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짓골 돔베고기
제주도 돼지고기는 맛있습니다. 구워 먹고, 삶아 먹고 어떻게 먹어도 맛있습니다. 제주도 여행길에 돼지고기를 꼭 먹습니다. 부모님 함께하는 겨울 제주도 여행길. 돔베고기(돼지고기 수육) 먹으러 서귀포 천짓골로 향합니다.
제가 식당에 도착했을 때 5시 40분. 식당은 이미 만석입니다. 5시 30분에 오픈이니 오픈과 동시에 꽉 찬 것이죠. 덕분에 대기 1번이 되었습니다. 대기는 식당 안으로 들어가 전화번호를 남기면 됩니다. 순서가 되면 전화 줍니다.
손님들이 막 먹기 시작해서 대기가 길어졌습니다. 6번째 이후부터는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얘기해줍니다. 손님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기다리겠다고 하네요. 별도의 대기실은 없습니다.
10여 년 전에는 좌식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입식입니다. 식당은 그렇게 넓진 않습니다. 테이블이 10여 개 정도 있습니다. 여행자로 보이는 분들이 많지만 사이사이 동네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 끝에 단체 손님들 너무 떠든다. 난리 났어.
식당 사진 속에 낯익은 사람들이 보입니다. 빅뱅 G-DRAGON(지드래곤)과 T.O.P(탑)입니다. 경험상 연예인, 유명인 왔다 갔다 해서 대단한 맛집이라는 생각은 안 합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느낌이 다릅니다. 진짜 맛있는 곳만 찾아다닐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요? 아무튼 천짓골은 백반기행, 수요미식회 등 유명 맛집 소개 프로그램에는 다 나왔을 정도로 인기 많은 곳입니다.
메뉴는 돔베고기만 있습니다. 흑돼지와 백돼지만 고르면 됩니다.
대기하면서 코팅된 A4용지를 미리 살펴봅니다. 처음 주문은 무조건 600g, 1근입니다. 추가로 할 때만 300g으로 주문할 수 있습니다. 생고기 기준이니까 삶으면 무게가 조금 빠질 수는 있습니다. 흑돼지는 양이 제한적이어서 추가가 안 될 수 있습니다.
뒷면에도 설명이 이어집니다. 몸국은 원하는 사람만 달라고 할 때 나옵니다. 돔베고기 맛있게 먹는 방법 미리 확인합니다.
고기 가격 인상에 관한 안내문입니다. 검색해보니 아직은 올리지 않으셨더군요.
돼지고기 원산지는 제주산. 제주도는 돼지고기가 맛있습니다. 제주도 기후가 돼지가 생활하기에 적합하다고 합니다. 제주도에서 파는 돼지고기 생고기는 다 제주도에서 자란 것입니다. 다른 지역에서 자란 돼지고기는 제주도로 들어올 수 없습니다. 제주도는 그만큼 돼지고기 청정지역이기에 백돼지, 흑돼지 다 맛있습니다. 요즘도 제주도 똥돼지 찾는 분이 있는데 옛날이야기입니다.
드디어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기다릴 때는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이 얄밉습니다. 자리에 앉으면 바로 밑반찬이 나옵니다. 기본적인 것만 나오는 모양새입니다.
반찬 중에서 특별한 것은 양파입니다. 양파를 젓갈에 버무렸습니다. 그렇게 맵지는 않습니다. 돔베고기와 함께 먹기 위한 천짓골만의 매력 포인트입니다. 양파와 돼지고기가 궁합이 맞다고 하지요. 양파는 처음부터 많이 나오진 않습니다. 다 먹고 입에 맞으면 더 달라하면 됩니다.
드디어 돔베고기 흑돼지 한 판이 나왔습니다. 돔베는 제주어로 도마를 뜻합니다. 돔베고기는 도마 위에 올려진 고기라는 뜻이죠. 수육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그 자리에서 썰어 먹는 것입니다. 고기는 부드럽게, 쫄깃하게, 살 쪽으로 등등 기호에 맞춰줍니다. 우리 집은 비계가 들어가서 부드럽게 먹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비계가 있는 부위가 나왔습니다.
돔베고기 한 상
그러면 이 고기를 어떻게 먹냐? 가만있으면 됩니다. 여사장님이 돌아다니면서 직접 고기를 썰어줍니다. 썰어주면서 이렇게, 저렇게 먹으라고 코치합니다. 예전에는 여사장님이 테이블마다 고기를 조금씩 바꿔주기도 했습니다. 맛 비교해보라는 것이죠. 코로나 때문인지 이번에는 바꾸진 않으시네요.
화려한 칼 솜씨. 사장님이 써는 방법에도 노하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고기 결을 끊어내면서 얄쌍하게 썰어주는 솜씨가 일품입니다. 첫 점은 소금입니다.
반찬 나올 때 빈 그릇에 국물만 담겨 나옵니다. 국물은 먹는 용도가 아니고, 돼지고기 보관용입니다. 고기를 절반 정도 썰 고난 고기는 국물에 담가 둡니다. 고기가 마르거나 식는 것을 예방합니다.
고기 썰어주는 여사장님의 코칭, 테이블에 있는 돔베고기 맛있게 먹는 법 등을 참고해서 먹습니다. 양파랑도 먹고, 김치랑도 먹고, 쌈도 싸 먹고, 소금이랑도 먹고. 돼지고기를 다양하게 먹습니다. 먹는 방법에 따라 맛의 차이를 느껴보는 것도 좋습니다. 고기 자체가 맛있으니 어떻게 먹어도 좋더군요. 사람들이 그렇게 계속 찾는 이유가 있습니다.
예전에 혼자서 천짓골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입구에서 600g이 기본인데 혼자서 먹을 수 있겠느냐고 묻더라고요. 제가 대식가이긴 하나, 너무 무리하는 것 같아 되돌아 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부모님과 함께 찾아서 먹게 되었습니다. 어른 3명이 먹으니 600g 한 덩이 먹으니 딱 적당하더군요. 제가 대기하는데 어떤 젊은 여자 손님이 혼자서 600g 먹겠다고 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몸국이 입맛에 맞아서 리필해서 먹습니다. 육지 사람 중에 몸국 못 먹는 사람도 있습니다. 돼지고기와 해초의 어우러지는 향이 어색한 것이죠. 하지만 저는 없어서 못 먹습니다. 모자반 해초의 바다 향기와 메밀의 구수함이 더해져서 좋습니다. 메밀 알레르기 있으면 못 드세요.
영업시간 오후 5시 30분부터 10시까지. 일요일 휴무. 주차가 힘듭니다. 식당 주변에 주차장이 없습니다. 검색했을 때 아랑조을공영주차장에 주차하고 걸어갔다는 글을 봤습니다. 거리가 꽤 됩니다. 10분 걸었습니다. 예약은 안 받습니다.
부모님이 대기할 때 힘들어하셨는데, 고기가 맛있다고 하셔서 다행입니다. 부모님 덕분에 저도 잘 먹었습니다. 천짓골 나와서 왼쪽으로 200~300m 정도 걸어가면 매일올레시장입니다. 생선회 사서 숙소로 향합니다. 시장에 사람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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