오곡종자를 가지고 하늘에서 내려왔습니다. 한 가지를 빠트리고 와서 하늘나라에 가서 가지고 옵니다. 그것이 바로 메밀씨앗입니다. 메밀씨앗을 늦게 갖고 왔기에 늦게 파종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국수 안에는 메밀과 함께 무가 가늘게 채 썰어져 있습니다. 메밀과 무의 궁합이 잘 맞습니다. 제주도에서 메밀로 만든 빙떡에도 무가 들어갑니다. 꿩메밀국수이니까 꿩고기도 들어 있습니다. 아주머니 말씀이 꿩 가슴살을 주로 넣는다고 합니다. 강렬한 맛은 없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메밀 특유의 고소한 풍미가 입안에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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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동문시장을 돌아봅니다. '비파'가 특이해서 사진 찍어봤습니다. 비파하면 악기 비파가 먼저 생각납니다. 과일 비파는 처음 봤습니다. 새콤달콤하다는데 먹어볼 생각을 못했습니다. 

 

 

 

 

갈치 사서 집으로 택배 보내고요.

 

 

 

 

 

골목식당이라고 해서 백선생님 나오는 텔레비전 프로그램과는 상관없습니다. 꿩이라는 재료가 독특합니다. 꿩과 함께 메밀로 제주도의 전통적인 식문화를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도 좋고요. 저처럼 혼자 조용히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에게도 딱 맞는 곳입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제주도 골목식당은 남한테 알려주지 않고 저만 몰래 가서 먹고 오고 싶은 집입니다. 동문시장을 거쳐 김만덕 기념관으로 향합니다. 10분만 걸어가면 됩니다.

 

영업시간 10:30 ~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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