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하루 여행
2024년 마무리하면서 저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습니다. 잠시나마 홀로 떠나고 싶은 마음. 수도권에서 마음을 풀어놓을 곳을 찾다가 인천이 떠올랐습니다. 인천 이곳저곳 걸으며 배우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인천의 맛있는 먹거리는 속을 든든하게 하여 추위를 녹여줍니다.
인천까지 전철 타고 갑니다. 예전에는 구로역에서 인천행으로 환승했습니다. 이번에는 수원역에서 수인선으로 환승해서 인천으로 향합니다. 노선 검색해 보니 수인선으로 가는 게 조금 더 빠르더군요. 수인선은 수원과 인천 사이 전철 노선입니다. 수원에서 분당선과 연결됩니다. 아침 전철 안에 출근, 등교하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난 놀러 간다.
인천이 인구 300만 명의 대도시인 것에 비하면 인천역은 자그마합니다. 간이역 느낌입니다. 인천역은 1899년 경인선이 개통하면서 문을 열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기차역입니다. 지금 역사는 1960년에 지은 것입니다. 수인선 연결로 인천역 지하는 다소 변화가 있지만 외부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인천역 바로 앞이 차이나타운입니다. 차이나타운임을 상징하는 패루가 입구에 있습니다. 패루 상단에 중화가(中華街)라고 쓰여 있습니다. 전국에 차이나타운이 여러 곳 있지만 인천 차이나타운이 가장 큽니다. 차이나타운에 들어서니 춘장 볶는 고소한 향기가 느껴집니다. 차이나타운에서 짜장면 박물관도 보고 자유공원에 올라 맥아더 장군도 만납니다.
자유공원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송월동 동화마을로 연결됩니다. 동화마을은 차이나타운 바로 옆이기도 하고요. 동화마을에는 우리나라 전래동화부터 외국의 애니메이션 작품들까지 마을 전체가 동화로 꾸며져 있습니다. 주로 벽화로 표현하였습니다.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어서 좋습니다. 난 순수하니까.
차이나타운, 동화마을 주변에는 중화요리집이 많습니다. 송월동 동화마을에서 한 블록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혜빈장이라는 노포를 방문합니다. 철길 옆에 있는 자그마한 중화요리집이지만 식당 운영하신 지 60년이 넘었다는 곳입니다. 지금도 노부부가 직접 요리합니다. 저는 난자완스를 주문해서 먹습니다. 부드럽고 맛있습니다. 간짜장도 먹었습니다. 옛날보다 위가 줄어들어서 슬픕니다.
배불리 먹었으니 다시 움직입니다. 버스 타고 월미도 방면으로 향합니다. 월미도에 있는 한국이민사박물관을 방문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은 1902년 하와이로 떠난 이민입니다. 하와이로 떠나는 배는 제물포. 그러니까 지금의 인천에서 출발했습니다. 이후로도 인천은 수많은 이민자가 떠나는 곳이었습니다. 인천은 우리나라 이민 역사에서 중요한 도시입니다.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 처음 이민 떠난 사람들의 모습부터 현재의 이민까지 살펴봅니다. 이민 초창기는 고된 삶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 아니면 외세에 의해 강제로 떠나야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낯선 땅에서 고생했던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를 보니 가슴이 찡해옵니다.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 나와 바닷가 쪽으로 걸어갑니다. 우리가 월미도라고 부르는 월미문화의거리입니다. 월미도라는 이름 그대로 보면 섬입니다. 인천상륙작전 때도 섬이었습니다. 1965년 인천항 개발을 위해 섬과 육지 사이를 매립합니다. 월미도는 바다에 떠 있는 섬이 아닌 육지가 되었습니다.
겨울 서해의 바람이 차갑지만 춥기보다는 시원합니다. 정신이 맑아집니다. 월미문화의거리에는 6·25 전쟁 때 인천상륙작전의 모습도 그려 볼 수 있습니다. 식당이나 카페에 들어갈까도 했지만 패스. 그냥 걸었습니다.
삼국시대 때는 인천을 미추홀이라 불렀습니다. 인천광역시 남구가 미추홀구로 이름을 변경했습니다. 조선 초부터 인천이라는 이름을 사용합니다. 고려 순종 어머니 순덕왕후의 고향이어서 인주라고 불렸습니다. 이후 물과 가까이 있다고 해서 인천으로 바꾸어 부릅니다. 인천은 서울, 부산에 이어 인구수 기준 세 번째로 큰 도시입니다.
월미도에 또 하나의 볼거리가 생겼습니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이 2024년 12월 11일 개관하였습니다. 월미문화의거리에서 몇 분 만 걸어가도 될 정도로 가깝습니다. 개관한 지 한 달도 안 되었지만 박물관 안에 관람객들로 북적입니다. 특히나 어린이박물관은 아이들로 가득합니다.
지상 4층 규모의 박물관에서 바다와 관련 있는 다양한 테마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바다에서 어떻게 생활하였는지 바다를 통해 어떻게 교류하였는지 등 재밌고 유익한 것이 많습니다. 아직 박물관 내에 빈공간이 많이 보입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야 풍성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물관 구경도 하고 도서자료실에서 책도 보며 긴 시간 보냅니다. 박물관 관람료 무료.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길 건너편에 월미공원 입구가 보입니다. 월미공원으로 들어가 월미산을 걷습니다. 월미산 정상 높이는 해발 108m. 높진 않지만 산은 산입니다. 오르막길을 오르다 숨이 찰 무렵 정상이 보입니다. 정상에서는 인천의 풍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인천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합니다.
월미산 정상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월미전망대가 나옵니다. 전망대에 카페가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실버 카페입니다. 따스한 차를 마시며 몸을 녹입니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옛 팝송을 들으며 바다를 바라봅니다. 카페 안에 사람도 없고 한적합니다. 나만의 시간을 즐깁니다.
월미전망대까지 온 이유는 해넘이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12월이고 연말이고 하니 해넘이 일몰을 보고 싶었습니다. 전망대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실외에서 해넘이를 볼 수 있습니다. 햇님이 붉은빛을 뿜으며 잘 내려오다가 구름으로 쏙 들어갑니다. 찬바람 맞으며 기다립니다. 햇님이 구름에서 나오질 않습니다. 기대했던 노을과 해넘이는 아니었습니다. 고독을 씹으며 올해를 정리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녁 만찬을 즐기러 갑니다. 제가 좋아하는 백령도식 냉면을 먹기 위해 제물포역 근처 도화동 백령면옥으로 향합니다. 월미도에서 버스 타고 30분 정도 갑니다. 백령면옥은 백령도 음식을 판매하는 곳입니다. 백령도에서도 메밀 농사를 짓고 메밀로 냉면을 만들어 먹습니다. 냉면에 까나리액젓을 살짝 떨어트려 먹으면 감칠맛이 살아납니다. 위 사진은 물냉과 비냉을 섞은 반냉면입니다. 물냉, 비냉도 있습니다.
냉면만 먹으면 심심하니 특별한 음식을 하나 더 주문합니다. 백령도 별미인 짠지떡입니다. 겉에 피는 메밀. 소는 다진 김치와 굴이 들어가 있습니다. 아삭한 김치의 맛과 향기와 굴의 바다향이 어우러집니다. 겉에는 들기름을 뿌려 고소함을 더합니다. 겨울 별미로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제물포역에서 집으로 가는 전철에 오릅니다.
인천역 - 차이나타운 - 짜장면 박물관 - 자유공원 - 송월동 동화마을 - 혜빈장(점심) - 한국이민사박물관 - 월미문화의거리 - 국립인천해양박물관 - 월미공원 월미산 - 월미전망대 - 백령면옥(저녁) - 제물포역
이렇게 인천에서의 하루를 정리합니다. 12월 겨울 추운 날씨 속에서 걷는 내내 기분은 상쾌했습니다. 오랜만에 누구의 터치도 없이 내 맘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로움을 즐겼습니다. 인천을 좀 더 알게 되었고 가깝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천 이야기는 계속해서 업데이트할 것입니다. 이것으로 2024년 여행도 끝입니다. 내년에는 어떤 세상이 저에게 다가올지 기대가 큽니다. 2025년에도 건강한 여행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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