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산공원 해돋이 일출
서울에서 심야버스 타고 삼천포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합니다. 삼천포항까지 잘 살펴보았습니다. 삼천포항 옆에 노산공원이 있습니다. 1956년에 만들어진 공원이라 하니 역사가 상당합니다. 공원 규모도 크고 예쁩니다. 노산공원은 두 번의 포스팅으로 소개합니다. 지난번에는 노산공원에 핀 동백 중심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오늘 포스팅은 해돋이입니다. 공원에서 아름다운 해돋이를 만납니다.
공원 입구에 삼천포 팔포 음식특화지구 간판이 쓰여 있습니다. 삼천포항 동쪽이 팔포항입니다. 팔포라는 지명은 이번에 처음 들었습니다. 팔포항에 사량도 여객선 터미널이 있습니다. 전어가 많이 잡히는가 봅니다. 검색해 보니 매년 7월 말에서 8월 초에 팔포에서 전어 축제가 열린다고 합니다. 가을이면 횟집에서 먹는 전어의 상당 부분은 양식입니다. 자연산 전어 먹으러 또 와야겠습니다.
공원으로 들어섭니다. 가로등 불빛에 의지하며 공원 안으로 들어갑니다. 가로등 불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동백이 예쁩니다. 삼천포 출신 최송량 시인의 삼천포 아리랑 시비가 보입니다. 동백 피는 요때 딱 맞는 시입니다.
삼천포 아리랑 - 최송량
봄이 오는 한려수도
뱃길 삼백리
동백꽃 피는 사연
곳곳에 서려
겨울 지나 봄이 오면
사랑이 피는
사랑섬 건너 오는 새파란 바다
갈매기 두세마리
한가히 나는
노산 끝 신수도엔
노래미가 한창인데
와룡산 숨어 피는
진달래 꽃은
피를 토해 붉게 피는 수채화 한 폭
반공애국공적비
밤하늘에 보름달이 떠 있습니다. 운치 있습니다. 옛날 시인 묵객들이 달 밝은 밤으로 시작하는 시를 적을 때 마음을 알겠습니다. 시상이 막 떠오를랑 말랑합니다.
공원 아래 등대길101 카페가 있다는 현수막을 보고 내려왔습니다. 당연히 카페는 문이 닫혀 있습니다. 카페 바로 앞에 무대가 있습니다. 바다가 바로 펼쳐지고요. 따스한 날 바다 배경으로 공연도 보고 차도 마시는 분위기를 상상합니다. 뒤에 하얀색으로 높게 솟은 것은 굴뚝입니다. 여기가 공장 자리였다는군요.
무작정 돌아다니다가 붉은 여명을 발견합니다. 붉은빛을 가까이 볼 수 있는 곳을 찾아가 보니 노산정이라는 정자가 있습니다. 옳거니! 여기가 포인트구나. 노산정에 자리 잡고 해돋이를 기다려보기로 합니다. 해돋이 예정 시간까지 30분 정도 남았습니다. 2월 말 추운 날씨지만 묵묵히 버텨봅니다. 연기(?)의 정체를 모르겠습니다.
노산정. 최근에 만든 것 같습니다.
어선은 통통통 소리를 내며 항구에서 출발합니다. 여행자는 물길을 가르며 나가는 어선이 멋있게만 보입니다. 멋진 여명을 매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자기중심적 생각을 더 합니다. 일하러 가는 어부님들은 힘들고 긴장상태이겠지만요. 안전하게 만선 하시길 바랍니다.
노산정에서 넓게 바라보면 목섬까지 보입니다. 위 사진 왼쪽에 있는 섬이 목섬입니다. 목섬은 무인도입니다. 기암절벽, 노송이 멋지다고 합니다. 해산물이 많아 해녀들도 있었고요. 목섬이라 해서 나무가 많은 줄 알았습니다. 목섬이 자연적인 방파제 역할을 하여 주민들의 목숨과 같다 하여 목섬이라 불린답니다.
노산정에서 바라본 삼천포대교와 삼천포항 야경
정자 안에 세 개의 큐브가 있습니다. 인터액티브 지구, 자연, 바다 이렇게 의미를 적고 있습니다. 천년의 바람이라는 영상이 나온다고 하는데 보이지 않습니다. 포스팅하면서 찾아보니 삼천포 아가씨와 주변 갯바위 등을 이용하여 미디어아트 영상이 있다고 하네요. 새벽이라 보이지 않았나 봅니다.
노산정에서 삼천포 아가씨 동상이 보입니다. 동상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갑니다. 겨울이라 외투를 덮어주었네요. 삼천포 아가씨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1965년 은방울자매가 불렀습니다. 나훈아, 주현미 등 많은 가수가 부른 버전도 있습니다. 사실 저는 노래를 잘 모르겠습니다. 1960년대 삼천포에서 부산, 마산, 통영, 여수 등을 오가는 연안여객선이 있었답니다. 여객선을 바라보면 님 기다리는 아가씨 마음과 삼천포항의 서정을 담은 노래입니다.
삼천포 아가씨 반야월 작사 송운선 작곡 은방울자매 노래
삼천포 아가씨 동상에서 바라본 노산정.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운동하는 분도 있습니다.
노산정 앞 조형물. 잘 보면 물고기 모양을 담고 있습니다. '물고기상'이라 적혀 있습니다. 상괭이, 참돔, 볼락, 전어입니다. 삼천포 주변 바다에 살고 있거나 회유하여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물고기입니다. 상괭이는 돌고래의 한 종류입니다. 갯바위와 조형물이 썩 어울린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보름달 찍기 성공. 토끼는 어딨지?
시간이 갈수록 세상이 점점 밝아집니다. 조명으로 어스름하게만 보이던 삼천포대교가 점점 또렷하게 보입니다. 삼천포대교 앞에 사천바다케이블카가 있습니다. 삼천포대교 건너면 창선도이고 창선도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남해입니다. 남해로 떠나는 여행길을 그려봅니다.
해돋이 예정 시간이 다 되었는데 햇님이 보이질 않습니다. 하늘이 붉게 물든 것이 금방 나올 것 같은데 말이죠. 해돋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시간 맞춰 짠하고 나오진 않긴 합니다. 저쪽은 산이니 더 늦겠죠. 하늘을 지긋이 계속 바라봅니다. 새들은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짜잔. 드디어 붉고 반짝이는 해돋이를 맞이합니다. 기대보다 장엄하고 아름다운 풍경에 반합니다. 그야말로 감동입니다. 붉게 물든 하늘을 보니 세상이 모두 따뜻해지는 기분입니다. 심야버스 타고 내려와 계속 걸어 다니면서 힘든 노고가 사르르 풀어집니다. 이 맛에 여행 다닙니다.
물고기상 가운데 동그란 부분으로 해돋이를 바라보니 독특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반지 안에 햇님을 담은 듯합니다. 각도를 잘 맞추면 반지 끼고 있는 모습으로 사진 찍을 수도 있겠습니다. 해돋이까지 보고 나니 공기가 따스해집니다. 오들오들 떨었던 몸이 녹으면서 활기가 돕니다.
떠오르는 햇님을 보고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세상이 밝아졌으니 동백꽃도 더 많이 가깝게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공원을 자유롭게 거닐면서 새로운 풍경을 마주해 보려고 합니다.
홍매 한 그루가 화사하게 꽃을 피웠습니다.
동백 피어난 노산공원 그리고 박재삼 시인에 관한 내용은 아래 포스팅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raonyss.tistory.com/2878
동백 생각만 하고 노산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생각지도 않게 해돋이도 보고 시도 읽습니다. 동백이 만개하진 않았다 해도 봄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뭔가 하나씩 하나씩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고 알아가는 그러면서 감동하고 감탄하는 과정이 여행의 즐거움입니다. 삼천포시외버스터미널까지 걸어갑니다. 버스 타고 진주로 갑니다. 진주에서는 어떤 것을 만날지 기대감 뿜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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