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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터미널회식당 도다리쑥국
 
계절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가 봅니다. 3월 들어서니 확실히 날씨가 포근합니다. 봄입니다. 따뜻한 봄이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습니다. 도다리쑥국입니다. 통영 여행길 향긋한 쑥국으로 봄기운을 듬뿍 담습니다. 
 

2월 말 통영으로 봄 여행을 떠납니다. 새벽부터 통영 구석구석을 다닙니다. 아침에  장사도로 향합니다. 장사도에는 동백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장사도 구경 마치고 통영으로 돌아옵니다. 갈매기가 유람선을 따라옵니다. 배에 탄 여행자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따라오는 것입니다. 갈매기와 함께 바닷길을 달리는 기분이 재밌고 신선합니다. 
 
 
 
 
 

장사도에서 통영유람선터미널까지 뱃길로 40분입니다. 이날은 날씨도 포근하고 파도도 잔잔했습니다. 멀미약 괜히 먹었습니다. 멀미약 때문인지 새벽부터 돌아다녀서인지 졸립니다. 터미널에 12시 30분쯤 도착합니다. 정신 차리고 점심 먹으러 갑니다. 오늘의 메뉴는 예고했다시피 도다리쑥국입니다. 
 
 
 
 
 

서호시장 근처 터미널회식당으로 향합니다. 통영유람선터미널 앞 버스정류장에 가니 서호시장 부근으로 가는 버스가 바로 옵니다. 버스는 충무교(다리)를 건넙니다. 새벽에 걸어 다니며 본 통영운하, 통영대교가 한눈에 보입니다. 새벽 조명 가득한 분위기와 화창한 햇살 아래서 만난 통영의 모습이 묘하게 대비됩니다. 통영은 어떻게 보아도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서호시장 정류장에서 내린 후 지도 앱을 켜고 식당을 찾아갑니다. 사람이 길게 줄 서 있는 것이 보입니다. 뭐지? 삼가네 해물짬뽕입니다. 통영까지 와서 짬뽕이냐 하면서 지나갔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해물짬뽕 비주얼이 대단하네요. 줄 서서 먹을만하겠습니다. 
 
 
 
 
 

터미널회식당입니다. 서호시장에서 살짝 벗어나 작은 길 안에 있는 식당입니다. 통영여객선터미널이 가까워서 터미널이란 상호를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저만의 생각입니다. 식당 외부는 솔직히 허름합니다. 맛있는 집일까? 라는 의구심도 있습니다. 문 앞에 블루리본 붙어 있는 것으로 봐서는 내공 있는 집이겠거니 기대합니다. 
 
통영 가면서 맛집 검색했습니다. 통영에 도다리쑥국 파는 식당 많습니다. 예전에 갔던 곳을 다시 가볼까 했는데 폐업했네요. 방송에 많이 나와서 유명한 곳으로 갈까도 했습니다. 유명한 곳 말고 노포나 통영 동네 사람들 가볼 만한 곳을 찾아보다가 터미널회식당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문에 매직으로 써 붙인 '쑥국개시' 네 글자가 제 맘을 더욱더 움직입니다. 보통 음식 이름에서 주인공이 앞에 붙습니다. 도다리쑥국의 주인공이 도다리일 것 같지만 도다리가 아닙니다. 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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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안은 테이블이 많지 않습니다. 5~6개 정도만 보입니다. 손님이 많지 않습니다. 2테이블 정도에서만 식사하고 있었습니다. 이내 다 드시고 나갔고요. 식당은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이 운영하십니다. 할머니가 주방에서 요리하시고 할아버지께서 서빙하시고요. 어르신들이 운영하시는 식당이기에 빨리 이루어지진 않습니다. 천천히 기다려주시고요. 
 
 
 
 
 

자리에 앉아 도다리쑥국을 주문합니다. 주문 후 메뉴 바라봅니다. 입맛 당기는 것들이 좀 있습니다. 아직은 겨울이라 물메기탕이나 생대구탕 먹을까도 생각했습니다. 통영까지 왔으니 굴 하나는 먹어야 하지 않겠냐고도 했고요. 하지만 이날은 도다리쑥국에 집중하기로 합니다. 나중에 친구랑 오면 회정식 먹어보고 싶습니다. 리뷰 봤는데 라이브 한 것이 먹음직스럽더군요. 
 
 
 
 
 

꽃무늬 쟁반을 통해 반찬이 나옵니다. 쟁반에서 따로 그릇 내리지 않고 먹습니다. 굳이 내릴 필요 없습니다. 김치, 멸치, 콩나물 등 여느 백반집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반찬입니다. 이 중에서 시금치가 맛나더군요. 맛있게 무쳐내신 것도 있겠지만 시금치 자체가 달달하니 입맛을 당깁니다. 
 
 
 
 
 

 
 
 
 
 

잠시 후 쑥국과 공기밥이 나옵니다. 공기밥은 조가 몇 알 섞인 밥입니다. 쑥국이 푸짐합니다. 쑥국에서 올라오는 쑥향이 좋습니다. 애써 예쁘게 담지 않으셨습니다. 터프하게 듬뿍 올려진 쑥 비주얼이 구미를 당깁니다. 
 
 
 
 
 

오늘의 주인공 도다리쑥국입니다. 쑥은 통영 앞 한산도에서 온 것입니다. 제가 밥 먹고 있는데 사장님 가족분들이 오셔서 식사하시더라고요. 그때 한산도에서 캔 쑥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수북하게 올려진 쑥 아래로 생선 덩어리가 보입니다. 
 
 
 
 
 

쑥을 거두고 생선을 봅니다. 검은 껍질 안에 흰 살 생선이 보입니다. 도다리쑥국에 관해서 검색하면 도다리가 도다리가 아니라고도 합니다. 문치가자미라고 나옵니다. 도다리, 문치가자미, 담배도다리, 참도다리 등 다른 생선의 여러 이름이 혼용되어 있습니다. 검색해서 나오는 여러 내용을 보면 볼수록 헷갈리더군요.
 
터미널회식당의 이 생선의 이름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도다리겠구나라고 먹습니다. 도다리가 아니고 그냥 가자미여도 상관없습니다. 도다리쑥국에 어떤 생선이 들어가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쑥에서 나오는 향과 맛이 진짜니까요.
 
 
 
 
 

 
 
 
 
 

도다리는 봄철 산란기에 남해로 모여든답니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듯이 도다리를 많이 먹었다는 것입니다. 봄날 도다리는 산란기이기에 맛이 떨어진다고도 합니다. 오히려 여름에서 가을이 더 맛있다고도 하고요. 이날 도다리는 맛있게 먹었습니다. 하얀 생선 살이 무척 부드럽습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입 안에서 사르르 녹습니다.  
 
 
 
 
 

생선 살과 쑥을 하나로 담아서 먹습니다. 봄 바다의 기운을 담은 도다리와 봄 땅에서 자란 쑥의 기운을 합쳐서 한 번에 먹는 것입니다. 달콤 쌉쌀 부드러운 맛과 향기가 좋습니다. 국물도 제 입맛에 잘 맞습니다. 이 식당 잘 선택했습니다. 
 
 
 
 
 

쑥이 향기도 좋지만 양도 꽤 많습니다. 쑥국이니까 쑥만 따로 먹기도 합니다. 쑥이 야들야들 연합니다. 쑥이 일 년 내내 나온다지만 도다리쑥국은 봄에만 먹습니다. 겨우내 얼었던 땅속에서 올라온 여린 쑥은 봄에만 만날 수 있습니다. 봄철 많이 잡히는 생선에 여리고 향기 가득한 쑥이 더해져 국을 끓여 먹는 것은 그야말로 별미입니다.  
 
 
 
 
 

 
 
 
 
 

이 좋은 음식에 반주 한 잔 빠질 수 없습니다. 경상도에 왔으니 좋은데이 한 잔 마십니다. 도다리쑥국 배불리 맛있게 잘 먹고 식당을 나옵니다. 
 
 
 
 
 

후식으로 달달한 것을 먹고 싶습니다. 꿀빵을 먹어야겠습니다. 통영에 널린 게 꿀빵집이지만 원조에서 먹고 싶습니다. 지도를 보니 꿀빵의 원조라는 오미사꿀빵 본점이 멀지 않습니다. 오미사꿀빵 본점 가는 길에 김춘수 시인을 만납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시 꽃으로 유명한 김춘수 시인의 고향이 통영입니다. 
 
 
 
 
 

오미사 꿀빵 본점에 왔는데 문이 닫혀 있습니다. 일요일이라서 영업 안 하시는가 보다 하고 뒤돌아 나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오미사 꿀빵 본점은 하루에 정해진 수량만 판매한다는군요. 주말은 판매가 빨리 끝나 일찍 문 닫는다고 합니다. 1960년대 창업주가 상호 없이 꿀빵을 팔았습니다. 가게 이름이 없으니 가게 옆 세탁소 이름인 오미사를 빌려와 오미사빵집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봄날은 쑥이 향기롭고 맛있을 때입니다. 통영에서 만난 도다리쑥국은 겨우내 움츠렀던 몸을 깨우는 맛과 힘이 있습니다. 통영에 도다리쑥국 파는 식당이 많습니다. 그중에서 터미널회식당은 작은 식당이지만 도다리쑥국만큼은 선택해서 드셔볼 만할 것입니다. 강구안으로 가서 충무김밥과 꿀빵까지 이어서 먹습니다. 난 위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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