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꼭대기에 있는 돌바다.. 만어산 너덜겅

경상남도 2010. 1. 12. 06:26 Posted by 라오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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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어산 너덜겅

작년 가을에 경상남도 밀양 지역을 싸돌아 다녔던 적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김수로왕의 신비한 전설을 담고 있는 만어사를 찾게 되었습니다. 만어사는 만어산(자성산) 산꼭대기 부근에 있는 절입니다. 절 앞에 거대한 돌덩어리들이 바다를 이루듯이 드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오늘은 이 돌덩어리들의 정체를 파헤쳐 보려 합니다. 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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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어사를 가기 위해서는 밀양 삼랑진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만어사까지 자동차로 갈 수 있지만 뚜벅이 여행자는 삼랑진에서 버스를 타고 우곡마을 입구에서 내린 후 언덕길을 따라 1시간 정도 걸어 올라갑니다. 30분 정도 지나니 돌덩어리들이 슬슬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안개가 많이 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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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곡마을 입구에서 1시간 가까이 걸은 끝에 만어사에 도착을 했습니다. 아담하고 소박한 느낌의 산사입니다. 절 앞으로는 거대한 돌무더기들이 드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이 돌덩어리들이 물고기였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만어사의 '만어'는 만마리의 물고기 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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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에 의하면 만어사 앞에 연못이 있었습니다. 연못에는 부처님의 제자가 되고 싶은 사나운 용 한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용이 뜻을 이루지 못하였고 분풀이로 백성들에게 해코지를 하게 됩니다. 백성들은 가야 김수로왕에게 용을 퇴치해달라고 간청을 합니다. 이에 왕은 부처님께 용을 제자로 삼아달라고 청을 하고 부처님은 이를 받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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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문은 동해 용왕에게까지 전해져 평소 부처님의 제자가 되기를 바라던 용왕의 아들이 물고기 수만 마리를 이끌고 만어사를 찾아옵니다. 법회가 끝나고 다시 용궁으로 돌아가려 할 때입니다. 산에는 짙은 안개에 휩싸여 움직이지 못하고 머뭇거리는데 이 때 용왕의 아들과 물고기 떼는 돌로 변해 그 자리에 머물게 됩니다. 그래서 커다란 미륵불과 돌 무더기가 만들어 진 것이라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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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돌이 미륵불입니다. 용왕의 아들이 돌로 변한것이서 그런지 그 크기가 엄청납니다. 미륵불은 미륵전 안에 있습니다. 미륵전을 짓고 돌을 넣은 것이 아니고 원래있던 미륵불 위에 건물을 씌워 넣은 것입니다. 미륵불 옆에 동전을 올렸는데 붙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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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은 그렇다치고 어떻게 산 꼭대기에 돌무더기들이 널려 있는지 과학적으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돌무더기를 지형학 용어로는 암괴류(巖塊流, Block Stream) 라고 합니다. 돌강 또는 너덜 이라고도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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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암석들은 '흑운모 화강섬록암' 입니다. 이 화강암은 6500만 년 전 신생대 초기에 지하에서 관입(올라옴)한 것입니다. 관입된 화강암이 오랫동안 땅속에 묻혀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화강암 위에 있는 것들이 풍화를 받아 사라지면서 돌덩어리들이 지표 위로 나오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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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강암 덩어리들이 지표에 노출이 되면 위에서 누르던 압력이 사라지게 되어 암석이 팽창합니다. 그러면서 절리(쪼개짐)가 발달합니다. 여기에 고온다습한 기후가 이어지면 절리 사이로 물이 많이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풍화와 침식이 계속 이어지면서 새프롤라이트(암석이 썩어서 작게 됨)가 되고 암석의 단단한 부분은 핵석으로 남게됩니다. 이후 주빙하기와 후빙기로 접어들면서 비가 많아지고 새프롤라이트는 씻겨 내려가게 되면서 이 돌덩어리들(핵석)만 남게 되어 이런 돌무더기가 된 것입니다.




만어사에 있는 돌에서는 종소리도 납니다. 모든 바위에서 소리가 나는 것은 아니고 3~4 개 중에 하나 정도에서 소리가 납니다. 저는 우연찮게도소리난다고 표시되어 있는 곳을 찾게 되어 두들겨 봅니다. 동영상으로 다시 보니 좀 경망스럽네요. 다음에 만어사 가시면 살살 두들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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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세종 때에는 이 돌을 이용하여 국악기의 하나인 편경을 만들려고 했었답니다. 실제로 만들지는 못하였지만 악기로 사용될만큼 돌소리가 맑습니다. 부처님의 영험함으로 소리가 난다고 믿기도 하지만 소리가 나는 이유는 바위가 다른 바위들 사이에 얹혀 있기 때문입니다. 암석마다 소리가 다른 것은 암석을 구성하는 성분의 구성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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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바위에 낙서를 해놓고 간 경우도 있었습니다. 만어사를 소개하는 다른 책을 보니까 돌을 갖고 가려고 바위에 구멍을 뚫어놓기도 했더군요. 우리 인간적으로 이러지 맙시다. 제발.



문구가 좀 살벌하긴 하지만 오죽하면 이렇게 살벌한 말을 적어놨을지 공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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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어사를 둘러보고 만어산(옛 이름 자성산)까지 오르려 했으나 길을 못찾아서 헤매다가 내려왔습니다. 이정표가 제대로 안 되있더라구요. 밀양시청 홈페이지에 이정표가 제대로 안되있어서 힘들었으니 잘 좀 해주세요라고 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답글이 개선하겠다는 말보다 지금 잘 하고 있다는 식의 답변이 올라오네요. 헉! 밀양시 관계자분 신경 좀 써주세요.



혼자 신나게 노래 부르며 1시간을 내려와서 버스타고 삼랑진역에 도착합니다. 밀양가는 표를 구입하니 이제야 여유가 생깁니다. 버스기사 아저씨와 역무원의 친절에 저절로 흐뭇해집니다. 사진은 이날 아침과 점심이에요. 빵은 아침부터 계속 들고다니면서 먹었고 사발면은 삼랑진역 앞에서 먹었죠. 면이 익는 사이에 역 앞 만두가게에서 1천원주고 만두도 사왔습니다. 이날 이상하게 배고프지가 않더라구요. 마음이 뿌듯해서 그런가 봅니다.



다음 지도 스카이뷰로 보니 너덜지대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최대 폭 120m, 길이는 약 1㎞에 달합니다. 산 꼭대기에 맑은 종소리 나는 돌들이 무더기로 있다는 것이 신비롭게 느껴지시지는 않으신지요? 종소리의 맑은 기운과 부처님의 영효함이 함께 하는 날 되시길 기원합니다.  일부내용은 이우평 선생님이 쓰신 '한국지형산책'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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